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회복의 길을 달리는 중이다. 여행 수요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이와 비례해 신규 채용도 활발해졌다. 하지만 녹록치만은 않다. 일감은 밀려드는데 일손은 부족한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여행업계에서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고 채용을 하더라도 금세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인력난을 호소한다. 이유가 뭘까. 여행산업을 바라보는 신입 사원들의 속마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행산업에서 앞으로 일하고 싶은 A, 현재 일하고 있는 B, 지금은 일하지 않는 C를 만났다.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작고 소중한 월급인거 알아요, 하지만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요!”

회사와 동반 성장을 꿈꾸는 예비 여행인(A씨 / 25세 / 남자 )

여행업계 취업 준비생이라고.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전문대학교에서 관광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지난해부터 0000 테마파크에서 인턴으로 약 10개월째 일하고 있다.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항공사, 호텔, 여행사 등 여행산업과 관련된 회사를 찾고 있다. 다만 업무는 인사, 경영지원‧전략‧기획, 홍보‧마케팅 부문에 지원하고 싶다.

이유가 뭔가.

학생 시절에 호텔 프런트에서 일 해본 경험이 있다. 소비자들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업무는 단기적인 시선으로 바로바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다.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나의 경우 중장기적인 시선으로 길게 호흡하는 것이 좋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 기획하고 전략을 세우는 업무도 재밌게 느껴진다. 또한 호텔 프런트에서의 경험은 같은 업종으로 이직할 땐 유리하지만 다른 업종에선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여행업계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무래도 관광경영학 전공의 영향인 것 같다. 학교에서 주로 접한 산업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국내여행 안내사 자격증부터 토파스 셀커넥트 항공 예약발권(CRS) 자격증 등 여행업계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도 땄다.

여행산업과 관련된 채용 박람회에도 참가해본 적 있나.

그렇다. 채용 박람회에는 같은 전공 친구들과 자주 갔다. 아무래도 밀접한 상담이 가능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채용 공고를 보고 관심이 생긴 회사가 있나.

얼마 전 하나투어 인턴십 채용 공고를 봤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관리부문에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자를 기준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투어 인턴십의 경우 학력 제한이 없는 데다 ‘체험형’ 인턴이 아닌 ‘채용 연계형’ 인턴이라는 점이 좋았다. 단순히 인턴을 체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했나.

했는데 못했다.

무슨 말인가.

마감 직전에 제출하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초기화가 됐다. 이전 경력 연봉 입력란에 ‘X’를 적었더니 숫자로 기입해야한다더라… 그 사이 마감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쉽지만 또 하나 배웠다.

신입 사원의 연봉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호텔이나 여행업계에서는 신입 사원 평균 연봉으로 2,500~2,800만원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출퇴근 시간부터 절대적인 근무 시간 등을 생각하면 적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연봉은 3,000만원 이상이다.

원하는 근무형태가 있나.

내가 원하는 직무는 다른 부서와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사내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재택근무면 적당할 것 같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입사 지원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비전을 가진 회사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런 회사라면 야근도, 열정페이도 상관없다. 다만 조직 문화는 수평적이면 좋겠다.  

 

●“다 좋다 쳐요,  그런데 신입한테   너무 기대치가 높은 거 아닌가요?”

여행인이 좋은 여행인  (B씨 / 25세 / 여자)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여행사에서 상품 기획자로 근무하고 있다. 1년 미만 신입 사원이다.

어떤 여행사인가.

단체 인센티브 전문 여행사다.

첫 직장인가?

그렇다.

(이력서) 지원은 몇 군데 해봤나.

한 번에 합격했다.

대단하다. 그리고 일단 환영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여행업계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 고충을 겪고 있다. 여행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여행사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상담‧견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인턴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시작해보니 적성에 맞나.

그런 것 같다.

근무 만족도를 5점 척도로 매긴다면?

3점 정도인 것 같다.

보통이라는 의미인데, 2점이 빠진 이유는 뭔가.

입사 전 예상했던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제한적이다. 아직 코로나19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국가들도 있고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지역도 남아 있다. 항공 공급도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고 복구되지 않은 현지도 여럿이다. 그래서 다양한 상품을 접하거나 기획하기에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업무 강도는 어떤가.

아직은 배울 게 많은 것 같다. 다만 업무 분담이 거의 없이 일당백을 해야 한다.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조금씩은 혼자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

그에 비해 급여 수준은 만족스러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세후 약 220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취업 전 여행사 직원으로 기대했던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국내 및 해외로 함께 인솔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신입이기도 하고 코로나19 이후 인솔자가 동행하거나 해외 답사를 다녀올 만큼 대규모의 인원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줄었다고 한다.

근무해보니 여행사 업무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생각보다 꼼꼼함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다. 항공, 호텔, 차량, 식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틀리면 행사에 영향을 미친다. 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리스크도 크다. 재확인, 또 재확인이 필요하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보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어학점수? 어학 점수와 자격증 위주로 취업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사에 입사해보니 아직까지는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업무를 접하지 못했다. 그래도 해외 셀러들과 메일을 주고받거나 해외 인솔자로 나가는 선배들을 보면 언젠가는 필요한 역량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다음 스텝은. 지금은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워서 보다 규모가 큰 여행사로 이직해보고 싶다.

주변 친구들에게 여행업계를 추천할 의향이 있나.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시간을 좀 더 두고 들어와도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은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남아 있는 곳들이 있어 필요한 서류나 변동 사항이 너무 많다. 정상적인 시기에도 배우기 어려운데… 아직 신입사원에게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오퍼레이터 업무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갈팡질팡, 확신이 필요한 (C씨 / 23세 / 여자)

최근 퇴사했다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축하하고 부럽다. 근무 경험을 듣고 싶다.

패키지 여행사에서 약 1년 정도 근무했다. OP부터 상담, 마케팅 업무까지 두루 경험하고 나왔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이 있나.

직접 상품을 소싱해서 e커머스 플랫폼에 타임딜로 판매한 적이 있다. 잘 팔렸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관적으로 즉각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라 기억에 남는다. 직접 만든 배너나 기획전을 두고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도 보람 있었던 것 같다.

그럼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이 너무 많았다. 원래 두 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입사원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느낌이었다.

충원은 없었나.

채용 공고는 계속 올라가 있었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일할 만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들었다.

그래도 신입사원인데 혼자 고군분투했을 것 같다.

나도 신입이라 체계적으로 배워야 할 게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바쁘다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또래의 신입사원들끼리 고충을 나누고 의지했다. 신입사원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부담되기도 했다.

여행업계 종사자에 대한 외부 사람들의 이미지나 시선은 어떻게 보였나.

주변 지인들에게 여행사 직원이라고 하면 으레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월급이 적지 않느냐, 요즘 여행사가 필요한가, 거기서 네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 등등.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은 OTA나 플랫폼 사용에 익숙해서인 것 같다.

같은 생각인가?

패키지 여행사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일을 해보니 패키지 여행이 필요한 수요는 분명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니 여행사에서 일할 때에도 자사 사이트보다 평소에 익숙했던 플랫폼을 사용했다. 사용자 환경이 편리한 것 같다.

바뀌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

나름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여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홍보나 마케팅, 시스템 개선 등 투자에 소극적인 게 아쉬웠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체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직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를 꼽자면?

가장 중요한 건 복지. 워라밸은 사수하고 싶다. 다음은 연봉이다. 크게 만족스럽지도, 불만족스럽지도 않았지만 연봉은 많을수록 좋겠다.

퇴사 후 지금은 뭐하면서 지내나.

당분간 해외생활을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1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여행업계에서 일할 의향이 있나.

(……… 5초 정적 후)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고려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1년 동안 배운 경험이 있으니 다시 하면 좀 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오퍼레이터 업무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소비자들과 직접 상담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지치는 일이 잦았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