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P 본사 기준? 지사 포함하면 달라져…소비자도 혼란
집계 기준 제각각…코로나 후 공신력 있는 데이터 필요

최근 하나투어와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등’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인터파크가 지난 5월 배우 전지현씨를 모델로 시작한 광고가 발단이 됐다. 광고 영상 속에는 ‘해외여행 1등은 크다, 인터파크다’ 문구가 포함됐는데 하나투어 측은 이를 허위‧과장 표시‧광고로 주장하며 광고 집행에 앞서 해당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인터파크 측에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인터파크의 광고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5월 말 하나투어와 특수관계에 있는 다솔법률사무소를 비롯해 하나투어 전문판매 대리점 20여개 점주들이 인터파크의 광고 문구가 표시광고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본격적인 갈등이 점화됐다.

논란의 포인트는 ‘해외여행 1등’에 있다. 인터파크는 “1월부터 4월까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BSP 본사 실적 기준 해외항공권 발매액은 인터파크 3,559억원, 하나투어 3,552억원으로 1위였다”며 “1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산정기준을 병기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하나투어 측은 해외항공권 발매액만으로는 ‘해외여행 1등’ 업체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해외여행 상품은 항공권뿐만 아니라 패키지, 호텔, 투어 등 여러 가지로, 특히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여행알선서비스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투어의 경우 홀세일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지방 지사 및 대리점을 통한 발매 물량이 많아 BSP 실적을 본사와 지사로 나눠 집계하고 있다”며 “지사 실적을 포함한 전체 실적으로는 하나투어가 인터파크보다 약 200억원 많다”고도 주장했다. 인터파크는 부산지사 한곳만 운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사의 경우 오프라인성 수요 비중이 높아 실적은 플랫폼 특성상 본사 기준으로 봤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하나투어와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위 자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픽사베이 
                      최근 하나투어와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위 자리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 픽사베이 

양사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여행업계에는 여행사 실적 순위를 두고 크고 작은 논쟁이 이어져왔다. 전체 여행사들의 실적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없어서다. 그래서 여행업계에서는 BSP 실적을 비롯해 송출객수, 항공권 판매액, 거래액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여행사간 실적을 암암리에 비교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집계인데다 기준에 따라 여행사 순위가 달라져 신뢰도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각사가 서로 자사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해 혼란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나마 여행업계에서 신뢰성이 높다고 인정받는 IATA의 BSP 실적에도 허점은 있다. BSP 정산을 통하지 않는 전세기 하드블록이나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발매액은 BSP 실적에 포함되지 않아 각사가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실적과 다소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속사정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 리 없다.

여행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실적과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가 여행산업의 주도권을 크게 뒤흔든 만큼 공백기 동안 각사의 전략과 대응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가 없어 논란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 실적 순위는 각 기준마다 차이가 있어 여행사들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업체 간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앞으로 우리나라 여행산업의 지표로도 활용 가능한 공식적인 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하나투어와 인터파크의 팽팽한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터파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허위‧과장 표시‧광고 신고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공식 문의가 올 경우 성실하게 답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