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사관계진흥원 안치현 대표노무사
한국노사관계진흥원 안치현 대표노무사

감정노동이란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고 조직이 원하는 감정을 표현 및 연기하도록 하는 노동이다. 이는 미국의 사회학자 혹실드(Hochschild)에 의해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혹실드는 델타항공의 승무원에 대해 연구하면서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근로자는 정서적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탈진을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승무원뿐 아니라 고객이나 환자, 민원인 등을 대면하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경우 대부분 감정노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감정노동 종사자는 양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에 따르면, 감정노동은 대면 업무의 경우 마트 근로자, 백화점 판매원, 승무원 등, 비대면 업무의 경우 콜센터 직원, 온라인 판매원 등, 돌봄 업무의 경우 요양보호사, 간호사, 보육교사 등이 주로 수행한다고 한다. 백화점 판매원 등의 대면 업무나 돌봄 업무의 경우 종사자의 다수가 여성 근로자라는 점, 콜센터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영보다 위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감정노동은 이미 취약계층인 여성, 비정규직, 저임금 종사자가 빈번하게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 내에서의 관리가 중요하며 적절한 관리방안의 부재 시 개인과 조직 모두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개인에게 나타나는 후유증으로 첫째, 우울증이나 자존감 하락, 적응장애, 화병 등의 정신 질환이 있다. 업무에서 소진(Burnout)을 경험할 수도 있는데, 이는 직무 만족과 조직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로, 근로자는 신체적인 질환을 얻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거나 피로가 쌓이고 요통 등의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신 질환이든 신체 질환이든 업무상 사유에 의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은 곧 산업재해를 의미한다. 조직 차원에서도 감정노동으로 인한 산업재해 발생은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에 위배 되는 것이며, 지속적인 산업재해 발생은 결국 기업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산재 보험료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노동은 관리되어야 한다. 

업무 수행상 일정 수준의 감정노동이 불가피하다면, 감정노동을 관리하여 근로자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근로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적절히 구비하는 방안이 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상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장에는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법상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양질의 공간 및 실질적인 배려가 있어야 감정노동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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