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폐지 후 반등 시작, 음성확인서 면제로 본격화
항공 공급 증대 따라 수요도 빠르게 회복…경쟁도 치열
중국 시장 향방 오리무중, ‘삼중고’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2022년 여행업계는 비로소 코로나19라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의 끝에 다다랐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된 침체기에서 벗어나 서서히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많은 상황이다. 2022년 여행업계를 되돌아봤다. 

 

■ 출입국 규제 드디어 해제 

2022년 세계 각국은 각종 출입국 규제와 제한을 풀고 코로나19 이전처럼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연초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은 한국 입국 후 7일 동안 자가격리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물론 외국인의 한국여행을 가로 막는 최대 장애물이었기 때문에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비롯한 여행업계는 이를 폐지해 줄 것을 지속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3월21일부로 자가격리 의무를 폐지하면서 인•아웃바운드 시장은 비로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걸림돌은 여전했다. 한국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 전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는 9월3일에야 면제됐다. 덕분에 해외여행 중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귀국편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할까봐 선뜻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여행심리도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입국 후 자가격리에 이어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까지 면제되면서 여행시장은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했다.

■ 일본·중국 시장에 쏠린 눈

코로나19 이전 한국의 최대 아웃바운드 목적지였고, 중국에 이은 제2의 인바운드 시장이었던 일본과의 관광교류가 자유로워진 것도 여행시장 정상화에 큰 힘이 됐다. 일본 정부가 입국자 격리면제, 여행사 패키지여행 허용 등의 완화 조치에 이어 10월11일부터는 무비자 입국 제도를 복원하고 외국인의 개별여행을 허용하면서 한국인의 일본여행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무비자 개별여행 허용 이후 여행사들의 일본여행 모객량도 급증했으며, 동남아시아 노선에 집중했던 각 항공사들도 다시 일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00엔당 900원대로 하락한 엔저 현상도 한국인의 일본여행 심리를 부추겼다. 한국 정부는 이에 앞서 8월부터 일본인의 한국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던 터라 한-일 양국간 관광교류는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12월22일 현재,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정책기조를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국제여행 재개 시기는 오리무중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의 부활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큰 상황이다.

■ 하늘과 바닷길도 빠르게 정상화

국제선 항공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운다.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2022년 동계 시즌 국제선 운항 계획에 따르면, 동계 시즌 항공공급량은 2019년 동계 대비 60% 수준까지 회복한다. 이런 추세대로면 내년 하계 시즌에는 국제선 항공공급이 2019년 수준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에 비해 재개 속도가 느렸던 선박과 크루즈 시장도 회복 궤도에 올랐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한-일 항로 여객선박 운항을 10월말부터 허용했고, 12월 들어 각 선사들이 코로나19 이후 거의 3년 만에 한-일 항로 여객운항을 재개했다.

여행이 재개됐지만 여행업계는 10월 ‘전국 관광인 총궐기 대회’를 열고 여행산업 생존지원을 호소했다(위). 여행 재개 이전인 1월에 열었던 여행인 시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현재 여행산업이 처한 상황을 읽을 수 있다. / 여행신문CB
여행이 재개됐지만 여행업계는 10월 ‘전국 관광인 총궐기 대회’를 열고 여행산업 생존지원을 호소했다(위). 여행 재개 이전인 1월에 열었던 여행인 시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현재 여행산업이 처한 상황을 읽을 수 있다. / 여행신문CB

■ 여행산업 생태계 복원 시급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3년 만에 국제여행이 재개됐지만 코로나19 침체기 동안 여행산업 생태계는 심각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력이탈 문제도 심각하다. 기존 인력들은 업계를 떠나 되돌아오지 않고, 신규 인력들은 외부 변수에 너무나도 취약한 관광업계를 기피하고 있다. 여행재개에 따라 업무량은 갑자기 증가했지만 이를 담당할 인력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큰 문제로 부상했다. 국내외 항공사와 호텔, 버스, 가이드, 랜드사 등도 아직은 완전 복귀한 상태가 아니어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모두 정상적으로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내국인 투숙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호텔들이 예전처럼 외국인 여행객 유치에 힘을 쓰지 않는다는 점도 어려움을 키우는 요소다. 여행산업 인프라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항공 공급이 현재로서는 수도권과 대도시 위주로 이뤄져 지방 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 빠져있다.
비록 국제여행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산업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위기가 끝났다고 보고 여행업계에 대한 지원과 관심에서 소홀해지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여행업계는 10월 중순 서울 국회 앞에 모여 ‘전국 관광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여행업계의 힘겨운 현실을 호소하고 여행업 손실보상 등 생존대책을 요청하기도 했다. 1월 초 서울 종로에서 시위를 열고 여행업 지원에 소홀한 정부를 규탄했던 풍경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여행업 처지를 읽을 수 있었다. 

■ 삼중고 이어 경기침체까지 ‘악재’

새로운 외부 악재도 있다. 고금리•고물가•고유가라는 ‘삼중고’와 이에 따른 소비부진과 경기침체 우려로 여행 재개 속도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밑돌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심리를 위축시켰고, 외국인 여행객들의 한국여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안겼다. 코로나19가 지나가니 새로운 악재가 잇따라 다가온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 이후 역학구도 변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 여행사들이 코로나19로 주춤한 사이 기술과 디지털, 여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무기로 내세운 ‘뉴 플레이어’들이 활동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를 인수한 야놀자, 온라인투어 지분을 확보한 여기어때가 여행재개 이후 해외여행 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항공사-여행사 간 관계 재정립 가능성도 있다. 항공사가 여행사 대상 판매수수료(Commission)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에 대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30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시정명령을 내려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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