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모두가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상 초유의 장기 팬데믹 상황속에서 항공 산업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기 어려웠고 무력감과 자괴감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또 ‘이렇게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은 안 된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슬램덩크 퍼스트’에서도 말하지 않았나. “경기는 포기하는 순간이 끝”이라고.

팬데믹 이전의 칼럼들에서는 항공과 여행에 관련된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업계가 당면한 이슈인 NDC를 보다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시장에는 NDC에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루프트한자의 NDC API를 통한 예약율이 50%가 넘었다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발표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심지어 일부 외항사들은 NDC가 아닌 일반 GDS를 통한 발권에는 무려 10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항공사들의 NDC 도입 계획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소식들은 마치 당장 GDS 중심의 기존 시장이 빠르게 개편되며 관련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달리 GDS를 공급하는 기존의 글로벌 테크사들은 오히려 항공사들과 계약을 활발하게 진행시키며 NDC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모습이다.

NDC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새로운 ‘시스템’ 같은 것이 하나 더 만들지는 것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NDC가 GDS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NDC vs GDS의 대립 구도가 그려지게 되고 그렇다면 NDC라는 이 새로운 ‘시스템’은 대체 기존의 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물음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NDC는 ‘New Distribution Capability’의 줄임 말로 ‘System’이라는 단어나 뜻을 직접적으로 찾아 볼 수 없으며 나름대로 번역을 해보자면 ‘(항공의) 새로운 유통 동력’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즉, NDC는 기존의 항공권 유통 과정 전반에 새로운 질서와 틀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IATA는 왜 갑자기 NDC라는 새로운 방식을 시장에 제시하게 되었을까? 여기엔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그것은 아마도 LCC의 등장과 그들의 비약적인 성장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실 LCC가 시장에 나타나기 전의 시절을 반추해보면 항공사는 운송업에 좀 더 역량을 집중했고 항공권 판매에 관련된 것은 대체적으로 여행사의 몫으로서 협력과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LCC 비즈니스 모델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IATA BSP가 필요 없는 티켓리스 항공권을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펼쳤고 이러한 전략의 성공은 IATA BSP 항공권 유통 생태계에 직격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에어아시아 본사 근무시절이 생각났다. 일을 하며 크게 놀랐던 부분은 항공기를 100대 이상 운영하는 항공사가 바로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티켓리스 항공권을 100%에 가깝게 판매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동료들은 여행사를 통한 판매가 없으니 당연히 IATA BSP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며 특별할 것이 없다는 듯 설명해 주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LCC라 할지라도 항공사 웹사이트를 통한 직접 판매만을 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이러한 방식이 매우 과감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LCC 혹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여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점차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실시간 가격 비교 플랫폼들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빠르게 제시하며 비교 우위를 점하게 됐다. 반면 여행사를 통한 판매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의 항공권 유통 방식은 그 동력을 조금씩 잃어갈 수밖에 없게 됐고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IATA는 ‘새로운 유통 동력’, NDC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이제 앞으로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NDC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trips.ceobak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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