"욘사마가 일본을 방문한 날, 서울발 마쓰야마행 비행기 안은 한국구경을 마친 일본 아줌마들로 가득하다. 도대체 마츠야마가 어디냐고 물어봐도 대답할 수 없었던 나와는 달리, ‘고양이 낯짝 만한 읍내(도쿄에서 온 봇짱이 마츠야마 시내를 보고 한 말)’에서 온 이 아줌마들은 한국에 대해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 자기들끼리 한국 이야기를 조잘거린다.

서울 직항편이 생긴지도 벌써 10년이고 얼마전 평택시와의 우호교류는 물론시내 곳곳을 달리는 전차 역에 적힌 한글이 반갑기는 하지만 여전히 마츠야마가 낯선 당신에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봇짱)’을 꺼낸다면, 당신은 무릎을 치며 ‘아하’라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훗카이도, 혼슈, 규슈와 함께 일본열도의 4개의 주요섬을 이루는 시코쿠에 있는 비교적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가이드 책에는 빠지기 일쑤이고 설령 있더라도 구석에 몇 페이지에 아주 간략히 나온 것이 전부다. 그러나 먼저 본다고 해 나쁠 것도 없다. 남보다 먼저 들러 발도장을 꾸욱 찍는 재미 또한 쏠쏠하니 말이다.


■ 도고온천, 사라진 센과 치히로를 찾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았다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웅장하고 커다란 온천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귀신들의 온천의 모델은 바로 3천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 ‘도고온천’이다. 귀신만이 건널 수 있어 센이 숨을 참고 건너야만 했던 다리는 2차선 횡단보도가 대신하고 그 규모는 영화에 비해 더 작고 아담하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 위풍당당한 모습은 여전하다. 그 유명한 ‘고사기’나 ‘만엽집’에 등장할 만큼 오래된 이 온천에는 여러 전설과 신화가 존재한다. ‘이요국 풍토기’에 따르면 다리를 다친 백로가 온천물에 상처를 담가 나았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이것이 도고온천의 시작이라고 한다. 온천으로는 최초로 일본중요문화제로 지정된 이 곳의 상징은 바로 도고온천 본관. 1894년 건축된 이 건물의 투구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일본 황실에서도 온천을 즐겨 이 건물에 ‘유신덴’이라고 하는 황실전용의 온천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고온천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여전히 통용중인 구 지폐 천 엔의 인물인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일 것이다. 도련님이 수업을 마치고 매일매일 5전 짜리 일등석 객차를 타고 와 온천을 즐긴 곳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봇짱의 빨간수건이란 별명이 생긴 곳도 이곳이고 욕탕에서 헤엄치다 헤엄치지 말 것을 알리는 경고문을 보고 어이없어하던 곳도 이곳이고 경단 두 접시를 7전을 주고 먹은 곳도 이곳이다. 마츠야마에서 벌어지는 봇짱의 모든 이야기들이 얽히고 풀리는 이곳의 3층에는 ‘봇짱의 방’이 마련돼 있어 관광객의 눈길을 끈다.


■ 스타얼라이언스, 3사 공동 온천 특별상품 판매

스타 얼라이언스에서는 ‘2004 스타 얼라이언스 비짓 재팬 캠페인(visit japan campaign)’의 일환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전일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3사 간 공동으로 특별상품을 판매한다. 시코쿠에서 본토인 혼슈를 아우르는 마츠야마-도쿄-요코하마-쿠사츠 온천 4박 5일 일정으로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일본의 온천의 정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판은 12월 중순부터 다음해 11월 말까지. 자유여행사, KRT여행사, 한화투어몰, SK 투어비스, 범한여행, 참좋은여행사, S 투어, 투어2000, 모두투어 등 주요패키지 여행사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판매여행사에 문의하거나 스타 얼라이언스 홈페이지(www.staralliance.co.kr)을 참고하면 된다. 가격은 130만원 선.


■ 마츠야마시가 한 눈에, 마츠야마성

마츠야마를 한눈에 보려면 우선 시 중심부에 위치한 마쓰야마성에 올라야한다. 마츠야마 성은 일본 3대 연립식 평산성의 하나로써 1602년부터 25년에 걸쳐 전국시대의 무장 가토 요시야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1784년에 낙뢰를 맞아 천수관이 소실됐지만, 막부말기에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30분이 족히 걸리는 등산로를 통하거나, 6분이면 도착하는 로프웨이(케이블카)나 리프트를 이용해 가츠야마산을 올라가면, 산 정상에 고도 132미터를 자랑하는 마츠야마성이 자리 잡고 있다.

경사가 완만한 화강암 길을 따라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토나시문을 비롯한 여러 개의 문을 지나고 나면, 가을 단풍이 곱게물든 나무들사이로 혼마루광장에 우뚝 선 천수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다리같이 가파른 나무계단과 미로같은 복도를 따라 천수관 꼭대기에 오르면, 열린 창 사이로 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은 날에는 저 멀리 이시즈치산연봉과 세토나이카이 바다의 섬들을 볼 수 있다.

■ 도고온천역, 봇짱이 되어 마츠야마를 누빈다

도고온천을 다 돌아보았다면 이제 도고온천역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도고온천과 도고온천역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을 따라 토산품들이 가득하다. 또한 포르투칼배가 들어오는 나가사키에서 들여왔다는 타르트(단팥이 든 카스테라)와 봇짱이 즐겨먹던 봇짱단고는 물론이고, 마츠야마가 속한 에이메현의 유명한 감귤을 맛볼 수 있다.

쇼핑가를 다 빠져나오면 도고온천 역 앞 밝은 햇살 아래 진녹색의 몸을 반짝이는 작은 열차가 눈에 띨 것이다. 바로 봇짱열차다. 1888년 일본 최초로 경편철도가 만들어진 이래 67년 동안 운행됐던 열차가 2001년 복원돼 마츠야마 거리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메이지 시대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도고온천역 앞 봇짱열차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 전통옷을 입고 양산을 든 마돈나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따라 건너편 자동시계탑으로 걸음을 옮기면 보기에도 앙증맞은 시계탑이 있다. 정각만 되면 시계탑은 2층에서 4층으로 그 길이를 늘이며, 소설 ‘도련님(봇짱)’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아름다운 노래소리와 더불어 몸을 이리저리 흔든다. 이 시계탑은 1994년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했다고 한다.

다리가 조금 아프다면 옆에 있는 족탕 호조엔(放生園)에 다리를 담그고 앉아있는 건 어떨지. 마츠야마에는 이러한 족탕 10여 개가 시내 곳곳에 있다.

일본 마츠야마 글·사진〓장다정 객원기자 akatowel@hotmail.com
취재협조〓아시아나항공 www.flyasi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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