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초 국경을 개방하며 자국민의 해외여행 빗장을 풀자 중국 인바운드 업계는 늦어도 노동절 연휴(4.29~5.3) 때 즈음이면 중국 인바운드 부문도 본격적인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노동절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장밋빛 전망은 허무하게만 느껴진다. 중국 정부가 허용한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국 목록에 한국은 여전히 제외돼 있어서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망감과 막막함도 크다.

한국관광공사 관광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인바운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16년에는 806만명이 한국을 찾았는데, 이는 2~5위(일본‧미국‧타이완‧홍콩)를 모두 합한 수치(464만명)의 1.74배에 달하는 실적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다. 비록 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일본·미주·동남아·중동 등 다른 시장이 어느 정도 채우고는 있다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전체 인바운드 시장의 회복에 미칠 파급력을 떠올리면 아쉬울 뿐이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노동절 연휴 특수를 놓쳐버린 것도 안타깝다.

중국은 여러 표면적인 이유를 들어 자국민 단체 해외여행지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미·중 간 갈등 속 친미 스탠스를 취하는 한국의 외교적 행보에 대한 복수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한중 여행업계 트래블 마트’에 참가한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내 한국여행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영업은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여행객을 모객하기 위해서는 상품 세팅과 인력 배치 등만으로도 최소 한 달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한국 단체여행이 허용되지 않아 그동안 아무 준비도 할 수 없었다”라며 “노동절 기대감을 접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고, 이젠 해외 단체여행 허용 국가에 하루빨리 한국이 포함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광산업이 관광 외적인 이유로 휘청거린 게 한 두 번은 아니지만, 정치와 외교는 마땅히 관광과 별개여야 한다는 촉구가 자꾸만 맴도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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