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자가격리 면제 등 출입국 지원 절실
새해부터 사기 저하…테크 플랫폼 움직임도 주목

 

여행업계는 오락가락한 대내외적 변수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물음표로 가득한 상황에 따라 여행사들의 사업 계획은 그 어느 때보다 탄력적이며 빠른 템포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출입국과 관련된 정부의 결정이 여행업계의 영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해외여행 시장은 백신 접종률과 출입국 규제 완화와 맞물려 움직였다. 지난해 5월,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백신 접종자 대상의 자가격리 면제가 시행되며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여행사들은 여행이 가능해진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와 지역부터 관련 상품들을 재정비하고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각종 기획전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도모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여행 단체 패키지 팀이 만들어지고 실제 여행으로도 이어졌다. 한때는 한정된 지역과 수요 사이에서 여행객을 잡기 위한 초특가 상품들이 쏟아지며 불필요한 저가 경쟁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여행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차원에서는 효과적이었다. 

실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지난해 1~11월 모객 실적<표>을 보면 실적은 5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사이판, 싱가포르와의 트래블 버블 체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까지 이어지며 느리지만 확실히 플러스 지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각국의 출입국 규정이 강화되고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10일 의무를 시행하면서 여행업계는 다시 찬바람을 맞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여행사들은 자가격리 조치로 무더기로 발생한 취소를 처리하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조치는 2022년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1월6일에서 2월3일까지로 연장됐고, 입국시 제출해야하는 PCR 검사 기준도 강화됐기 때문에 당분간 해외여행 영업은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처럼 확산세에 따른 규제 강화와 완화의 반복 속에서 올해 여행사들의 사업계획은 미궁에 빠졌다. 한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운영관리 차원에서의 밑그림만 그리고 구체적인 영업 계획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겠다는 기조다. A여행사 관계자는 “대략적으로 정해놓긴 했지만 막연한 그림일 뿐이라 외부에 공유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단계적 회복세에 맞춰 영업 재개 시기와 방법 등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B여행사도 “변동성이 큰 만큼 영업 계획은 한두 달 단위로 계획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의 싸움 속 여행사들의 사업 계획도 미궁에 빠졌다 / 픽사베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의 싸움 속 여행사들의 사업 계획도 미궁에 빠졌다 / 픽사베이

결국 올해도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코로나19 확산세와 출입국 규제, 치료제 보급 등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원활한 항공 공급과 안정적인 국내외 영업 환경의 기반이 갖춰진다는 전제가 실현되면 회복 속도는 지난해보다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여파는 최소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C여행사 관계자는 “정부가 출입국 규제를 강화하면 여행업계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트래블 버블 체결을 확대하거나 조건을 붙여서라도 입국 규정을 완화하는 쪽으로 최소한의 영업이 가능하도록 협조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물음표로 가득한 안개 속에서 올해는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업계를 떠나거나 이미 떠났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복직의 기약을 알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고, 복직하더라도 정상적인 영업 회복 속도가 외부 변수로 크게 좌지우지 되는 만큼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여행사들도 지난해 하반기 조금씩 인력을 늘리고 있던 중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연초부터 다시 출근 일수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D여행사 관계자는 “오랜만에 복직한 직원들을 다시 휴직시킬 수는 없고 우선은 근무 시간을 줄이고 재택근무 등 탄력적으로 업무를 유지할 예정이지만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꺾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수합병된 신규 플레이어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야놀자가 인터파크의 여행항공공연쇼핑 등 사업부문 70%를, 여기어때가 온라인투어 지분의 20%를 인수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부터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테크 중심의 플랫폼들이 전통 여행사의 노하우와 브랜드 로열티를 활용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코로나19로 혼돈에 휩싸인 여행업계를 재편하는 강자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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