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의 ‘코로나 암흑기’에도 여행업에 대한 여행인의 애정과 열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업무 기반을 한층 다지고, 자신의 역할과 능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으로 여행을 떠나고, 영상을 통해 여행을 사고파는 시대.  중요한 마케팅 채널이 된 영상을 무대로 나선 여행인들이 있다. 숨길 수 없는 끼와 재치, 타고난 입담으로 존재감을 자랑하는 방송인 같은 여행인을 찾았다. 

 

●우리 회사 유튜브 주연은 누구? 

영상 미디어의 대표 채널, 유튜브다. 몇 년 전부터 여행사들도 채널을 만들고 차곡차곡 콘텐츠를 쌓고 있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가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진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보다는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생생한 정보 전달의 목적이 크다. 

허니문리조트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1~2개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데 인기 있는 신혼 여행지를 비교 분석하거나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객관적으로 리뷰하는 콘텐츠가 다수다. 그밖에도 쇼핑 아이템이나 ‘인생샷’ 명소, 프로모션 광고, 렌터카 이용법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도 여럿이다. 최근에는 칸쿤, 하와이, 몰디브 등 인기 신혼여행지의 주요 리조트들을 직접 브이로그 형태로 생생하게 리뷰하는 영상이 많이 등장한다.

영상 속 출연자는 모두 허니문리조트 직원이다. 전체 직원의 3분의1은 한번 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한다고. 그중에서도 ‘주연’은 홍진우 부장과 유대현 실장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아나운서·캐스터로 약 5년 경력을 가진 유대현 실장이 주로 기획을 맡는다(물론 출연도 한다!). 방송 경험이 있는 유 실장은 소위 ‘소비가 될 만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잘 안다. ‘빅 데이터 기반 2020 신혼여행지 Best 6’, ‘W 몰디브 리조트 강점, 약점, 기회, 위협, SWOT 분석’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유튜브 영상에 가장 많이 출연한 홍진우 부장은 화려한 ‘말발’을 자랑한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핵심을 짚어 말하는 스타일이다. 순간순간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기도 한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던 홍 부장은 코로나19로 여행이 멈췄던 지난해, 얼마 남지 않은 몇몇 직원들과 새로운 영역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허리(허니문리조트)구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Grip)에서 그간 해외여행지에서 인기가 많았던 제품들을 판매한 것.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 재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한진관광의 유튜브 채널 ‘훗훗한TV’도 월 2~3개씩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주로 한진관광에서 판매하는 호캉스 및 해외여행 상품, 수입 제품 등을 직원들이 직접 이용해본 후기 영상이 많다. 지난해에는 ‘방구석 랜선여행’도 인기를 끌었다. 

훗훗한TV에는 법인영업그룹 이관주 그룹장이 단독으로 이끄는 코너가 있다. 이 그룹장은 ‘여행 싫어하는 여행사 직원이 전하는 여행이야기’를 콘셉트로 홀로 이야기를 펼친다. 유일하게 대본 없이 진행돼 ‘애드리퍼’라는 코너명을 얻었다. 혼자지만 어색함 없이 차분하고 매끄럽다. 관전 포인트는 그의 솔직함에 있다. ‘여행을 싫어한다, 집에서 쉬는 게 좋다’, ‘한진관광은 올드(old)하다. 왜 그럴까?’와 같이 솔직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 웃음을 얻는다. 편집팀 관계자에 따르면 주옥같은 ‘미방송’ 영상이 아쉬울 따름이라는 소문이 있다. 

 

●크리에이터가 된 인솔자 

유튜버 ‘미니멀유목민’은 10년 넘게 전 세계를 무대로 인솔자와 가이드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프리랜서로 인솔자와 가이드를 하면서 여행작가로도 활동했다. 유튜브 영상마다 본인을 ‘미니멀유목민, 미니멀리스트, 여행작가 박 작가’라고 소개하는 그는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글로벌 거지 부부>의 저자다. 

박 작가<사진>가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9년 경이다. 어떻게 하면 책이 많이 팔릴까, 고민하다가 스스로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차피 거의 매일 마이크를 잡고 말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미니멀유목민 채널이 성장하게 된 계기는 ‘인솔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동부 지중해 크루즈 10일 여행을 인솔자로 다녀오는 ‘업무 현장’을 솔직하게 담은 영상으로 조회수는 1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그는 이후에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모습과 여행에 관한 콘텐츠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동시에 가이드·인솔자로서의 현실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슬프게도 미니멀유목민은 코로나19로 시간이 많아진 덕분에 성장한 케이스다. 일감이 끊기면서 부업으로 생각했던 유튜브가 자연스럽게 본업이 됐다. 해외여행이 재개된 지금은 고민이 많다. 인솔자와 가이드에게 출장이란 24시간 업무 모드라는 현실 때문이다. 한번 출장을 떠나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유튜브 영상에 소홀해질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지난 9월 말 인터뷰 당시 며칠 후 가이드로서 유럽 출장을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본업이었던 인솔자·가이드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당분간’, ‘잠정적’이라는 여지는 남겼다. 그러니 운이 좋다면(?) 언젠가 여행에서 인솔자로, 가이드로 박 작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획자의 ‘라방’ 

영상 미디어 시대는 라이브 커머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상품을 사고판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도 하나투어를 비롯해 노랑풍선, 인터파크, 야놀자 등이 홈페이지에서 자체적으로 라이브 방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그밖에 네이버·카카오 쇼핑 라이브나 쓱 라이브, CJ온스타일, 그립 등 전문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이용하는 여행사들도 많아졌다. 

하나투어 라이브 커머스 채널 '하나LIVE' / 캡쳐 
하나투어 라이브 커머스 채널 '하나LIVE' / 캡쳐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나투어의 라이브 커머스 채널 ‘하나LIVE’를 그랜드 오픈했다. 초기 방송 횟수는 월1회 정도였는데, 지난 1분기에는 월2회, 2분기부터는 주1회로 확대했다. 고객 접점을 확대하면서 시청자수도 급증했고 국내외 한정 특가 상품과 다양한 특전으로 주요 판매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방송 횟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10월부터는 주2회 방송으로 편성을 확대하고 긴급 특가 상품 등을 ‘게릴라 LIVE’를 통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하나LIVE 방송은 주로 전문 쇼호스트가 출연했는데 얼마 전 실험적으로 상품 담당자가 직접 방송을 한 결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그래서 하나투어는 지난 9월 아예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쇼호스트에 도전할 직원 8명을 선발하고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도전장을 내민 직원들은 약 4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하나LIVE 쇼호스트로 선발된 유럽상품1팀 김종서 수석은 스스로 재미를 찾는 편이다. 벌써 몇 년 전 하나투어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도 여러 번 참여한 이력이 있다. 본인을 ‘관종’인 편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은 여행과 일에 대한 열정이다. 쇼호스트로 참여하면 자신이 기획하고 만든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의 하나LIVE 방송 일정은 10월 초 기준 아직 미정이다. 조만간 전문 쇼호스트 없이 홀로 카메라 앞에 설 예정이다. “여행을 만든 사람이 진행하는 방송에서는 왜 이러한 일정이 만들어졌는지 디테일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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