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4년을 보냈는데도 희망찬 새해를 맞기엔 마음이 무겁다.
지난 연말 세계를 강타한 인도네시아 지진해일의 사태파악과 수습이 끝나지 않았고 2005년 한국 관광계에 예고된 여러 가지 변수들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2004년은 겨울철 발병이 특징인 사스에 대한 깊은 우려로부터 시작해서 별다른 확산이 없자 한류열풍을 기반으로 단번에 2002년 수준 이상으로 극복해 낸 한해였다. 그러다가 9월부터 성매매 특별단속법으로 인바운드 업계가 위축됐으나 전국적인 수요변화는 크지 않고 특정지역과 업종에서만 수입위축만 이루어지면서 안으로 멍드는 형국이 계속됐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다음날 인도네시아발 지진해일과 부가세 영세율 폐지 속에 새해를 맞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동남아 일대 예약 취소를 둘러싼 여행사와 관광객간 분쟁, 소위 하드 블록이라고 하는 여행사와 항공사간 문제, 자연재해를 예외로 둔 각종 보험사와 관광객간 다툼, 여기에 피해에 대한 관광진흥개발기금이나 여행공제회 자금, 세제 지원 수위 결정 등의 수많은 난제와 관광산업이 수출산업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들이 대두된 것이다. 사실 해외관광객을 1000만 명 내보내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정책당국과 관련 기업들의 대응은 일부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는 점은 지적해 두고자 한다. 어쨌든 새해 초반엔 이번 일의 수습과 대책이 최대 이슈가 될 듯하다. 그렇다면 새해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먼저 중국인 복수비자 발효와 지정여행사 제도의 폐지가 없다면 50만 명대에 고착되어 있는 중국 관광객을 끌어 들이지 못하게 되면서 국제관광수지는 사상 최고의 적자를 보이게 되고 이로 인해 관광당국은 변명거리를 찾는데 여념이 없게 될지 모른다.

두 번째는 이라크 파병 연장 이후 발생할 테러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국내 테러가 일어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희박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해외 여행시 표적이 될 위험성은 매우 크다는 점에 우려가 있다.

세 번째는 원화 강세 등 경제문제이다. 상대적으로 대달러 강세가 더 크긴 하지만 대엔화 강세도 우리 인바운드 시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일반적인 세계 경제는 꾸준한 상승세가 예견되지만 2004년 수준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위안화 절상이나 유가 급락 등의 악재요인이 숨어 있다. 아웃바운드의 경우는 국내 경기가 극히 악화되고 있지만 소비계층이 이미 양극화 되어 있어 대체로 원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는 여행업계의 새로운 부담요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폐지된 관광호텔 부가세 영세율 폐지영향과 함께 우리의 주시장인 일본의 여행업 약관이 크게 강화되었고, 교토의정서 이후 국내외 관광시설업의 환경부문 지출이 늘어날 것이고 이번 인니 지진후 안전 부담이 크게 증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주변국과의 경쟁여건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향후 3년간 인바운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보완재적 포지셔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일부 시장을 뺏길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정책 수위를 올리고는 있지만 마침 한·일 공동 관광방문의 해가 펼쳐지면서 우리 쪽에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0개의 카지노를 개설할 움직임 등을 보이고 있어 업종에 따라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희망적인 요인도 많다. FTA 확대, 한류의 지속 확대추세, 경기방문의 해, APEC 및 세계화상대회 등이 그것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을유년 한해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그나마 위안은 역사 속에 을유년이 가깝게는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해이기도 하고 멀리 신라시대까지 살펴보아도 그다지 나쁜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새해에는 관광계 전체의 단합된 협력으로 희망을 살려 비관이 극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상태 stkim@ketpi.re.kr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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