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 AI가 공개한 AI챗봇 챗GPT가 전 세계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사실 ‘챗봇’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챗GPT’는 글을 쓰고, 의견을 제시하고, 사람을 위로해주기까지 한다. 이전의 챗봇에 비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똑똑해졌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샀다. 기술의 발전이 발전을 거듭하는 시대. 여행산업의 발전 속도 역시 온라인 기술의 궤도를 따른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여행산업의 진화된 기술을 살펴봤다.

기술이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는 시대다. 여행산업에서의 기술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보다 진화했다 / 픽사베이 
기술이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는 시대다. 여행산업에서의 기술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보다 진화했다 / 픽사베이 

 

“우리끼리 앉고 싶어”…AI가 골라주는 좌석

4명 가족여행 항공권을 예약했다. 결제를 하려고 보니 인공지능(AI)이 말한다. “000님, 4인이 떨어져 앉을 확률은 85%입니다. 4인 같이 앉으시겠습니까?” 가족끼리 함께 가는 여행인데 애써 무시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올윈에어가 인공지능에 기반해 선보인 그룹좌석 추천 서비스(Group Seat AI)다. 사전좌석 지정 서비스도 챗봇처럼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보다 사용자 편의성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전대로라면 전체 좌석 현황이 한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 여러 번 스크롤해 찾아야했고, 4명이 함께 모여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 각각 한명씩 선택, 구매해야 했다.

올윈에어의 좌석추천 서비스는 일행들과 떨어져 앉게 될 확률을 분석해줌으로써 사전 좌석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 올윈에어 
올윈에어의 좌석추천 서비스는 일행들과 떨어져 앉게 될 확률을 분석해줌으로써 사전 좌석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 올윈에어 

올윈에어의 좌석추천 서비스는 일단 일행들과 ‘떨어져 앉게 될 확률’을 분석해주는 게 특징이다. 또 기내 좌석 현황을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면서도 4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과 가격을 한눈에 찾아준다. 가격은 출구와의 인접성, 타인의 방해성(타인이 옆 좌석을 이미 예약한 경우), 창가석, 복도석 등 약 360개 경우의 수에 따라 가치를 적용해 책정했다. 한 번의 터치로 4명 좌석을 예약할 수 있도록 구현하기도 했다. 올윈에어에 따르면 이를 통해 좌석을 찾고, 선택하는 데 발생하는 시간을 약 10분의1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올윈에어의 그룹좌석 추천 서비스는 현재 제주항공이 도입, 국내 주요 여행사 10여 곳의 예약 후 결제 단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해당 서비스는 소비자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좌석의 가치를 높였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출구에 가까운 앞좌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일행과의 비행에 더 가치를 두는 소비자들은 뒷좌석에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윈에어에 따르면 이처럼 사전에 그룹좌석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96%는 AI가 추천한 좌석을 선택했고, 이를 통해 중간 좌석과 뒷좌석의 구매율이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3월부터는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해당 서비스를 도입, 상용화할 예정이다.

올윈에어는 출발 시간이 너무 임박해 판매 가능성이 낮아진 남은 좌석도 눈여겨봤다. 조만간 비행 24시간 전부터 남은 좌석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블록 좌석 AI(Block Seat AI)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업계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미래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와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 픽사베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업계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미래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와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 픽사베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

숙박 객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이때 판매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적절한 가격을 결정하는지가 관건이다. 가격은 곧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격 결정을 전문적으로 돕는 수익관리(Revenue Management) 서비스 업체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대 초반, 숙박시설의 수익관리 대행 업체들은 경쟁사들의 요금을 모으고 비교해 가격을 결정해주는 식의 솔루션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전문 인력이 일일이 경쟁사의 요금을 검색하고 파일로 정리했지만 이제는 더 많은 데이터와 기능들이 추가됐다. OTA 인사이트에 따르면 단순히 경쟁사와 가격을 비교하는 것에서 나아가 리드 타임에 따른 가격 변동, 수요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나 행사, 여러 OTA와 메타서치 등 다양한 채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 등을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보다 스마트한 가격 결정을 돕고 있다.

특히 숙박 업체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불확실성이 커진 소비자들의 예약 동향에 목이 말랐다.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미래를 예측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OTA 인사이트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켓 인사이트’ 솔루션을 론칭하게 된 배경이다. 마켓 인사이트는 여러 OTA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약 현황뿐만 아니라 항공 검색 데이터,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공유 숙박 업체까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여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에 서울행 항공권 검색량이 급증했다면 해당 기간에 숙소를 찾는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지고, 이를 토대로 가격을 결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실행한다면 보다 빠른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OTA 인사이트는 “앞으로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디테일한 기능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행‧항공‧숙박업계에 인력난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무자동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픽사베이
여행‧항공‧숙박업계에 인력난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업무자동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 픽사베이

사람 찾아 삼만리? 로봇이 해결

여행‧항공‧숙박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화두 중 하나는 인력난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떠나간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는데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성으로 새로운 인재들의 영입도 쉽지 않아서다.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기술은 단순‧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다. RPA 역시 다른 산업군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편인데, 여행‧숙박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개발 및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OTA 채널매니저 솔루션을 제공하는 TL린칸의 한국운영사인 루밍허브(Rooming Hub)는 약 2년 전 RPA 솔루션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제 계약을 맺고 연동하는 호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루밍허브에 따르면 대부분의 호텔들은 OTA 엑스트라넷에 자동으로 접속해 데이터를 확보해오거나 여러 OTA에서 받은 예약 메일을 확인하는 등의 단순‧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를 위한 업무자동화 기능도 생겼다. GDS 단말기에서 항공사별 최저가 요금을 조회해주거나 항공사에 단체 항공권을 요청하고 여러 개의 단체 예약을 한 번에 일괄 생성하는 일, 홈쇼핑 후 고객 명단 정리와 PNR을 생성하는 일, 이제는 자동화가 가능하다.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된 항공권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GDS와 LCC에 발권 가능 여부까지 확인하고 예약을 생성할 수도 있다. 해당 솔루션은 스타트업 유트립(Utrip)이 2월 초 베타 버전으로 무료 오픈할 예정이다. 이처럼 여행업계의 RPA 기술은 비교적 시작 단계다. 하지만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력난이 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업무들이 자동화되고 기능은 보다 고도화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