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선점 위해 마이너스 감수, 중국도 저가 꿈틀
소비 양극화·경기 침체·동남아 인식 등 복합 작용
높은 항공료·물가·환율로 장거리는 가격대 유지

동남아 패키지 상품 최저가가 20만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올라간 상품가를 유지하는 장거리와 상반된 행보다 / 픽사베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동남아 패키지 상품가가 저가경쟁이 만연했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현재까지 상승한 상품가를 유지하는 장거리 지역과는 상반되는 모양새다.

6월1일 주요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6월 인천 출발 동남아 여행상품(3박5일) 최저가를 살펴보니 ▲교원투어 방콕·파타야 23만9,000원, 다낭 26만9,000원 ▲노랑풍선 방콕·파타야 20만9,000원, 다낭·호이안 23만9,000원 ▲인터파크 하노이 27만9,000원, 다낭 24만7,450원, 세부 29만9,000원 ▲참좋은여행 다낭 24만9,000원, 세부 29만9,000원 등 20만원대가 수두룩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1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베트남 다낭 홈쇼핑도 진행된 바 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홈쇼핑도 한 몫, 중국 시장도 아슬아슬

개방 초기 마케팅 차원의 일부 특가를 넘어 현재는 대다수의 동남아 상품 가격대가 낮게 형성된 상태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이후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 예약이 꾸준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무리한 가격 경쟁이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저가 눈치싸움이 불붙은 상황인 것이다. 한 동남아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패키지 상품이 왕복항공권 수준의 금액이니 손해를 쇼핑과 옵션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라며 “이 가격으로는 못한다고 하고 싶지만 최근 신규 랜드가 생겨나 마이너스를 떠안고 하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패턴이 반복돼 정당한 시장질서가 확립되기도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우후죽순 쏟아지는 홈쇼핑이 저가를 부추기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홈쇼핑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시장 회복 단계에서 수익보다는 볼륨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보니 다른 대안이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데, 상품을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고객들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결국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상품은 저가라는 인식이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하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후 여행시장에서 초저가와 프리미엄에 수요가 집중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동남아의 경우 기존 인식 때문에 점점 더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경향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쇼핑과 옵션이 늘어나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지지만, 정당한 가격을 제시하면 오히려 외면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막 시동을 건 중국시장에 대한 우려도 높다. 여행사들은 현재 별지비자 발급이 가능한 장자제·백두산 상품 위주로 판매 중이며, 홈쇼핑 진행도 활발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마진 없이 판매를 하다 보니 결국 상품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라며 “중국은 코로나 이전 출혈경쟁이 심각했던 시장이었던 만큼 걱정이 많다”라고 전했다. 주요 여행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현 시점 장자제, 백두산 상품 최저가는 40~50만원대로 형성된 상태다.

장거리는 고가격대 유지 '대조적'

반면 미주 여행상품은 코로나 이후 껑충 뛴 상품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미서부 상품은 최소 300만원대 초반부터, 팁과 옵션 등을 모두 포함한 프리미엄급 상품은 평균 400~500만원대로 형성됐다. 미동부는 조금 더 비싸다. 실속 상품이 최소 300만원대 후반부터, 동부 캐나다를 더한 7~10일 일정은 500~600만원까지 포진해 있다. 관계자들은 미주 여행상품 가격을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1.5~2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유럽도 비슷하다. 미주 상품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지만 200만원대의 몇몇 최저가 상품들을 빼면 평균적으로 300~4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미주와 유럽 여행상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주요 배경으로는 항공권 가격과 물가,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지난해 장거리 항공권은 평균 300~400만원대, 그마저도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500만원대에 팔릴 정도로 치솟았다. 이후 공급이 늘어나며 항공권 가격은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평균적으로 200만원대를 횡진하는데다 개별 항공권 구매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단체 패키지여행을 위한 그룹 좌석을 얻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요즘 미주 상품에는 그룹 좌석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현지 가이드, 차량비는 물론 식당 등 물가가 크게 올라 상품가가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300원대 원달러 환율도 상품가 인상에 한몫 더했다. 다만 자유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당일투어나 1박2일, 2박3일 등 현지에서 조인하는 상품들의 가격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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