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솔자가 가이드 겸하고 마이너스 투어피 진행
늘어난 팁‧옵션‧쇼핑…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져

유럽 패키지여행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소란스럽다. 특히 지상비 절감을 위해 가이드‧인솔자 비용부터 손을 대면서 상품의 질 하락은 물론 패키지여행 전체가 하향평준화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유럽 전문 랜드사들이 저가 패키지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럽 항공권 가격이 평균 100만원대, 날짜에 따라서는 200만원대까지 형성되어 있지만 항공권을 포함한 7일 이상의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을 100만원 초반대부터 판매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도 저가 경쟁이 심각했던 터키를 비롯해 스페인, 동유럽 상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저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가이드‧인솔자 비용을 줄여 상품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25명 이상 단체 패키지에는 인솔자 1명과 현지 가이드 1명이 각각 동행하는데 가이드 겸 인솔자를 1명만 일정에 투입한다거나 가이드의 투어피(Tour fee)를 마이너스로 두면서 옵션 투어와 쇼핑을 과도하게 늘렸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전문 교육을 받은 여행사 소속의 인솔자를 투입해왔는데 최근에는 랜드사에서 직접 선정한 인솔자가 비용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옵션과 팁, 쇼핑을 강하게 권하며 소비자들의 컴플레인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이드나 인솔자 비용을 줄이면서 쇼핑과 옵션을 강하게 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 픽사베이 
최근 유럽 패키지여행 상품 가격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이드나 인솔자 비용을 줄이면서 쇼핑과 옵션을 강하게 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 픽사베이 

유럽 패키지여행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물들기 시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유럽 여행시장은 자유여행 수요가 많은데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공급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라 패키지여행을 위한 그룹 좌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여행사에서 패키지로 모객할 수 있는 한정된 인원을 두고 공급자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는 것이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본력을 갖춘 굵직한 일부 랜드사들이 기존 전문 지역에서 벗어나 타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들은 저가 상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저가 상품은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여전히 홈쇼핑 등을 통해 대량 모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나 소비자 만족도를 위해 저가 상품은 되도록 지양하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한 상품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볼륨을 선택할지 상품의 질을 유지할지 고민스럽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가 상품 경쟁은 결국 수익 악화와 상품의 질 하락, 그로 인한 전체 패키지여행에 대한 이미지 타격으로 악순환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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