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여행 20년 리포트 200205-202206
상-해외여행 20년 주요 사건과 영향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박람회와 스포츠 행사들은 국민 해외여행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픽사베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박람회와 스포츠 행사들은 국민 해외여행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픽사베이

●국제 이벤트 

월드컵과 해외여행의 역설적 관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박람회와 스포츠 행사들은 국민 해외여행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행사가 성공적일수록 역설적이게도 해외여행 심리는 차가워진다. 우리나라 축구팀이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기록한 2002년 상반기가 그랬다. 온 나라가 해외여행보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연초를 제외한 상반기 전체 해외여행 시장은 꽁꽁 얼었다. 평창올림픽,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렸던 시기 전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해외여행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기도 한다. 2017년은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해외여행을 이끌었던 해다  /여행신문 CB
해외여행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기도 한다. 2017년은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해외여행을 이끌었던 해다  /여행신문 CB

●해외여행 수요를 견인한 사회적 배경


주말이 생겼다  

2004년 7월, 우리나라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주5일로 바뀌었다. 공공기관의 시간표가 바뀌면서 주5일제는 점차 민간으로 확대됐고, 오롯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주말이 생기면서 국내외 여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휴가를 내지 않더라도 짧은 비행 시간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일본이나 중국, 홍콩 등이 주말 해외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해 1박 또는 2박하고 귀국하는 ‘밤도깨비’ 여행이 유행하게 된 것도 주5일제 시행 효과다. 그런 의미에서 2014년부터 시행된 대체공휴일제도 해외여행 시장에는 호재다.

 

너도 나도 해외여행

해외여행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기도 한다. 2017년은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해외여행을 이끌었던 해다. 그해 트렌드 키워드로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를 꼽을 수 있다. 한 번뿐인 인생 중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로 당시 수많은 소비자들이 욜로를 실천하기 위해 해외여행에 지갑을 열었다. 특히 홀로 떠나는 여행과 퇴사 후 해외여행이 유행처럼 번졌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 특급 호텔을 선호하는 소비층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에서도 전 국민의 휴식과 여가를 권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 하루 연차를 사용하며 충분한 휴식이 곧 국가 경쟁력임을 강조했고, 입사 1년 미만의 근로자도 연간 최대 11일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2017년 국민 해외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18.4% 증가한 2,649만6,447명이다.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 

2000년대 인터넷 시대를 거쳐 2010년대에는 모바일의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항공권과 호텔, 여행 상품을 온라인으로 사고파는 유통 구조가 확대됐다.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상담과 예약, 지불해야 했던 이전과 비교해 혁신적인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스마트폰의 파급력은 해외여행 시장에 또 다른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과 앱 기반의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보다 쉽고, 간결하게 여행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게 도왔다. 오늘 예약하고 내일 떠나는 여행, 특가 항공권에 따라 목적지를 정하는 여행, 본인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항공과 호텔, 투어와 액티비티, 교통수단까지 예약하는 자유여행의 확대 등은 스마트폰 영향력의 궤도와 함께 했다. SNS도 한몫 더했다. SNS에 게시할 ‘인증샷’과 ‘인생샷’으로 해외여행이 빠질 리 없었다.

그 값이면 국내 대신 해외여행? 

2005년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항공사(LCC) 한성항공(현재의 티웨이항공)이 태동했다. 이후 새로운 날개들이 하나둘 펼쳐졌고 2010년대부터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2년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9곳에 달한다. 무료 서비스를 줄이고 기재를 단일화해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의 활약은 매년 두드러졌다. 국제선 항공 여객을 살펴보면 저비용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3%에서 2019년 29.5%로 주춤하는 기색 없이 껑충 뛰었다. 2010년대 국민 해외관광객 수도 감소한 적 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단거리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난 저비용항공사의 공급량에 비례해 경쟁도 치열해졌고 이는 항공 운임 감소로 이어졌다. 해외여행 경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항공 운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국내여행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면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에 동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대 유가가 비교적 저렴했던 덕도 컸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공동기획=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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