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말 저녁 홈쇼핑은 여행상품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여행사에서 유럽·동남아·일본 지역 위주로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한 여행사는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각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홈쇼핑 러시를 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치킨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유명 채널 황금시간대 홈쇼핑 비용은 1억원을 넘어섰다. 높은 방송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상품가가 저렴해야 그나마 콜수가 나온다는 하소연도 많다.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동유럽 9일 200만원대 상품에 혹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새삼 홈쇼핑과 저가상품의 파괴력을 실감했다. 가격이 최대 경쟁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지만 일단 모객하기 위해 옵션과 쇼핑을 끼워 넣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환율은 뚝 떨어졌다. 홈쇼핑 지원금을 노리는 체리피커와 더 저렴한 상품으로 옮겨 다니는 ‘철새’ 고객이 늘어서다.

과도한 홈쇼핑 의존 탈피는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생존을 위해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출혈 경쟁을 멈추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며 자체 채널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지 오래다. 여행사들은 포털사이트의 쇼핑라이브와 자체 라이브커머스 채널 등을 운영하며 대체 채널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량 모객 효과에 대해 논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항공사로부터 받은 좌석을 소진해야 하니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도 이해가 간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을 거의 하지 않던 모 대형여행사마저 뛰어드는 걸 보며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록 현 시점에서 홈쇼핑 저가경쟁은 여전하지만, 시작이 반이고 결심이 반이다. 굵직한 여행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원년인 올해 전략으로 판매 채널 다양화와 자체 채널 강화를 꼽았으니 마냥 제자리걸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고 쉬운 길로만 가면 결국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마이너스를 떠안는 유통 구조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코로나 시기 자성의 목소리를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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