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고도에서는 기체 내외부 기압차로 못 열어
비상문 개방 재발 방지 위한 충분한 대책 필요

항공기 비상문 개방 사고가 한 달 사이에 두 건이나 발생했다. 높은 고도에서는 기체 내외부 기압차이로 비상구 개방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지만, 잇따른 강제 개방 사건으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픽사베이
항공기 비상문 개방 사고가 한 달 사이에 두 건이나 발생했다. 높은 고도에서는 기체 내외부 기압차이로 비상구 개방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지만, 잇따른 강제 개방 사건으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픽사베이

항공기 비상문 개방 사고가 한 달 사이에 두 건이나 발생했다. 여객기가 순항고도(안전한 비행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적절한 해발 고도)로 비행 중일 때는 기체 내외부의 압력 차이에 의해 비상구가 열릴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나 운항 중에 비상문 강제 개방 사고가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5월26월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A321-200) 여객기의 비상구가 강제 개방됐고, 지난 19일에도 세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오던 제주항공 7C2406편(B737)에서 한 승객이 비상구 문을 열려고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객기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A씨와 개방을 시도했던 B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항공기가 순항고도로 비행 중일 때 비상구 문은 열리지 않는다. 비행 고도에 따라 외부와 기내의 기압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주위 대기압은 이륙 후 상승할 때마다 줄어들어 3만 피트(약 9km) 상공에서는 지상의 26%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객실 내에서는 기압을 유지해주는 여압 시스템 덕분에 기압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지상과 큰 차이 없이 기압을 유지하는 항공기 내부와 고도 상승으로 기압이 낮아진 항공기 외부의 대기압 차이로 인해 1만2,000m의 순항고도에서 항공기 내부 표면의 단위 면적(1제곱인치)당 가해지는 압력은 약 4.5kg에 달한다. 이때 항공기 문을 열기 위해서는 14톤에 달하는 힘이 필요해 혼자 힘으로 문을 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일부 기종을 제외하곤 비행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까지 작동해 고도가 낮아져도 비상구가 열릴 위험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비상구가 열린 이유는 착륙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OZ8124편은 비상구가 열릴 당시 700피트(약 213m) 상공에 있어 기압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문을 열 수 있었다. 승무원 또한 반대쪽 점프시트에 앉아 있어 제지가 어려웠다. 반면 제주항공 여객기는 당시 3만 피트 상공을 비행 중이었고, 자동잠금장치가 있어 비상구를 개방할 수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가 발생한 A321-200 기종의 26A(174석), 31A(195석) 비상구 자리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며, 제주항공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들도 국토교통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닌 기체 프로세스의 문제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비상구 좌석은 비상사태시에 도움을 줘야 하는 자리로 빈 석으로 둘 수 없다. 국토부에서도 고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단기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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