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신문이 우직하게 걸어온 2,000걸음에는 한국 여행산업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지령 2,000호를 맞아 지난 30년간 여행신문에서 조명한 시대별 주요 이슈와 변천사를 살폈다.  

●Part 1  
여행업 도약의 첫 걸음
▷1호 1992년 7월10일~ 390호 2000년 2월28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직후인 1990년대 여행업은 법·제도 마련, 국경 개방 등으로 본격적인 발전 궤도에 올랐다. 

누구나 어디든 해외여행 

이제는 명실상부 아웃바운드 대표 시장인 중국과 베트남 여행이 자유로워진 건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특정국가 여행에 대한 세부 지침’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 여행에 제한을 두다, 베트남(1993년)과 중국(1994년)을 차례로 대상 국가에서 제외했다. 사전에 여행허가를 얻고 신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후 중국과 베트남 항공 노선 개설이 러시를 이뤘고, 여행업계에서도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1992년에는 대한항공이 남미 대륙에 취항해 전 세계 6대주에 모두 날개를 펼쳤고,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노선에 첫 취항하며 양대 국적사의 복수취항 시대를 열었다. 

한국여행의 물꼬를 트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기반이 마련됐다. 1993년 한시적으로 허용된 일본인의 무사증 입국은 이후 거듭 연장됐고, 2006년 한일 양국이 관광비자를 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호 비자면제 국가로 거듭났다. 중국 인바운드는 1998년 제주도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고, 중국 정부가 9개 성시의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여행을 허용하면서 본격화됐다. 2000년에는 거주지에 관계없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여행이 전면 자유화됐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서울시티투어도 1996년 첫 선을 보였다. 

여행업 기반 공고히

1990년 초까지만 해도 관광산업은 호화사치를 주도한다는 누명을 쓰고, 여신규제 대상 지정과 세법상 불이익 등 고초를 겪었다. 이후 1992년 관광사업이 소비성 서비스업에서 제외되며 업계는 한숨 돌렸고, 1995년부터는 단기 해외여행시 1인당 기본 경비를 1만 달러까지 허용하기 시작했다. 여행자 피해보상 규정도 마련됐다. 1993년 당시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은 해외여행 취소료 규정과 위탁수하물 관련 손해배상 규정을 마련했다. 여행계약서 교부가 의무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한일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호텔 객실 확충 등 국내 관광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었고, 현재 항공권이나 선박이용료에 포함해 징수 중인 1만원 상당의 관광진흥개발기금도 1997년부터 시작됐다. 

외환위기에 줄줄이 도산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순항하던 아웃바운드 업계는 IMF 외환위기를 맞닥뜨렸다. 구조조정, 사무실 축소 등 자구책을 벌였지만 연이은 부도를 피할 수는 없었다. 외국 항공사와 주한 외국관광청의 철수도 잇따랐다. 1997년 말부터 차례로 터키항공, 에어뉴질랜드, 콴타스항공, 영국항공 등이 운항을 중단했다. 역설적이게도 1998년 외국인 관광객은 최초로 400만명을 돌파했다.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주목받은 결과이다. 


●Part 2
성장통 겪은 여행업계 

▷391호 2000년 3월6일 ~ 1,500호 2012년 11월19일 

2000년대는 전염병,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여행업의 가파른 성장을 이룩한 시기다. 온라인 전환, '제로컴(Zero Commission)' 등장 등 체질적인 변화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시대 개막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항공 노선은 빠르게 확대됐다. 세부퍼시픽항공, 카타르항공 등 외국 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했고, 뉴질랜드, 태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전 노선에서 운항횟수가 증대됐다. 중국 노선은 2004년 1노선·1개국·1개사 원칙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2006년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운항횟수가 2배 가량 늘어나기도 했다. 중국과의 수교로 인해 8년간 단절됐던 타이완 노선은 2000년 타이베이 전세기를 시작으로, 2004년 정기 취항에 나서며 회복을 알렸다. 2005년은 토론토, 시애틀, 시카고, 알래스카 직항편이 운항되며 미주시장이 팽창했고,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등 국적 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며 항공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2007년), 진에어(2008년) 등이 잇따라 설립하면서 항공시장 재편에 속도를 냈다. 

크루즈 국내 상륙

국제크루즈선사들이 2000년대 초부터 한국시장을 두드렸다. 코스타크루즈(2001년)가 한국총판대리점을 개설했고, 실버시크루즈(2002년)는 설명회 등을 통해 브랜드 홍보에 주력했다. 2002년에는 스타크루즈가 평택-다롄(대련), 상하이크루즈는 목포-상하이 항로를 운항했다. 2003년에는 대규모 구미주 크루즈 여행객이 한국 기항지 관광을 하는 등 동북아 크루즈 시대를 열었다. 

여행업계에도 온라인 물결 

IMF 외환위기 직후 온라인 변화가 포착됐다. 2000년부터 B2C, B2B 대상 여행 플랫폼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1년 새 여행관련 사이트가 무려 1,000여개 생겼을 정도였다. 2002년에는 항공사들이 대리점 전용사이트를 연이어 개설했고, 인바운드 시장 역시 외국인 관광객 타깃 홈페이지 구축 ‘붐’이 일기도 했다. 2003년에는 국내선 항공에 전자티켓이 처음으로 도입됐으며, 인터넷 항공권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성장하는 등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됐다. 2010년 들어 OTA 영향력이 거세졌다. 영업, 조직구성, 서비스 등 모든 분야가 온라인 환경에 맞춰진 여행사가 슬금슬금 시장 장악력을 키웠는데, 아고다(2009년)와 익스피디아(2011년) 등 외국계 OTA들도 이때 국내에 상륙했다. 2000년대 후반 LCC의 등장으로 항공과 호텔을 별도로 예약하는 자유여행객이 급격히 늘며 변화는 가속화됐다. 

외생변수에 휘청

여행업계는 테러, 질병, 자연재해 등의 변수에 특히나 취약하다. 2000년대는 IMF 외환위기 여파, 9·11테러,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동남아 지진해일, 미국발 금융위기 등으로 여행업계가 휘청거렸다. 여행심리가 위축되며 여행사별로 구조조정과 무급휴업을 실시했고 여행사 부도설도 끊이지 않았다. 항공사들도 경기 침체와 유가 폭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11월 발생한 사스 사태는 여행업계에 전염병의 공포를 각인시켰다. 사스 발생 지역으로 알려졌던 중국과 홍콩, 베트남이 직격탄을 맞았고, 여행사 대부분이 수백 명 이상의 취소 요청을 받아야 했다. 인바운드 역시 단체여행객, 개별여행객, 기업체 고객 등의 취소가 연이어 일어났다. 다행히도 사스로 인한 위기는 오래가지 않아, 주요 여행사들이 3개월만에 정상 근무 체제로 돌아갔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여행업계는 또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급격한 환율 변동과 경기불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딛고 재기할 무렵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아웃바운드 주요시장인 일본이 휘청거렸다.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동남아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신규 목적지 발굴에 나섰고, 이때부터 동남아 여행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결사반대에도 제로컴

제로컴 시대가 도래했다. 1999년 7월 유나이티드항공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발권수수료를 9%에서 7%로 낮추며 변화는 감지됐다. 이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가 2001년 1월부터 ATR발권 대리점을 대상으로 발권수수료를 7%로 인하했고, KLM네덜란드항공, 에어프랑스, 일본항공, 에어캐나다 등 외항사도 동참했다. 당시 여행사들이 항공사에 철회 요청을 하기도 하고, 한국여행업협회가 항공사의 담합 여부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까지 들어갔지만 한 번 터진 수수료 폐지 물꼬는 막기 어려웠다. 2010년 대한항공이 항공권 판매수수료 자유화를 시행하며, 이를 대체하는 취급수수료(TASF)가 등장했다.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루프트한자독일항공도 제로컴 발권에 돌입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이듬해인 2011년부터 시행했다. ATR대리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로 촉발된 제로컴은 2012년 대부분의 항공사가 수수료를 폐지하며 자리 잡게 됐다. 

 

●Part 3
순풍과 역풍 사이의 여행    

▷1501호  2012년 11월26일 ~ 2000호 2022년 10월17일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여행산업이 순풍을 탔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역풍을 만나 고꾸라졌으나, 현재는 재도약을 위한 행보가 한창이다.

인아웃바운드 신기록 행진

각종 악재로 타격을 입었던 여행업은 2010년대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항공사들이 속속 증편 계획을 세우고 동남아 전세기도 활발했다. IMF 이후 중단했던 영국항공은 2012년 14년 만에 복항에 나섰고, 다음 해에는 아메리칸항공이 한국에 첫 취항했다. 호텔업계는 2012년 서울 주요 호텔 객실 점유율이 80~90%를 상회할 정도로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2012년 외국인 관광객 1,114만명이 한국을 찾으면서 인바운드 1,000만명 시대가 열렸고, 이후 상승세를 타며 2019년에는 역대 최대인 1,750만명을 기록했다. 아웃바운드도 날개를 단 듯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해외 출국자 수는 2,871만명으로 3,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악재 속 고군분투

여행업 상승세 속에서도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2017년 한국행 단체여행을 금지시키며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방한 외래관광객 수가 전년대비 22.7% 감소했다. 이듬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지역 외래객이 증가하며 인바운드 시장은 점차 회복세를 보였다. 2019년은 아웃바운드 신기록을 세웠지만 성장에 있어 어려운 한 해였다. 최대 시장인 일본 보이콧이 시작되며 항공업계는 일본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감편할 수밖에 없었고, 여행사들은 일본 부서 직원들을 전환 배치하고 일본을 대체할 여행상품 개발에 나섰다. 특히 일본 비중이 높았던 국적 LCC의 충격이 컸다. 이외에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등 각종 사고와 질병이 여행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코로나로 다시 좌절한 여행업계

전례 없는 위기였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코로나19는 약 3개월 만에 전 세계를 초토화시켰다. 2020년 각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국경을 닫았고, 외국인 입국 금지 또는 입국시 시설·자가격리 제도를 시행하며 해외여행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2020년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규모는 각각 전년대비 -85.1%, -85.6% 수준까지 고꾸라지며, 여행업체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코로나로 여행업 종사자 수는 2019년 10만3,311명에서 2020년 6만1,784명으로 40.2% 감소했다. 하나투어, NHN여행박사 등은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최소한의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유·무급휴직 등에 나섰다. 여행인들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며 3년간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다. 피해 규모는 물론 타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도 턱 없이 부족한 정부의 지원책에 여행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2021년 1월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과 관련해 첫 시위에 나섰고, 이후 산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위·집회·건의가 이어졌다. 올 1월에는 전국에서 여행업 종사자 300여명이 보신각 앞에서 불합리한 정부 정책과 지원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10월19일 ‘관광산업 생태계복원 전국관광인 총궐기대회’도 앞두고 있다. 

국내여행의 재발견

팬데믹 동안 국내여행은 성장했다. 세계 각국의 국경이 봉쇄되며 갈 곳을 잃은 여행객들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내여행 또한 팬데믹 초기인 202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2021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제주도는 지난해에만 1,196만명이 방문하며 2019년 입도객 수 1,356만명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했다. 

엔데믹으로 가는 길

2022년 코로나로 인한 여행제한이 대부분 해제되고, 여행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는 국경을 개방하며 해외여행객을 환영했다.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했던 호주와 뉴질랜드도 현재는 입국정책을 대폭 완화해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로운 입출국이 가능해졌다. 특히 10월11일 2년 7개월 만에 재개된 일본 무비자 입국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타 지역 대비 빠른 회복 움직임에 항공사는 일본 노선을 적극 증편하고 있고, 여행사는 일본 기획전을 실시하며 여행수요 회복을 꾀하고 있다. 

K-콘텐츠를 활용한 인바운드 유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K-POP을 필두로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대면행사가 가능해지면서 10월에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등과 연계한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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