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기자는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내용의 실적이 나오면 이를 취재 재료로 삼아 비교하곤 한다. 실적을 토대로 업계의 동향을 살피고, 해당 기업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하나투어와 인터파크가 발표한 항공권 실적을 기사에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1등’이라는 타이틀을 두고 하나투어와 인터파크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양사는 6월 들어 ‘1~5월 항공권 발매액이 업계 1위’라는 동일한 내용을 일주일 간격으로 번갈아 발표했는데 하나투어는 동기간 BSP 항공권 발매액을 본사와 지사를 합산한 기준으로, 인터파크는 본사 기준으로 봤다. 기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는 데다 비교 대상이 두 곳뿐이라 1위에 대한 신뢰도와 정확성을 오히려 떨어뜨렸다. 게다가 최근 인터파크가 ‘해외여행 1등’이라는 키워드로 진행한 광고를 두고 하나투어와의 갈등이 점화된 직후라 서로를 의식한 자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했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둘 중 하나는 좀 더 억울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맞다고 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사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가공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길 바랄 것이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1등과 같은 최상급 수식어를 홍보나 광고에 사용하는 데에는 보다 신중하길 바란다. 몇 개월간의 BSP 항공권 실적만으로 순위를 평가할 수 있는지, 또한 그 기준을 본사에 한해 둘지, 지사를 합산해야 맞는지, 소비자들은 여러 복잡한 속사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직 전체 해외여행 시장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지 않은 시점에서 짧은 기간의 실적이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이러한 기업의 메시지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만큼 1등이라면 1등 다운 책임감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꼭 1등이라고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한들 말이다.

내가 아는 진짜 1등은 1등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논쟁에 힘을 쓰는 대신 묵묵히 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소비자들도, 독자들도 안다. 진정한 1등의 품격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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