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달러에 양성 결과를 음성으로 변경
신원확인도 검사체제도 허술…신뢰도↓
느슨해진 국내 검역 "허울뿐이다" 지적

해외 곳곳에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얻기 위한 별의별 꼼수와 편법이 꿈틀대고 있다. 암암리에 검사를 대행하거나 음성 결과 조작이 벌어지는 가운데 느슨해진 국내 검역 관리까지, 해외입국자 대상의 코로나19 검사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5월 현재 PCR 음성확인서를 미소지한 내‧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입국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입국 48시간 전과 귀국 후 1일차 코로나19 검사가 필수인데, 제보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서 PCR 검사를 대행해주거나 비용을 받고 음성확인서로 조작해주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해외 곳곳에서 코로나19 검사 대행 등 편법으로 음성확인서를 얻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최근 해외 곳곳에서 코로나19 검사 대행 등 편법으로 음성확인서를 얻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최근 터키로 출장을 떠난 A씨는 입국 48시간 전 호텔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는데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를 확인한 직후 A씨는 검사 결과를 전달한 담당자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300달러를 지불하면 검사 결과를 음성으로 바꿔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증상이 없었던 A씨는 항공 일정 변경과 격리 등을 고민하다 200달러로 협의해 10분 만에 음성확인서를 전달받고 무사히 귀국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씨는 귀국 후 1일차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한동안 ‘처음부터 음성이었는데 양성으로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검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B씨에 따르면 최근 양성 판정을 받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확진자의 여권으로 검사를 대행하고 비용을 받는 업체가 알음알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인의 이목구비를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현지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에 장기 체류 중인 C씨는 “여권 사진과 실물 비교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많아 비감염자가 타인의 검사를 대신 받아주는 일이 많다”며 “혹시라도 까다롭게 확인할 경우 약간의 비용을 내면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콧속에 면봉이 들어가는 깊이도 충분하지 않아 검사 자체를 믿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내 검역 시스템도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검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행기 탑승 전 예방접종 증명서와 PCR 음성확인서, 여권 정보, 건강 상태 정보 등을 입력해 QR코드로 검역 서비스를 받는 검역정보 사전 입력 시스템(Q-Code)을 도입했다. 하지만 막상 공항 검역 단계에서 해당 정보들을 QR코드가 아닌 서류로 직접 확인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데다 귀국 후 1일차 PCR 검사도 주말‧공휴일 등 운영시간에 따라 2일차, 3일차까지 미뤄지는 일도 빈번하다. 음성확인서를 분실했다는 핑계도 유야무야 통했다는 후기도 전해졌다. 게다가 해외에서 발급받는 음성확인서 과정에도 구멍이 생기자 이제 입국 조건으로 코로나19 검사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입국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방역 지침은 확연히 보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부터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확진 판정으로 인정해오고 있고,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해외입국자에 대해서는 이제야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오는 23일부터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5월6일부터 12일까지 해외유입 1일 평균 확진자수는 23명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5월16일부터 공항과 항공기 내 마스크 의무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국가‧지역은 지난 4월 말 24개국에서 5월12일 기준 32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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