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에는 빚을 내서라도 필드에 나가야한다’는 말이 있다. 사부작사부작 가볍게 걸으며 라운드 다녀오기 가장 좋은 계절이므로. 그래서 국내 골프장은 비싸고, 붐빌 수밖에 없다. 봄 라운드, 가깝고도 여유로운 가고시마로 떠나도 좋을 이유다. 

●가고시마 골프의 이유 있는 이유 

규슈 남쪽에 위치한 가고시마는 겨울에도 영상 10도 안팎의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추운 겨울 비수기에도 라운드에 목마른 골퍼들에게 훌륭한 선택지로 유명한 이유다. 봄은 더할 나위 없다. 한국의 3~4월은 꽃샘추위와 일교차가 큰 탓에 아침, 저녁 라운드가 어렵지만 가고시마는 일일 평균 최저 13도, 최대 평균 22도를 유지해 온종일 쾌적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고시마에는 30개 남짓의 골프장이 있다. 그중 케도인GC(Kedouin Golf Club)는 가고시마에서도 명문 골프장으로 꼽힌다. 1991년 오픈한 이후 골프 다이제스트에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상위 1%에 꼽힌 기록도 있다. 케도인GC는 18홀(파72)의 인(IN)·아웃(OUT) 코스로 일본프로골프협회 회장직을 맡았던 이시이 후지오(Ishii Fujio)씨가 설계했다. 1993년부터 약 10년 간 일본 남자 프로투어 개막전인 도켄 코퍼레이션 컵이 여러 차례 열린 곳이기도 하다. 가고시마국제공항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3월 기준 한국에서 가고시마를 잇는 항공편은 대한항공 인천-가고시마 전세기가 유일하다. 3월1일부터 4월21일까지 총 18회, 한시적으로 운항한다. 인천에서 오전 9시20분 출발, 가고시마에 10시55분 도착하는 스케줄로 도착 당일 오후부터 부지런히 그러나 여유로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케도인GC는 1991년 오픈한 골프장이다. 양옆으로 30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자란 고목들이 많다
케도인GC는 1991년 오픈한 골프장이다. 양옆으로 30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자란 고목들이 많다

●케도인GC | 매일매일 새로운 라운드 

케도인GC의 첫 인상은 차분하다. 평평한 지형에 양옆으로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전략적으로 설계한 도그레그 홀 세 곳을 제외한 모든 홀의 티 박스에 서면 홀컵에 꽂힌 깃발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일쑤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다. 양옆으로 공간이 넉넉해도 러프 구간이 넓고 페어웨이가 좁은 편인데다 곳곳에 크고 작은 벙커와 연못이 설치돼 있다. 한 코스에 벙커는 70여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케도인GC 코스에는 104개의 벙커가 설치돼 있으니 다른 골프장보다 벙커가 40% 정도 많은 셈이다. 특히 그린 앞, 큼지막한 벙커가 양옆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홀도 여럿이라 벙커를 피해 페어웨이 또는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케도인GC에는 크고 작은 벙커와 연못이 많다. 페어웨이로 카트 진입이 가능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케도인GC에는 크고 작은 벙커와 연못이 많다. 페어웨이로 카트 진입이 가능해 체력을 아낄 수 있다

사실 벙커와 연못은 많으면 많을수록 골퍼는 물론 운영자에게도 부담이다. 시간을 잡아먹는 함정인 만큼 경기 지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율적인 운영’에 초점을 둔 골프장들은 벙커를 조금씩 없애거나 처음 설계할 때부터 적게 설치하는 추세다. 하지만 케도인GC는 골퍼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경험을 유지하는 쪽을 고수하고 있다. 30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란 고목을 피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케도인GC의 그린은 꽤 넓은 편이다. 그러니 스코어를 줄이려면 퍼팅 연습을 충분히 하고 도전하길 권한다. 아무리 빨리 온 그린에 성공하더라도 홀컵에 바짝 붙이지 못하면 생각보다 늘어나는 퍼팅 수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골퍼들의 도전 세포를 깨우는 요소들이 많은 탓에 똑같은 18홀 코스를 세 번 치더라도 어제의 스코어보다 오늘의 스코어가 더 나으리라는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다.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카이세키 정식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카이세키 정식

클럽하우스는 한국인 골퍼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총괄 셰프가 한국인으로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한식 메뉴를 여럿 선보이고 있다. 얼큰한 국물의 해물짬뽕이 해장을 돕는가하면 바삭한 돈가스와 해물파전과 같은 메뉴들은 생맥주를 (여러 잔) 부르기도 한다. 라운드는 일반적으로 9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여유롭게 식사 후 나머지 9홀을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지만, 요청시 한번에 18홀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정해주기도 한다. 

케도인 리조트에는 약 40개 객실이 있다. 객실에서 골프장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케도인 리조트에는 약 40개 객실이 있다. 객실에서 골프장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온천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온천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케도인GC의 또 다른 장점은 온천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케도인 리조트에는 작지만 하루의 피로를 녹이기에는 충분한 온천장이 마련돼 있다. 이른 아침 6시부터 늦은 밤 11시까지 열려 있으니 부디 삼시세끼 챙겨 먹듯 하루 세 번 온천욕을 실천해보길. 54홀 라운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테다. 

 

▶현장 Briefing
케도인GC 최인길 총지배인    

중장년층 골퍼에게 따뜻한 배려를 

케도인GC 최인길 총지배인    
케도인GC 최인길 총지배인    

케도인GC를 주로 방문하는 연령대는 중장년층이다. 최근 젊은층들의 유입도 많아졌지만 일본 대부분 골프장의 주요 고객층은 중장년층으로 비슷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1947년에서 1949년 사이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골프 수요가 가장 많은 세대로 통한다. 그런데 골프 수요가 가장 많은 단카이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많은 골프장들이 고민에 빠졌다. 체력은 약해졌지만 골프를 즐기고 싶은 주요 고객층이 조금 더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개선책이 필요했다. 페어웨이로 카트 진입을 허용하는 곳들이 늘어났고 최근 2~3년 사이에는 시니어 전용 티 박스를 설치하는 추세다. 시니어 티 박스는 레이디 티 박스보다도 한참 앞에 설치돼 있다. 비거리가 줄어도 앞뒤 경기에도 지장을 주지 않고, 체력을 아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래서 중장년층이 편안하게 라운드를 즐기기에 좋다. 앞으로 고령으로 접어드는 한국의 주요 골퍼들에게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케도인GC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일본인 방문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에서 전세기를 운항하며 해당 기간 동안 투어링스를 통해 전체 객실 40여개 중 22객실을 한국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총지배인을 비롯해 클럽하우스, 호텔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가 모두 한국인으로 한국인 골퍼들의 취향과 니즈에 맞는 식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투어링스  
가자 가고시마로~” 대한항공 케도인 골프 리조트 3박4일 

골프 전문 여행사 투어링스가 케도인GC와 총판 계약을 맺고 대한항공 전세기를 활용한 골프 상품을 출시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상품에는 3월1일부터 4월21일까지 총 54홀 라운드 그린피와 카트비, 조식과 석식, 온천, 공항 이동 서비스가 포함됐다. 옵션으로 가고시마 다운타운에서의 쇼핑, 온천을 반나절 일정으로 다녀오는 투어도 선택할 수 있다. 

 

가고시마 글·사진 =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취재협조=투어링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