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박스는 여행업을 잘 아는 여행인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여행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트립박스의 설계대로라면 궁극적으로 다이내믹 패키지까지 구현할 수 있다. 

●트립박스의 탄생

여행산업의 유통구조는 복잡하다. 항공, 호텔, 투어, 교통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공급자가 있고 이들의 상품을 B2B로 여행사에 판매하는 총판대리점(GSA), 해외 현지 행사를 핸들링하는 랜드사(DMC) 그리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여행사, OTA와 같은 판매자 등이 있다. 서로 간의 거래 종류도 다양하다. 수많은 공급자의 상품을 하나하나 조합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도 긴 여정인데 판매 채널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트립박스는 이 같은 여행산업의 유통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탄생했다. 2019년 8월, 여행 서비스를 판매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Pre A 시리즈 15억원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35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시스템 개발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트립박스는 ▲ERP ▲B2B 마켓 플레이스 트립포트(Triport) ▲웹 사이트 빌더 이지스트(Ezist) ▲채널 매니저 시스템까지 크게 4가지 핵심 서비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여행산업 유통 생태계를 구축했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서비스와 일정을 구성하는 다이내믹 패키지 상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구현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도 설정했다. 

 

●트립박스 언박싱

TRP  
| 여행 상품 공급사용 ERP 시스템

트립박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서비스는 ERP 시스템이다. 지난 8월 첫 오픈했다. 여행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다양한 상품을 업로드하면 각사의 홈페이지부터 B2B 전용 마켓 플레이스인 트립포트까지 연동돼 예약 관리, 정산, 고객 관리까지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호텔, 항공권, 투어, 교통, 골프 등 다양한 상품을 종류별로 무제한 등록 가능하다. 

트립박스 ERP 시스템에서는 데이터 표준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호텔 상품의 경우 현장 결제 여부는 물론 신청금 납부 기준일을 투숙일 기준으로 할지, 체크인 기준으로 할지 선택할 수 있고, 트립박스가 모아 놓은 대표 관광명소의 위치 정보와 사진 데이터 약 20만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옵션을 결합해 복합 상품을 생성할 수 있고, 한 화면에서 상품 종류별 재고와 판매 수를 확인하고 변경하는 등의 상품 관리가 가능하다. 신규 예약, 변경, 취소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알림이 발송되고 예약 인원과 연령, 체크인 날짜, 숙박 기간에 따라 최소 상품 수량을 산출하며 투숙인원 추가 등 추가 요금이 발생할 경우 요금을 자동 산출해주기도 한다. 

내년 1분기 경에는 영어 버전을 비롯해 핵심 기능을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ERP 서비스도 추가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트립포트 Triport 
| 여행 사업자용 B2B 마켓 플레이스

트립박스는 여행 상품 공급처를 찾기 어려워 대형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여행사가 제공하는 상품만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중소여행사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봤다.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항공, 호텔, 투어 등 각각의 여러 판매처를 통해 일정을 조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결하고자 했다. 

트립포트는 공급사들이 ERP 시스템에 등록한 상품을 한데 모은 공간, B2B 마켓 플레이스라고 볼 수 있다. 트립포트를 통해 여행사들은 각각 필요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패키지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대량(블록)으로 판매하는 객실이나 항공권도 조회 및 예약까지 가능하며, 항공권의 경우 2개월 안에 실시간 항공 시스템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트립포트는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UI·UX, 다양한 필터 기능을 탑재해 입점 여행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또 별도의 대리점 가입 절차 없이 B2B 마켓플레이스 계정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조회하고 예약할 수 있는데, 각 여행사별 판매 수수료는 일괄 자동 정산해 트립박스가 지급한다. 인센티브 견적도 여기저기 수소문하거나 요청할 필요 없이 간단한 요청서만 등록하면 다수의 공급자들이 견적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에스크로 서비스를 도입해 환불과 취소료 부가 비용 등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한 한편 판매 대리점이 각 공급업체에 여행비를 분할 지급하는 프로세스도 개선했다. 

트립박스는 12월부터 적극적으로 여행사 모집에 나선다. 여행업 등록이 되어있는 여행사라면 누구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지스트  Ezist 
| 웹 사이트 빌더 

트립박스는 홈페이지 제작도 무제한으로 무료 지원한다. 이지스트에서 쉽고 간단하게 원하는 사이즈와 카테고리로 디자인할 수 있다. 메이스샵, 카페24 등 홈페이지 제작을 무료 지원하는 기존 웹 사이트 빌더도 여럿이지만 이지스트의 경우 트립박스 ERP에 등록한 상품을 자동으로 연동하는 반응형 홈페이지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보다 효율적이다. 결제 시스템도 갖췄다. 트립박스 PG를 사용할 수 있고, 요청시 변경도 가능하다. 12월 현재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채널 매니저 시스템 CMS 
| 오픈 마켓 통합 판매 시스템 

트립박스 ERP의 채널 매니저 시스템 기능으로 지마켓, 11번가, 옥션, 쿠팡,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커머스 채널에도 동일하게 상품을 자동 등록할 수 있다. 채널 매니저 시스템 기능을 이용하면 ERP를 사용하는 공급사가 직접 판매 관리하거나 트립박스가 판매 관리를 대행할 수도 있다. 현재 막바지 개발 단계로 내년 2월 경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Interview  
트립박스 이승 대표
“복잡한 거래는 이제 그만! 여행 유통 구조 좀 바꿔봤습니다”

트립박스 이승 대표

트립박스는 IT 기술이 더 나은 여행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여행업계 거래에서 발생했던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양질의 여행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이다. 트립박스 이승 대표를 만나 새로운 여행 유통 구조의 그림을 살펴봤다. 


-트립박스에 대해 소개해달라. 

패키지여행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민했다. 패키지여행은 분명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이 있지만 개개인의 니즈를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아무리 잘 만든 상품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분명 비우거나 교체하고 싶은 일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의 세부 일정을 커스터마이징하고 고객의 선택이 가격에 바로 반영될 수 있는 다이내믹 패키지를 구현해야겠다는 의지가 컸다. 2019년 8월, 여기에 뜻을 모은 6명이 트립박스 창업 멤버다. 

패키지 일정을 고객의 니즈에 따라 변경하려면 다양한 옵션, 즉 다양한 여행 상품이라는 재고가 필요했다. 하지만 유통 구조부터 개선해야 했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다수의 중소 여행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과 요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개발·유지비와 수수료 등의 비용 부담으로 거래를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영세한 여행사들도 시스템 개발 부담 없이 여행 서비스를 판매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제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 것부터 시작하게 됐다. 트립박스의 ERP에 상품을 등록하면 예약, 정산, 고객 관리는 물론 B2B와 B2C, 오픈마켓까지 다양한 유통 채널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다이내믹 패키지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 

우선 트립박스가 만든 유통 구조에서 여행상품 공급사와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여행사 간의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는 게 중요하다. 여행 상품이라는 재고가 충분히 쌓이고 고객의 소비  데이터가 축적되면 진정한 다이내믹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트립박스는 기성품처럼 만들어 놓은 패키지 상품 또는 추천 일정을 여행자 개개인에 따라 호텔, 룸타입, 인원, 투어 등을 변경하고 그에 따른 가격이 최종 상품가에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구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일정 중 식당, 차량이나 관광지를 바꿀 수도 있고 2일차 일정과 3일차 일정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가족 여행객도 남편은 골프를 치고, 아내는 쇼핑을 하는 분리된 일정도 만들 수 있다. 여행 상품들을 개별적으로 분리해 모으기 때문에 쉽게 수정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만족할 만한 일정을 만드는 데까지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이내믹 패키지를 개발하기 위한 여행업계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상태다. 대형 여행사들도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트립박스는 어떻게 가능한가. 

스타트업이라 가능한 것들이 있다. 다이내믹 패키지는 이전의 여행 상품 구조와 완전히 다른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틀과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곳을 고치고, 더하거나 빼는 정도의 개발이 아닌 아예 새로운 판이 필요했다. 다만 여행업의 유통 구조와 문제를 잘 이해하고 개선할 의지가 큰 개발자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했다. 트립박스 직원 12명의 여행업 관련 평균 경력은 17년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다. 밑그림부터 시작했지만 여행업 특성을 인지하는 개발자들이 덕분에 생각했던 대로 빠르게 만들어가고 있다. 

 

-공급사와 판매사를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트립박스의 메인 타깃은 항공이나 객실 등을 대량으로 받아 B2B 거래하는 업체들이다. 현재 구조상으로는 여행사마다 거래 조건이 다르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트립박스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효율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물론 실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입점사 상품을 대상으로 온라인 캠페인과 광고를 진행하고, 다수의 여행사가 모인 여러 협회와도 공동 프로모션을 펼칠 수 있도록 협업할 계획이다. 현재 11월 기준 약 40여개 공급사들이 트립박스 ERP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여행업계가 힘든 시기에 창업을 했다. 그동안 여행업계는 대형 여행사들을 중심으로 많은 부분에서 개선과 혁신이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상당 부분 멈춘 상태다. 특히 IT 역량이 크게 꺾였다. 하지만 트립박스는 어두운 시기에도 묵묵히 계획했던 길을 걸었다. 앞으로 여행업계 IT 관련 부문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엑셀이나 워드로 오가는 거래에는 실수가 빈번하다. 하지만 소규모 여행사들은 IT 개발이나 마케팅보다 세일즈에 집중하기 바쁘다. IT 개발은 트립박스가 돕겠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잘 이용해 실수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편안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 트립박스를 이용하는 모든 공급사와 판매사들이 양질의 상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트립박스 에듀케이션 데이 

트립박스는 매주 화, 금요일 오후 4시 상암동 본사에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 정기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청은 홈페이지 및 유선으로 가능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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