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여행은 백신 접종률에 따라 수요가 발생했다.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을 통해 여행심리를 뜨겁게 달궜고, 미국유럽에 이어 오랫동안 굳게 문을 닫고 있었던 호주캐나다 등도 외국인 여행객에게 국경을 오픈하며 해외여행 회복세에 힘을 보탰다. 이미 한 차례 여행시장에 불을 지폈던 장거리 지역은 올해도 부스터샷(추가접종) 접종률과 치료제 보급에 따라 빠른 회복 속도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양주
여행 재개…수요는 점진적으로 증가

올해도 마리아나관광청은 트래블 버블 지원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사이판 월드 리조트 산책로 포토존 / 여행신문 CB

지난해 여행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지역으로 괌사이판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사이판에는 약 6개월 동안 한국인 여행객 8,000여 명이 방문했고, 항공사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던 괌으로 정기 노선을 속속 재개했다. 올해도 가깝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덜한 괌사이판의 인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사이판은 지난해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은 이후 점진적으로 여행객이 늘었다. 마리아나관광청이 항공 운임이나 숙박, 코로나19 PCR 검사, 액티비티 등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 지원을 이어가며 상품가를 낮췄고 두 지역 정부가 여행을 허용한다는 면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사이판은 올해도 트래블 버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만큼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인 여행객의 여행을 위한 지원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선 1월 한 달 동안 현지에서 받는 코로나19 PCR 검사 비용과 확진시 현지 치료비, 여행 바우처 100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인 지원책도 고민하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고, 상황에 따라 방역 지침을 강화하면서 멈추지 않고 안정적으로 진행해왔다”며 “올해도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괌 역시 올해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여행지다. 지난해 말 항공사들 사이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노선으로 떠올랐는데, 가까우면서도 여행 제약이 덜하고 괌 현지인들의 높은 백신 접종률 등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었고 괌정부관광청의 한국시장 지원까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괌정부관광청은 항공 공급을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수요를 이끌어내는 쪽으로 지원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재개 계획을 미룬 공급석은 상황에 따라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5일부터 한국인 백신 접종자들은 호주로 무격리 입국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여행신문 CB
지난해 12월15일부터 한국인 백신 접종자들은 호주로 무격리 입국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 여행신문 CB

오랜만에 호주도 분주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인 백신 접종자들의 격리 없는 호주 입국이 가능해지면서다. 국경 오픈 초기 그동안 오가지 못했던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친지방문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여행사들도 최근 기본적인 여행 상품 재정비를 마치고 수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호주관광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자가격리 10일 의무가 해제되면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광고를 통해 항공권, 여행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랜딩 페이지를 오픈할 계획이다”라며 “약 2년 만에 국경이 열린데다 코로나19 이후 깨끗하고 한적한 자연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진 만큼 다양한 지역의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시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뉴질랜드는 백신 접종을 마친 뉴질랜드 시민과 호주 비자 소지자에게 1월17일부터 국경을 재개방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2월로 연기했고, 이밖에 외국인 여행객 대상으로는 4월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미주
특별한 목적 없는 여행, 치료제가 좌우?

LA 할리우드 힐스에 설치된 할리우드 사인 / 여행신문 CB

미주 지역은 당분간 샌프란시스코, 뉴욕, LA, 밴쿠버, 토론토 등 유학생이나 상용 수요가 활발한 도시와 하와이, 칸쿤 등 신혼여행으로 인기 있는 휴양지 중심으로 수요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방문 수요로 일반적인 레저 목적의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스터샷 접종률과 치료제 보급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해외여행 회복 전망의 지표는 ‘백신’으로 꼽혔다. 백신 접종률에 따라 국경이 열리거나 닫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백신 접종을 일찌감치 시작한 미국은 국내여행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자국민의 다른 국가 여행은 물론 외국인의 미국 여행에 대해서도 모두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올해는 부스터샷(추가접종) 접종률과 치료제가 또 하나의 회복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일반적인 여행의 경우 여행심리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에 치료제에 대한 효능이 입증될 때까지 시간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며 “부스터샷 접종률과 치료제 보급량에 따라 회복 시기와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주 지역 관광청들은 올해 여행시장 회복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지난해 한국사무소에서 연락사무소로 역할을 축소한 캐나다관광청은 올해 다시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시작할 예정으로 시기를 조율 중이며, LA관광청은 트레이드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뉴욕관광청과 하와이관광청 등 주관광청들도 항공사와 여행사들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활발한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방역 상황이나 출입국 조건 등에서 한국이 가장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열리면 간다, 발 빠른 여행객 기대 

유럽 각국의 출입국 규정이 제각각임에 따라 당분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일정보다 1~2개국 여행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첼암제 / 여행신문 CB
유럽 각국의 출입국 규정이 제각각임에 따라 당분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일정보다 1~2개국 여행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첼암제 / 여행신문 CB

유럽은 지난해 백신 접종자의 무격리 여행이 가능해진 이후 빠르게 회복 양상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첫 단체 패키지여행 팀도 가장 먼저 유럽으로 향했고, 하반기부터는 2030 젊은 세대들의 자유여행 목적지로도 인기가 높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정상적인 여행이 가능해지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유럽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가 비교적 덜한 편에 속했다.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제한을 완화하며 유럽 간 이동도 빠르게 정상화된 케이스다. 또 백신 여권과 같은 출입국 관련 시스템이 일찍 정립됐고, 이에 대한 적응 속도도 빠른 편이라 새로운 기준이나 조건이 제시되더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럽은 빠르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여행객을 맞이한 경험이 있고, 또 알음알음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도 있는 만큼 여건만 다시 완화된다면 즉각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난제는 유럽 각국의 출입국 규정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3~5개국까지 여러 나라를 엮어 일정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았고, 이는 유럽 여행의 장점이자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각국의 입국 규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동선을 정하는 데 다소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A국가에서 B국가로 가는 건 불가능한데, B국가에서 A국가로 가는 건 가능한 경우도 있어서 각국의 출입국 규정이 여행 상품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방문하는 국가가 많아지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복잡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1~2개국 안으로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는 여행 상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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