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와 유자격 가이드 간 입장 차이 팽팽해
여행사, “소수 언어권 자격증 보유 가이드 부족”
가이드, “여행사 입맛 맞는 가이드가 부족할 뿐”

소수 언어권 무자격증 가이드를 둘러싼 여행사와 가이드의 입장 차이가 팽팽하다 / 픽사베이
소수 언어권 무자격증 가이드를 둘러싼 여행사와 가이드의 입장 차이가 팽팽하다 / 픽사베이

소수 언어권 무자격증 가이드를 둘러싼 여행사와 유자격 가이드 간의 입장차이가 팽팽하다.

올해 국제관광 본격화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에 대한 수요도 부쩍 커졌다. 특히 소수 언어권 가이드를 둘러싸고는 유자격자 부족을 이유로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는 여행사와 이를 비난하는 유자격 가이드 간 신경전이 거세다. 

올해 1~5월 방한 외국인 수는 약 345만명에 달한다. 이 중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방한 여행객이 약 53만명으로 15%를 차지했으며, 미국과 일본, 중국의 방한 관광객 수는 약 144만명으로 42% 비중을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취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어와 태국어, 마인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획득한 인원은 각각 20명, 18명, 14명이다. 이에 비해 영어는 370명, 중국어는 192명, 일본어는 151명으로 상대적으로 많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소수 언어권 가이드 합격자 수는 베트남어 206명, 태국어 67명, 마인어 160명으로 총 433명에 불과한 반면 주요 언어권(영어, 일어, 중국어) 가이드 자격증 보유자 수는 5,079명에 달한다.

여행사에 따르면 자격증이 없는 가이드를 활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언어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자격증을 보유한 소수 언어권 가이드가 많지 않을 뿐더러 한국인 자격증 취득자는 언어 구사력이 떨어져 외국인 관광객과 소통하기 어렵다”라며 “베트남어 같은 경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인들이 가이드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면접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수 언어권 무자격 가이드 단속에 대해서도 여행사들은 "중국어 등 주요 언어권의 잣대가 아닌 특수 언어권 기준에 맞는 잣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남아 방한여행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자격증 가이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원어민일 경우에는 필기시험 통과 후 일정 기간 역사 및 상식 교육 등을 거치도록 하고, 한국인일 경우에는 언어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밟도록 하는 등 자격증 제도를 개선하는 게 더 급하다고도 주장했다.

관광통역안내사의 입장은 다르다.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소수 언어권 유자격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여행사의 주장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고 쇼핑도 잘 유도하는, 여행사들이 원하는 유형의 유자격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하기 위해 가이드 자격증을 획득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덤핑관광과 쇼핑압박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이 남아 있고 이로 인한 자괴감과 스트레스도 커 업계를 떠나게 된다”라고 전했다.

소수 언어권 가이드의 경우, 인기 언어권에 비해 역사가 짧은 만큼 인재 육성을 위한 꾸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여행사는 가이드 교육에 대한 투자보다는 수익 창출에만 골몰한다는 게 유자격자들의 주장이다. 언어 구사력이 부족하다는 여행사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인 가이드가 자기네 나라 언어로 안내하는 점을 좋게 보며,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를 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KOTGA)는 6월12일과 14일부터 각각 15주 일정의 마인어 및 베트남어 관광통역안내사 실무 교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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