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김용운 원장 twk77@korea.kr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김용운 원장

한국문화원장으로서 인도네시아의 문화계 인사나 언론인을 만나면 자카르타의 정통 한식당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게 된다. 덧붙여 자기가 다녀온 곳이 혹시 인도네시아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한식당인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받는다. 그러면 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한식당에서 정통 한식을 맛볼 수 있다고 추천하곤 한다. 그런데 어디가 정통 한식당인지 알고 싶어 하는 현지인조차도 정작 가장 즐겨 찾는 메뉴는 떡볶이와 김밥 같은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전통적으로 외국인에게 추천하던 불고기나 비빔밥보다 길거리 음식이 더 인기를 끄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K-Pop과 한국 드라마 같은 한류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인도네시아인은 K-Pop 아이돌이 즐겨 먹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일상생활 속의 한식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과거 떡볶이가 한식 세계화의 주력 메뉴로 선정되었을 때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서양인들이 쫀득한 식감의 떡을 좋아하지 않고 매운맛에도 익숙하지 않다는 등의 반대 논리가 많았다. 그러나 적어도 동남아시아에서 떡볶이의 세계화는 성공적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떡볶이의 알파벳 표기(Tteokbokki)를 정확하게 발음하며, 동네 편의점도 즉석 떡볶이 상품을 팔고, 한국의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진출하였다. 이전에 전통 한식메뉴 위주로 취급하던 한식당에서도 떡볶이는 인기 메뉴가 되었다. 원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찰진 음식과 매운맛을 좋아해서 떡볶이가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떡볶이의 세계화가 성공한 근본적인 이유는 매력적인 한국문화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인은 명동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떡볶이를 먹으며 한국인과 같은 문화와 정서를 느끼고 싶어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식의 현지화도 진행 중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중저가 한식 프랜차이즈나 한국 분식을 취급하는 카페가 인기를 끌면서 한식당의 현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퓨전 요리인 로제 떡볶이가 고급 한식으로 부각되고, 무슬림을 배려하여 햄을 쇠고기로 대체한 김밥은 현지화의 성공사례이다. 
이렇게 세계화와 현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한식의 ‘글로컬화’는 일방적인 문화 전파가 아닌 쌍방향 문화교류의 성공사례로 들 수 있다.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 한식의 글로컬화는 앞으로 한식이 현지 적응력을 갖추며 세계화를 지속하게 될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2023년은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로 한국문화의 매력을 대표하는 한식의 글로컬화를 통해 양국의 활발한 문화교류와 우호관계 증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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