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여전히 개방 시점도 불투명
베트남 등 전세기 예정, 회복 발판 기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관광 의존도가 큰 동남아 국가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무격리 입국의 선두주자인 태국과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체결국인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미크론으로 인해 국경을 다시 걸어 잠그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고, 가장 큰 아웃바운드 시장인 일본과 중국의 올해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대상 시범 개방 중인 베트남 푸꾸옥 / 여행신문CB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대상 시범 개방 중인 베트남 푸꾸옥 / 여행신문CB

●태국·베트남 필두로 상반기 기대 

아시아에서는 동남아가 먼저 움직였다. 특히 태국의 여행 재개 노력이 돋보였다. 지난해 2월 골프 격리를 시작으로 푸켓 샌드박스 등 지역 격리를 거쳐 11월부터는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태국 전역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다. 겨울 성수기를 맞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문의·예약으로 이어지려는 찰나, 오미크론 여파로 인해 12월22일부터 1월4일까지 태국의 무격리 입국은 임시 중단됐다. 다만 푸켓 내에서만 여행이 가능한 샌드박스 프로그램은 여전히 이용 가능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푸켓 샌드박스를 허용하는 등 완전히 국경을 닫지 않았고, 일찍이 여행을 재개한 덕에 현지 인프라 정비도 잘 돼 있어 현 상황이 안정된다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트남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부터 푸꾸옥·다낭 등 5개 시범 지역에 한해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11월20일에는 코로나 이후 첫 베트남 패키지 여행객들이 푸꾸옥으로 향하면서 여행 재개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어 베트남 정부는 1월1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의 베트남 전역 입국을 허용하기도 했다. 시범 관광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모든 국제선 이용객이 대상이며, 3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여행 재개 시점을 점치고 있던 필리핀은 오미크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한 필리핀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보홀·보라카이·팔라완 등의 섬 지역이 먼저 열릴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기를 여름 정도로 생각하고 3~4월부터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여행안전권역(VTL) 또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여행안전권역 체결 지역으로, 무비자 입국 재개, 상호 예방접종 증명 인정 등의 성과도 이뤄냈다. 다만 싱가포르 정부에서 1월20일까지 싱가포르행 VTL 항공권 판매를 중단해 사실상 여행안전권역이 멈춰 선 상태다. 

전세기 운항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출발 예정이었던 전세기들이 해외입국자 10일 자가격리 여파로 취소·연기됐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해외입국자 10일 자가격리 발표를 비롯해 아직까지는 여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겨울 시즌 전세기 출발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여전히 인적 교류가 중단된 일본의 도쿄타워 / 여행신문CB
여전히 인적 교류가 중단된 일본의 도쿄타워 / 여행신문CB

●막연한 기대도 어려워…여전히 빗장 꽁꽁

일본과 중국의 여행 재개는 여전히 요원하다. 12월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직 오미크론의 감염력, 중증화 리스크 등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말연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년 초까지 당분간 외국인 신규 입국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자국민이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온 국가를 방문하고 재입국하는 경우에도 최대 10일까지 시설격리를 진행하는 등 엄격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 일본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 전까지만 해도 여름에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대를 많이 내려놨다”며 “일본 시장은 노 재팬으로 타격을 입고 회복이 되려고 하는 시점에 코로나를 맞닥뜨려 4년째 침체기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들 중 위생이 손꼽히는데다 지리적 이점도 있기 때문에 국경이 재개되기만 하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인프라 정비도 중요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도쿄나 오사카 등은 일본인들도 많이 가는 지역이지만 규슈 지역은 한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곳이라 호텔, 식당 등 인프라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름은 홋카이도, 겨울은 오키나와 등 계절별로 여행객이 집중되는 지역이 있는 만큼 재개 시기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며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고, 지역 감염 발생 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핵산 검사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방역 대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과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라는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베이징은 확진자 발생 지역 이동 자제, 이동 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제시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한 중국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사실 중국 시장은 회복 시기를 예측하는 것조차 지금 시점에서는 무의미한 것 같다”며 “내년 1분기 이후는 돼야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카오와 홍콩도 엄격한 제한조치를 유지 중이다. 마카오는 코로나 이후 외국 여권 소지자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지난해 한국과 마카오간 여객편 운항이 전무했다. 홍콩은 지난해 8월 10일 자가격리를 조건으로 관광객 입국을 허용했지만, 오미크론 여파로 한국이 고위험(A그룹)으로 분류되면서 관광객 입국이 원천 봉쇄됐다. 


●저가 경쟁 벗어나 양질로 승부해야

특수지역과 테마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가고 싶은 곳’보다는 ‘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고객들도 많아졌다. 겨울 시즌 라오스와 캄보디아 골프 전세기가 예정돼 있는데, 두 국가 모두 12월30일 기준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일부 또는 전역을 격리 없이 개방한 곳이다. 골프여행은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 스포츠이자 동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해 2월 태국이 골프 격리로 해외여행을 시작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2020년 7월부터 국경을 개방한 몰디브는 프라이빗 여행지라는 강점을 살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허니무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출혈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동남아 상품은 그동안 저가 경쟁에만 몰두해 왔는데, 앞으로는 가격대가 조금 나가더라도 안전하고 알찬 여행상품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장 자체를 다시 정비하는 시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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