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1억원 호가하는데 랜드사가 더 부담
방송 급증에 전환율↓, 버겁지만 대안 없어

모객을 위해 홈쇼핑을 택할 수밖에 없는 랜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홈쇼핑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제대로 된 투어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최근 여행상품 홈쇼핑 경쟁이 치열하다. “홈쇼핑 채널을 틀면 여행상품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특히 일본·동남아·유럽 지역이 주를 이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유명 채널 황금시간대 홈쇼핑 비용은 2019년 8,000만원선에서 현재 1억1,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껑충 뛰었다. 한 베트남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여행상품 홈쇼핑 초창기에만 하더라도 여행사에서 방송비를 더 부담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랜드사에 70%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라며 “여행사가 랜드사에 단체를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강요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랜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홈쇼핑 방송비 부담 비율은 랜드사 50~70%, 여행사 30~50% 수준이다.

홈쇼핑은 여행업계에서 흔히 ‘계륵’으로 여겨진다. 버겁기는 해도 대량 모객이 가능한 대안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어서다. 재기를 위해 대출을 받아 홈쇼핑을 진행하는 랜드사도 나왔다. 한 일본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홈쇼핑의 홍보·판매 효과를 믿고 3억 대출 받아 홈쇼핑을 진행했는데 생각만큼 모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홈쇼핑을 ‘로또’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동남아 랜드사 관계자는 “전환율을 고려했을 때 1만콜 터지면 대박이고 2,000~3,000콜이면 쪽박”이라며 “복불복이지만 대박을 노리는 업체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 이전보다 수익성은 악화됐다. 낮아진 전환율을 두고 매주 홈쇼핑 러시가 이어지다 보니 상품을 비교해가며 소위 ‘간을 보는’ 고객들이 늘었다는 의견도 많다. 한 유럽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일주일에도 몇 번이나 같은 지역, 비슷한 상품 홈쇼핑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고객들이 이동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투어피, 마이너스 투어피도 고통이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투어피는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홈쇼핑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여행사의 ‘갑질’을 멈춰달라”고 지난 2월 본지에 호소하기도 했다.

랜드사들은 항공 좌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사에서 홈쇼핑 명목으로 경쟁력 있는 요금을 제공해왔는데, 코로나 이후 항공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으며 이 프로모션 좌석이 크게 줄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현재 한 국적항공사에서는 해피콜 2주 안에 예약한 실모객에 한해서만 좌석을 주고 나머지는 회수해 간다”라며 “코로나 이전에는 기간이 3주였고, 이름 변경도 가능해서 일단 좌석을 확보한 뒤 추후 판매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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