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89개 지자체…10년간 연 1조원 지원
주민 1인 소비액, 숙박 여행객 14명으로 대체 가능

행정안전부는 대한민국의 226개 지자체 중 약 47%를 인구감소 지역 및 관심지역으로 지정했다 / 행정안전부 캡처
행정안전부는 대한민국의 226개 지자체 중 약 47%를 인구감소 지역 및 관심지역으로 지정했다 / 행정안전부 캡처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2020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낮은 출생률과 고령화 속도는 더 빨라지는데 인구마저 수도권에 집중되며 지방 도시들은 인구가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마저 맞닥뜨렸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는 89개 지역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들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관광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관광주민이 되어주세요! 인구소멸지역으로의 여행이란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인구소멸위기 지역으로 관광 수요를 유도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디지털 관광주민증이 있다. 인구소멸위기 지역을 대상으로 전개되는 해당 사업은 현재 강화군을 비롯한 11개 지역에서 누구나 발급 가능하다. 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발급받으면 해당 지역의 관광주민으로 등록되는데, 관광주민은 관람·체험·식음료·숙박·쇼핑 등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할인 혜택과 기념품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구감소지역 방문횟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인구감소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공모전도 전개하고 있다. 청년이 기획하고, 떠나는 소도시 관광 상품 공모전으로 청년의 시선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한편 체류형 관광을 증대시키고, 지역 방문 횟수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해당 지자체의 관광주민으로 등록돼 할인 및 혜택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 / 송요셉 인턴기자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해당 지자체의 관광주민으로 등록돼 할인 및 혜택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 / 송요셉 인턴기자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 주민 1인 소비액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여행객 수는 숙박 여행 14명, 당일 여행 81명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체류 일수는 관광소비액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22 국민여행조사에서도 1회 평균 국내 숙박여행 지출액은 20만7,000원으로 당일여행 6만3,000원보다 약 228%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춰 정부는 체류형 관광 증대를 위한 ‘야간관광 특화도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사의 야간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간관광은 여행 소비액 증대뿐만 아니라 연간 약 1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총 122개 지자체에게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원된다 / 픽사베이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총 122개 지자체에게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원된다 / 픽사베이

10년 동안 연 1조원 수혈정부의 지원 사격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는 동시에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마련했다. 10년간 연 1조원 규모의 재정적 지원이다. 기금은 문화·관광, 주거, 교통 등 8개 분야로 나누어 활용하며 청년들의 정착 지원을 위한 사업도 마련됐다. 기금 운용은 지자체의 투자계획을 평가해 5개 등급으로 차등 지원하고 있다. A등급은 2022·23년에 최대 210억원, E등급은 최대 11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A등급을 받은 지자체는 금산군, 신안군, 의성군, 함양군 4곳이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주로 유휴시설을 활용한 리모델링과 문화·관광 프로그램 운영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금산군의 경우 힐링 치유형 워케이션 및 농촌유학 시설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역자원을 적극 활용한 체류형 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등 생활인구(지역에서 통근·통학·관광하는 사람) 유입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은 2022년, 2023년 총 1,691건으로 파악됐다. 이중 ▲문화·관광(27%) ▲산업·일자리(24%) ▲주거(21%) 순으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지자체들은 문화·관광 투자계획으로 워케이션, 세컨 하우스 단지 구축 등 정주 여건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 2015년~2019년 1기 사업, 2020년~2024년 2기 사업으로 나눠 인구감소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 픽사베이
일본은 2015년~2019년 1기 사업, 2020년~2024년 2기 사업으로 나눠 인구감소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 픽사베이

일본에서 찾아본 성공 사례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감소지역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은 물론 인구가 수도권으로 밀집되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인 2015년부터 지방도시 정비를 시작했다. 약 4년 동안 ‘지방창생사업비’ 1조엔을 들여 특히 5G 기지국, 정보통신 인프라 정비 등으로 도시·지방간 격차 해소에 많은 지원이 이어졌다. 2020년에는 2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인 ‘관계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생활인구 개념과 비슷하며, 잠재적 지방 정주인구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은 인구로 정책 수립에 활용되고 있다.

일찍이 인구감소 문제에 나선 일본에서는 이제 성공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야마나시현 고스게촌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만들었다. 인구 이탈로 생겨난 빈집을 객실로 리모델링해 마을 전체에 분산된 형태로 운영했다. 이를 통해 고스게촌은 2014년 방문객 수 8만명에서 4년 만에 221% 증가한 18만명을 달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해 처음 추진한 제2의 고향 만들기 사업도 돋보인다. 코로나19 이후 자연환경을 선호하고 시골 생활에 대한 젊은층의 수요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빈번하게 방문하는 지역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새로운 국내여행을 제안하는 게 핵심이다. 여행 전 온라인 교류로 시작해 여행 중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역 과제를 논의하거나 체험을 통해 교류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여정이다. 2022년 니이가타현 우오누마시, 교토 난탄시 등 19개 지역을 발굴해냈으며, 15~20개 지역을 추가 발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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