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도시, 강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마치 ‘A’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A로부터 초대장이 왔다. 집결지는 A의 머리다.

 

●강진군 병영면


강진의 생가
전라병영성지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은 강진의 발상지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영면의 중심에 있는 ‘전라병영성지’가 그 주인공이다. 전라병영성지는 1417년에 초대 병마절도사 ‘마천목’이 축조하여 1895년 갑오개혁까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 지휘부였다.

강진현(康津縣)이라는 지명은 당시 도강현(道康縣, 병영면의 고려시대 지명)의 ‘강’과 탐진현(耽津縣, 강진읍의 신라시대 지명)의 ‘진’을 합하여 만든 것으로, 광주목(光州牧, 지금의 광주광역시)에 있던 전라도 병영을 1417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축하면서 부르게 된 것이다. 즉, 전라병영성지는 1896년 8월4일에 개편되어 지금까지 사용되는 ‘강진군’이라는 지명의 생가인 셈이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소실되며 폐허가 된 전라병영성지가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해는 문화재로 지정된 1997년이다. 1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전라병영성지는 복원공사를 통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채비를 하고 있다. 먼저 복원된 둘레 1,060m, 높이 3.5m의 웅장한 성곽을 따라 거닐며 찬란했던 전라병영성지의 과거를 그려 본다. 1895년 폐영 당시에 1,889개의 가옥에서 5,973명이 거주하였다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새삼스럽다.
 
주소: 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성로 175 외

 

7년을 살았죠
한골목 옛 담장


전라병영성지 동문 맞은편으로 네덜란드식 담장이 들어섰다. 이렇게 한적한 시골 마을에 네덜란드식 담장이라니. 사연은 이러하다. 1653년에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스페르웨르호’는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다. 스페르웨르호에 탑승 중이던 헨드릭 하멜을 비롯한 네덜란드인 일행은 오랜 풍파를 거쳐 1656년부터 7년간 강진에서의 유배 생활을 겪게 된다. ‘한골목 옛 담장’은 당시 하멜 일행이 강진에 머물며 전수한 네덜란드식 담장이다.

아래에는 큰 화강석을 쌓고, 중간부터는 어른의 주먹만 한 돌을 15도 정도로 눕혀 엇갈려 쌓았다. 약 2m 높이의 담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얹어 한국식 담장과의 조화를 이뤘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조선에 억류된 13년 중, 7년의 세월을 보낸 ‘한골목길’은 하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하멜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라병영성지 맞은편 하멜기념관으로 향하자. 하멜기념관에서 하멜의 생애와 업적, 강진 생활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병영면 지로리 291-1 외

 

해산물 사이의 홍일점
병영 돼지불고기 거리


병영면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세류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약 350m 구간의 ‘병영 돼지불고기 거리’가 그곳이다. 사방이 바다인 해안 지역에서 돼지고기가 유명하다니,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병영 돼지불고기는 조선 시대부터 전해지는 관련 일화가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진의 음식이다.

역사가 오래됐다고 특별한 양념법이 있는 건 아니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에 마늘과 간장, 설탕과 고춧가루를 버무리면 끝이다. 이 흔하디흔한 돼지불고기 양념을 살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연탄이다. 시뻘건 연탄불에 한껏 달궈진 돼지고기 사이로 양념과 함께 불향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노릇하게 익은 돼지불고기에 파채를 얹으면 끝난다. 화룡점정으로 돼지불고기와 함께 나오는 독특한 남도식 상차림까지. 콩가루 대신 깻가루와 상추 대신 무잎이 올라갔다. 제철을 맞아 밴댕이 젓갈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주소: 전남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 317-3 


●강진군 강진읍


강진만을 품은 짱둥어탕
강진만 갯벌탕


갯벌탕은 갯벌에서 나는 짱뚱어로 끓여 낸 ‘짱뚱어탕’을 뜻한다. “짱뚱어는 햇볕을 쬐고 살기에 비린내가 없구만이라. 온도에 민감하고, 갯벌 위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서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이지라. 쇠고기의 단백질이 60%라면, 짱뚱어의 단백질은 84%로 보양식이 따로 없지요잉.” 14세 때부터 58년간 짱뚱어를 잡고, ‘강진만 갯벌탕’을 34년째 운영 중인 짱뚱어 박사, ‘이순임 여사’의 짱뚱어 사랑은 남다르다.

짱뚱어탕은 짱뚱어의 살을 발라내고 머리뼈를 갈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얼핏 보면 추어탕과 비슷하지만, 짱뚱어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서너 번은 먹어 봐야 비로소 그 맛을 안다는 것이 이순임 여사의 소회다. 짱뚱어탕을 무난히 맛보았다면 짱뚱어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전골, 튀김, 회에도 도전하자. 짱뚱어는 동면을 취하는 11월 중후반부터 4월을 제외하고 낮 기온이 18도를 넘는 날 강진만 갯벌에서 만날 수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강진읍 동성로 16 
영업시간: 매일 07:00~20:30(매달 1, 15일 휴무)

 

1,131종의 생물+1
강진만 생태공원


강진군의 중심에는 탐진강과 강진만이 함께 만들어 낸 자연의 합작품이 있다. 바로 ‘강진만 생태공원’이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둑이 없는 열린 하구로, 기수(해수보다는 염분이 적고 담수보다는 염분이 많은 물) 지역이 넓게 형성되어 남해안 11개 하구의 평균보다 2배 많은 1,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가을철에 가장 눈에 띄는 생물은 오리다. 청둥오리, 흰죽지 등 그 종류도 많다. 제각각 생김새는 다르지만, 먹이를 찾아 갯벌을 들쑤시고 다닌 통에 거뭇해진 주둥이를 보아하니 강진에서 나고 자란 쌍둥이가 따로 없다. 청둥오리의 호위를 받으며 바람개비 4,000개가 줄지어 선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거대한 갈대 군락지 사이에 들어서게 된다. 갈대가 황금빛으로 물들고 성인 키 높이만큼 자라는 가을과 겨울은 강진만 생태공원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바람을 탄 갈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하염없이 걸으며 잠시나마 1,132종의 생명 중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강진읍 남당로 97-111 

 

●강진군 마량면

마량에 가고 싶다
마량향 & 강진만


최근 <미스터트롯>의 우승자, 가수 ‘임영웅’이 부른 노래, ‘마량에 가고 싶다’로 인해 마량면의 열기가 뜨겁다. 사랑의 그리움을 담은 애절한 가락은 마량이 생소한 이마저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강진 최남단에 있는 마량면은 강진만을 낀 작은 항구마을로, 그 중심에는 천혜의 미항으로 손꼽히는 마량항이 있다. 마량(馬良)이라는 지명은 과거 한양으로 통하는 제주마의 유일한 해상 관문이었기에 붙여진 것이다. 과거에 제주도의 말이 마량항을 드나들었다면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임영웅의 팬이 마량항을 드나든다. 마량항에서는 노랫말에 등장하는 ‘까막섬’과 ‘고금대교’를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낚싯대와 배 한 척을 빌려 직접 바다로 나서 보는 것도 추천한다. 청정지역 강진만의 자연산 감성돔과 장어, 낙지, 주꾸미 등을 낚을 수 있다.
 
주소: 전남 강진군 마량면 미항로 150

 

A의 오른 다리
카페 벙커


강진만의 하루는 언제나 태양과 함께한다. 강진만 위에 우뚝 선 ‘A’의 든든한 두 다리 덕분이다. 동이 틀 때 왼쪽 다리에 머물면 강진만 위로 차오르는 희망찬 여명을, 해 질 무렵 오른쪽 다리에 머물면 강진만을 붉게 물들이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강진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A의 오른쪽 다리에 있는 ‘카페 벙커’를 찾았다. 2층의 커다란 통창은 강진만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일등석이다. 석양보다 더 샛노란 ‘망고패션후르츠’에는 강진의 새콤달콤한 하루가 담겼다. 내일의 강진에는 어떤 태양이 떠오를까? 다산초당, 강진 한정식 그리고 A의 허리와 왼 다리. 아직 맛보고 즐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A의 다음 초대장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주소: 전남 강진군 마량면 까막섬로 73 
영업시간: 매일 11:00~20:00(매주 월요일 휴무)

 

글·사진 최재원  취재협조 강진군 문화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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