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싱가포르의 가든스바이더베이 / 여행신문CB
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싱가포르의 가든스바이더베이 / 여행신문CB

●여행 심리 이끈 트래블 버블, 해외입국자 격리는 연장 

2021년은 해외여행이 조금씩 돌아온 해였다.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체결도 큰 성과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트래블 버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공존했는데 실제로 사이판과 싱가포르와 체결까지 이뤄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와도 협의 중인 단계다. 

코로나 여파 지속과 제한된 항공편 공급 등으로 드라마틱한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물꼬를 텄다. 막연했던 트래블 버블이 시행됐다는 점만으로도 큰 진척이라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오미크론으로 인해 1월20일까지 항공권 판매를 중단하고 첫 7일간 코로나 검사를 매일 시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실상 트래블 버블이 잠시 멈춰선 상태이지만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지는 않았다. 

트래블 버블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진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유럽·미주 지역은 일찍이 국경을 개방했지만, 이 시국에 여행을 가냐는 부정적인 눈길도 많았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된 것 같다. 해외여행이 ‘죄’가 아닌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분위기를 조성한 느낌이다. 

양국 간의 협약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국가가 보장한다는 생각도 많더라. 트래블 버블은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시작했다. 사이판은 패키지여행만 허용, 리조트 격리, 치료비 보장 등을 통해 여행객들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 

엄청난 성과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으로 의미가 퇴색된 부분도 있다. 12월14일에는 전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재발령했는데, 사이판과 싱가포르는 트래블 버블 체결 지역인데도 외교부의 여행경보단계에 포함돼 있다. 갑작스러운 해외입국자 10일 격리 발표 때도 트래블 버블 체결 지역은 예외라는 점을 공지하지 않아 혼란이 있었다. 본지에서도 명확하고 신속하게 공식 방침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외입국자 10일 격리는 2월3일까지 연장됐다. 자가격리 조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업계에서는 일찍이 설 연휴 출발 전세기를 대부분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무조건적인 10일 격리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차라리 부스터샷 접종자만이라도 격리조치를 완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실상 여행 분야의 유일한 백신 인센티브인데 사라진 셈이다.  

어쨌든 당분간 백신은 계속 맞아야 한다. EU에서는 백신여권 유효기간을 9개월로 설정했고, 1월3일부터는 정부의 방역패스 유효기간(6개월)제도 시행된다. 1월 중순부터 정부가 도입하는 먹는 치료제가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 들어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위중증 환자 증가세도 시차를 두고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분석도 신속히 이뤄져야겠다.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라는 보고가 나오고 있는데, 감염력과 중증화 리스크 등 정확한 정체가 밝혀지면 오히려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 

KATA가 지난해 12월21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여행업 생존권 보장 및 정부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KATA
KATA가 지난해 12월21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여행업 생존권 보장 및 정부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KATA

●여행시장 언제쯤 회복될까 

2021년 한 해 동안 발행한 <여행신문>을 쭉 살펴보니 2020년의 도돌이표더라. 입국 제한 조치 완화와 강화가 반복되는 패턴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방한 외국인의 격리를 면제하거나 PCR검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 업무계획에 외국인 입국 완화까지 언급하는 단계가 됐으니, 국내외 확산세만 안정된다면 실제로 회복에 속도를 낼 수도 있겠다. 트래블 버블도 정부 계획대로 체결하지 않았나. 

회복 시기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2024년은 돼야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전망이 맞을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여전히 어렵겠지만 치료제가 나오면 회복은 순식간이 아닐까. 특수 지역 랜드사들은 길게는 3년도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더라. 

중국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변화가 있으리라 막연히 기대하고는 있지만 장담할 수 없다. 도쿄올림픽과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여행업에서도 큰 이슈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흐지부지됐다. 

새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도 관심이 많다. 지원금을 받으며 고용유지를 하던 여행사들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고용유지지원금 시행령 상 3년 이상 같은 달에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2020년 3월에 시작했으니 올해 2월까지는 가능할 텐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관할 직업 안정기관의 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지급이 가능하다. 게다가 정부가 '2022 경제정책방향'에서 3월31일까지인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에 대한 연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휴업 또는 실직 상태인 여행인들을 위한 지원 및 교육들도 있었다. 각 지자체에서는 여행업계 실직자를 우선으로 단기 계약직을 뽑기도 했다. 수입이 제로인 상황이어서 6개월이라도 고맙다고 하더라. 지난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시위를 하며 여행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도 처음에는 여행업이 대상에서 빠졌었지만, 적극적으로 생존 지원을 호소한 뒤 포함되기도 했다.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인 여행업이 정부로부터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지도 지켜봐야겠다.

코로나 시대 새롭게 등장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 여행신문CB
코로나 시대 새롭게 등장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 여행신문CB

●코로나 시대 다가온 변화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여객판매대리점계약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2018년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청구를 한 뒤 3년만에 이룬 결실이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으면 훨씬 파급력이 있었을 이슈였다. 

신흥 트래블테크 기업의 부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해 1조원 투자를 받은 야놀자는 최근 인터파크 사업부문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어때는 온라인투어의 지분 20%를 확보했다. 

업계 지각변동을 눈 여겨봐야 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투자를 등에 업은 신흥 기업들이 기존 업체의 자리를 꿰차거나 혹은 대등하게 경쟁을 하며 성장해나갈 수도 있다. 외국계 OTA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 동안 실력을 갈고 닦은 전통 여행사가 등장할 수도 있고, 한국관광공사가 발굴·지원한 스타트업들도 또 다른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올해는 이러한 대결구도를 주시해야겠다. 

2020년에는 매출 급감으로 세중과 롯데관광개발의 주식매매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상장기업의 경우 개별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5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실질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또 다른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우리 항공 역사상 양대 항공사 통합은 엄청난 이슈다. 대한항공은 기자회견을 통해 초기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별개로 운영하다 추후 중복 노선을 없애고, 아시아나항공의 모든 인원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생항공사들도 모두 날아올랐다. 국제선 위주로 운항하겠다는 기존의 사업계획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국내선 운항, 화물사업 진출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인원 충원이나 항공기 도입 전에 코로나가 터져서 기존 항공사들보다 고정비는 다소 줄일 수 있었겠다. 

코로나 시대 새롭게 등장한 랜선투어와 무착륙 관광비행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에서 생방송으로 소통하며 진행하는 랜선투어는 심지어 흑자라고 한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2022년 6월까지 운영된다. 관광청·면세점 협업으로 아직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진행 및 정리=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