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봄은 전통적인 해외여행 비수기다. 비수기라고 하면 여행사 직원들은 한가하게 앉아 피리나 불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여행업계는 성수기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의미의 성수기를 맞이한다. 해외 각지에서 세일즈콜이 쏟아지고 신상품 개발을 위한 팸투어와 트래블 마트, 교육과 세미나 등이 한창 열리는 '업무 성수기'다. 

그런데 요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이들이 한둘은 아닌 듯하다. 올해 5월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규모의 관광박람회 IPW에는 20명 이상의 한국 여행사 담당자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텍사스주 상품 개발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한 참가자는 팸투어에 참가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텍사스주 여행상품은 신선하긴 하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라고 말을 흐렸다. 스위스의 한 지역 철도청은 최근 한국사무소를 열고 여행사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스위스 여행상품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유는 비슷했다. 해당 지역이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인지도가 낮아서다.  

소비자들은 항상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경험에 목마르다. 여행사도 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이유는 결국 시장성이다. 일단 더 많이 모객을 해야하고 실적을 채워야하는데 당장 생소한 여행지를 상품으로 만들고 소비자를 설득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도 백분 이해는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여행사가 기본적으로 다해야 할 몫, 구석구석 숨어있는 매력적인 여행지와 경험을 찾아내 시장에 소개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 나물에 그 밥 말고, 새로운 반찬을 기다리는 이들도 분명 있지 않겠는가. 

5월이 됐다. 여행업계가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준비하는 시기다. 벌써부터 누구는 여름 성수기 마케팅에 수십억원을 쓴다더라, 누구는 'A급' 모델을 섭외한다더라 등 견제와 긴장의 시선으로 가득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번 여름 성수기 마케팅이 부디 특가 전쟁만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좌석을 너무 무리하게 확보해 '눈물의 땡처리'로 털어버리는 일도 없길. 분주하게 보낸 비수기가 빛을 내는 적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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