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FSC 합병 가능할까? 올 3분기 가닥 
장거리 진출 및 신규 진입…LCC도 변화 

올해 하반기는 한국 항공산업 구도재편의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여부가 이르면 3분기에는 판가름 날 전망이어서다. 성사될 경우 통합FSC와 통합LCC가 모두 탄생하는 만큼 엔데믹 시대 선두주자를 향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여부가 판가름 날 올해 하반기는 한국 항공산업 구도재편의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 픽사베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여부가 판가름 날 올해 하반기는 한국 항공산업 구도재편의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 픽사베이

메가 캐리어 탄생, 기회일까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추진한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합병을 위해서는 한국을 포함해 총 14개국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7월12일 현재 미국·유럽연합(EU)·일본의 승인이 남은 상황이다. 일본은 7월 중 승인이 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문제는 미국과 EU다. 한 국가라도 비승인시 기업결합이 불가능한데, 현재 미국은 요지부동인데다 EU는 8월3일까지였던 심사기한을 연기한 상태다. 업계 내에서도 “합병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대비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 사실 결정이 빨리 났으면 좋겠다”라며 “기존 사업계획대로 진행하되 추후 합병 결과에 따라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의 의지는 강력하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6월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합병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22년과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 인수합병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의 도약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6월20일 “합병 무산이라는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중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합병이 성사되어도 승인 과정에서의 슬롯 반납으로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인천-베이징·상하이·장자제 등 중국 주요 9개 노선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현재 영국 노선 슬롯 17개 중 7개를 이미 내준데다, EU에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4개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향후 반납해야 할 슬롯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슬롯은 단순한 개수가 아니라 어떤 시간대인지가 중요하고, 꾸준히 운항해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통합FSC가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슬롯의 경우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배분 받을 수 있어 국적LCC들의 노선 확장도 가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등 항공사들이 신규 노선 진출에 여념이 없다 / 픽사베이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티웨이항공은 중장거리,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등 항공사들이 신규 노선 진출에 여념이 없다 / 픽사베이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 수혜 기대

‘항공 빅딜’에 따른 신규 플레이어로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이 손꼽힌다.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이른바 ‘아시아나 대체 항공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기를 이미 도입한 항공사들이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은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합병 과정에서 반납하게 될 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등에 대해 유럽경쟁당국(EC)에 노선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 유명섭 대표는 6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양사 합병으로 반납될 슬롯이 버려지는 일 없이 모두 확보할 계획이며, 합병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존 사업계획대로 장거리 특화 항공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 도입에도 박차를 가한다.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B787-9 기종(최대 항속거리 1만5,500km) 6~9호기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대형항공기를 20대 이상 확보할 방침이다. 최근 국토부로부터 EDTO(회항시간연장운항)-180 등급을 획득하며 국내외 FSC와 동일한 항로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티웨이항공은 내년까지 A330-300을 포함해 총 6대 이상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2027년까지 총 50대 규모의 기단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A330-300(항속거리 약 1만km)은 호주·동유럽 운항이 가능하며, 항속거리가 더 긴 A330-200(약 1만3,400km)도 도입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각각 LA, 시드니 노선에 취항한 뒤 80~90%대에 달하는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는 등 중장거리 노선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모양새다. 대형기종 도입과 함께 대한항공-아시아나를 비롯해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의 장거리 접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통합LCC 탄생, 이스타항공 컴백, 신생항공사 진입 등 단거리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 픽사베이 
통합LCC 탄생, 이스타항공 컴백, 신생항공사 진입 등 단거리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 픽사베이 

중단거리 전쟁 여파는?

기존에 LCC를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단거리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되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하나된 통합LCC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컴백과 신생항공사 에어로케이의 진입도 변수다. 한 LCC 관계자는 “현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LCC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데, 통합LCC가 이를 뛰어넘는 메가 LCC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본사 소재지나 시장 계획 수립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수도권, 에어부산은 부산에 노선이 집중돼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맞물려 지역사회에서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추진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항공사가 어디에 거점을 두느냐는 항공사는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양양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을 예로 들 수 있다. 인바운드 유치에 주력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 위기로 난항을 겪으며 현재 전 노선을 중단하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단계다. 양양 출도착 노선을 운항하던 유일한 항공사였던 만큼 지역민들의 발길은 묶일 수밖에 없었다. 청주에서는 에어로케이와 티웨이항공의 경쟁이 예고됐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초부터 청주발 다낭·방콕·오사카·나트랑 노선에 차례로 취항하면서 청주공항 하늘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신생항공사 에어로케이는 7월6일 첫 국제선인 청주-오사카 노선에 취항했고, 오는 9월까지 나리타·구마모토·후쿠오카·울란바토르·타이베이까지 노선을 확장할 계획이다. 

통합항공사의 탄생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합병이 된다하더라도 준비·유예기간까지 합하면 통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운수권과 슬롯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한 LCC 관계자는 “통합 대상 LCC와는 운영 방향이 달라 기존의 사업계획대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주항공은 인도네시아 노선을 노린다. 5월부터 마나도·바탐 전세기를 운영하고, 지난해 9월 북술라웨시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인도네시아 취항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동계시즌 인천공항 슬롯배정횟수가 19만3,163회로 개항 이후 최대치에 이를 전망인 만큼 외국항공사의 신규 취항까지 고려해 향후 항공산업 경쟁구도 재편을 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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