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항-블라디보스토크 항로가 유일한 직항
몽골‧우즈베키스탄‧터키 등 제3국 경유 진입
일부 지역에만 여행금지…무비자 입국도 가능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며 해외여행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자유로워졌다. 대한민국 일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국가‧지역은 128개, 코로나19와 관련된 입국 제한이 없는 국가‧지역은 120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러시아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일까? 여행 목적지로서 러시아의 현재를 살펴봤다.

                                                                                                         바이칼 호 풍경 / 여행신문 CB
                                                                                                         바이칼 호 풍경 / 여행신문 CB

뜨거웠던 여행지, 러시아

2019년으로 돌아가면, 당시 러시아는 한국인의 여행 목적지로 뜨겁게 부상 중이었다. 특히 비행시간 약 2시간 거리로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가 인기를 견인했다. 2019년 한-블라디보스토크 노선에는 제주항공, S7항공, 오로라항공, 대한항공, 이스타항공까지 5개 항공사가 오가며 62만7,843명을 부지런히 수송했다. 전년대비 성장률은 +25%에 달했다. 블라디보스토크뿐만 아니라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일주를 다녀오는 자유여행객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 결과 한국인은 러시아 인바운드 시장에서 상위 10개국에 속하는 주요 시장으로 성장했고 모스크바관광청, 상트페테르부르크관광청 등 러시아 지역 관광청들도 한국사무소 개소를 준비하는 등 더 많은 한국인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활동도 활발했다.

코로나19와 전쟁으로 깜깜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초토화됐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러시아 하늘길도 막혔고 입국 제한으로 여행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20년 9월 한-러시아 간 하늘길은 아에로플로트 러시아항공의 인천-모스크바를 시작으로 대한항공의 인천-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이 재개된 바 있지만, 복병은 또 다른 곳에서 터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 발생한 이후 1년 넘게 한-러시아 하늘길은 텅 빈 상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양국 간 항공 운항은 가능하다. 다만 운항에 대한 결정권은 항공사 측에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도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건에 대해 손실 보상을 해주는 항공 보험에 가입하는데 전쟁 이후 러시아 노선을 예외로 두는 보험사들이 많다”며 “여객 수요도 깜깜한데다 다양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운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운수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운항 여부는 항공사가 시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후 결정한다는 의미다.

                                                   2023년 5월 현재 한-러 하늘길은 전쟁 이후 텅 빈 상태다 / 픽사베이 
                                                   2023년 5월 현재 한-러 하늘길은 전쟁 이후 텅 빈 상태다 / 픽사베이 

러시아로 가는 길

그렇다고 러시아로 가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5월 현재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이스턴 드림호가 주1회 운항 중이며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나 터키와 같은 중동 국가를 경유해 입국할 수 있다. 또 울란바토르에서 열차로 이르쿠츠크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현재 비즈니스나 친지 방문 등 특수 목적으로 러시아를 오가는 이들이 주로 이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다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해항-블라디보스토크 항로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어 1인 왕복 승선권 요금이 100만원대로 비싼 수준인 데다가 그마저도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4시간 소요된다.

이 시국에 러시아 여행?

아주 극소수지만 러시아 여행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여행사들이 전면에서 러시아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간혹 인센티브 단체 문의가 들어올 경우 상품을 세팅해 판매하는 정도다. 한 중앙아시아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몽골 울란바토르와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를 포함한 일정으로 다녀오는 인센티브 단체가 최근 9월 출발을 확정했다”며 “예전에 비하면 수요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알음알음 문의는 생기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이 인기를 모으면서 이와 연계해 다녀올 수 있는 선택지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랜드사 관계자는 “러시아 전 지역이 전쟁 중인 것은 아니라 바이칼 호수를 비롯한 주요 여행지들은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여행도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5월17일 기준 외교부의 해외여행 경보 단계 발령 상황 / 화면 캡처 
                                                     5월17일 기준 외교부의 해외여행 경보 단계 발령 상황 / 화면 캡처 

여행, 괜찮을까?

러시아는 분명 전쟁 중이지만 러시아 전체 지역이 아예 여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일반 여권으로 비자 없이 연속 최대 60일, 전체 180일 이내 총 90일 체류가 가능하다. 5월17일 현재 외교부의 해외여행 경보 단계를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접경 6개 주인 로스토프, 벨고로드, 보로네시, 쿠르스크, 브랸스크 주 전체 및 오룔 주 일부는 출국권고(3단계), 우크라이나 접경 30km 내 지역에만 여행금지(4단계) 경보가 발령됐다. 그 밖의 지역은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특별여행주의보 여행경보 발령 기준은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행동 요령은 여행자제(2단계) 이상 출국권고(3단계) 이하에 준한다. 특별여행주의보는 코로나19로 2020년 3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약 2년 동안 전 국가‧지역에 발령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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