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게 익숙하다. 익숙해서 편하고, 익숙해서 자꾸 찾는다. 어쩌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다면 그건 호기심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익숙하지 않아 두렵고,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보이지만 그걸 감수할 수 있는 원동력. 오사카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인천 말고, 김포 말고, 청주로 향했다. 이게 다 에어로케이(Aero K)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청주=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는 A320을 도입했다. 7월 현재 총 3대를 인도한 상태로 연말까지 6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 에어로케이 

■ 의지의 상징, 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는 시작부터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던 항공사다. 2019년 3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지 약 1년 만에, 첫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코로나19 위기에 맞닥뜨렸다.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은 물론 대형 항공사들도 휘청거렸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로케이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랜선여행 캠페인을 펼치고 뮤지션과의 협업을 통해 기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흔하지 않고 재밌는 비행을 꿈꿨다. 에어로케이의 첫 비행은 2020년 12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시기에 운항증명(AOC)을 겨우 발급받고 이듬해 4월부터 시작됐다. 180석 규모의 A320 1호기 한 대로 청주-제주 노선을 부지런히 오갔다. 그 결과 지난 6월까지 청주-제주 노선을 2,200회 운항하며 70여만명을 수송했다.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온 결과다.

에어로케이는 7월6일 청주-오사카 노선에 취항했다. 에어로케이의 첫 번째 국제선이다. 2016년 5월 법인 설립 이후 첫 국제선 비행을 시작하기까지 무려 7년2개월이 걸렸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6월 2‧3호기를 동시에 인도한 데 이어 올해 안으로 6대까지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해 오사카를 시작으로 도쿄, 후쿠오카, 홍콩, 마카오, 클락, 울란바토르 등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아시아 주요 도시에 국제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청주국제공항으로 더 많은 발걸음이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주국제공항 에어로케이 국제선 게이트 / 손고은 기자 

■ 공항 가는 길

평일 정오. 청주국제공항까지는 서울에서 경기를 거쳐 무려 충청북도로 내려가야 했다. 네비게이션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청주국제공항까지 2시간9분, 인천국제공항까지 1시간5분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1시간 차이로 인천국제공항이 훨씬 가까웠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성남시 분당구, 수원시 팔달구 등 서울‧경기 남동부권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격차가 약 30분 정도로 줄었다. 경기도 용인시, 오산시, 화성시에서 출발할 경우 인천과 청주까지 각각 비슷한 시간이 소요됐고, 여주시, 평택시, 안성시의 경우 오히려 청주국제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적었다. 같은 서울‧경기 수도권이지만 남동부 지역에서 출발한다면 선택권은 청주국제공항까지 훨씬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충청북도라는 심리적 거리감만 줄이면 된다.

그게 소문이 좀 난 걸까. 지난해 청주국제공항을 거친 여객수는 317만명으로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이 제한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청주국제공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객수가 168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말까지 3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7월6일 에어로케이의 청주-오사카 취항을 기념해 임직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식을 열었다  / 손고은 기자 

■ 누구보다 재빠르게 오사카 여행

7월6일 그날 청주국제공항은 종일 들떠 있었다. 에어로케이의 청주-오사카 첫 항공편은 180석 만석을 기록했고 에어로케이 임직원들을 비롯해 각종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항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공항은 부산스럽거나 복잡하지는 않았다. 에어로케이 국제선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받은 후 입국장까지는 단 1분. 여기서 여권과 항공권을 확인하고 기내 수하물 검사를 마친 후 출국 수속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었다. 북적거리는 다른 공항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시간을 번 느낌이랄까.

에어로케이는 청주-오사카 노선을 하루 2회 운항하고 있다. 항공 스케줄도 훌륭하다. 탑승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황금 시간대’를 가졌다. 청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오전 8시45분, 오후 5시40분으로 아침 일찍 출발해 꽉 찬 일정을 만들 수 있는 오전 스케줄과 직장인도 ‘반차’만 사용해 다녀올 수 있는 저녁 스케줄을 운항 중이다. 청주로 돌아오는 항공편도 마찬가지다.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오전 11시15분, 저녁 8시15분 출발하는 일정이다. 청주에서 오전 8시45분 출발하는 항공편을 타면 당일 저녁 8시15분 항공편으로 돌아오는 오사카 당일 여행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청주에서 오사카까지는 이륙 후 1시간10분이 걸렸다. 예상 비행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 손고은 기자 

■ 누구냐, 너. 에어로케이라는 정체

기내는 쾌적했다. 그저 신기종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우선 앞좌석과의 간격이 넉넉했고 이륙 후 기내에는 향긋한 커피 향이 솔솔 났다. 유럽 5대 카페로 불리는 보난자커피의 스페셜티 커피 향이다. 이날 에어로케이는 오사카 첫 취항 기념으로 모든 승객들에게 보난자커피의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했다. 평소에는 4,500원에 판매하는데 청주-제주 노선에 처음 출시하고 한 달 만에 1,700잔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 메뉴로 등극했다고. 상공에서도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분쇄도와 배전도, 원두의 정량과 원두를 담는 원단의 무게, 타입 등 4개월간 6차례의 기내 시음을 거쳐 탄생한 커피를 향한 호응은 뜨거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적당한 온도만큼 밸런스가 훌륭했고 우아했다. 기내에서 이 정도 양질의 커피라면 값을 조금 더 받아도 팔리겠다고 생각(만)했다.

에어로케이가 선보인 보난자커피 스페셜티 커피. 기내에서 한 잔에 4,500원에 판매한다 / 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가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이 그랬다. 패브릭 전문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파우치와 미니 스토리지부터 키링, 볼펜, 양말 등 다양한 브랜드 상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몇 년 전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와의 첫 인터뷰를 회상해보면 에어로케이는 항공사가 아니다. 강 대표는 항공권‘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꿈꾼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해 만든 상품들이 벌써 여럿이고, 독립출판 전문 북 스토어와 하늘 위 도서관 이벤트를 펼치거나 선우정아와 같은 뮤지션 등과 함께 기내 콘서트를 여는 등 그동안 기내에서 펼친 독특한 캠페인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에어로케이 승무원들은 업무 활동하기에 편안한 젠더리스 유니폼을 입고 운동화를 신는다 / 손고은 기자 

판매하는 상품뿐만이 아니다. 에어로케이의 선택에는 언제나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가족의 개념을 반려동물까지 확대 적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는가 하면 승무원의 외모‧학력‧나이 제한을 없앤 채용을 진행하고, 남녀 구분 없이 승무원들이 안전요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젠더리스 유니폼과 운동화를 도입하는 등 자신만의 중심을 지켜온 에어로케이다. 그리고 이번 비행 경험을 통해 생각했다. 이날 청주국제공항에서 에어로케이를 타고 오사카 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한건 어쩌면 에어로케이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호감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기내에 비치된 ‘에어로케이, 오사카를 만나다(Aero K Meets Osaka)’ 간행물 / 손고은 기자 

커피를 홀짝이며 기내에 비치된 ‘에어로케이, 오사카를 만나다(Aero K Meets Osaka)’ 간행물을 정독했다. 오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것이 ‘에어로케이스럽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어느새 이륙 후 1시간10분이 지났고, 비행기는 예상했던 비행시간보다 30분이나 빨리 오사카에 도착했다. 착륙에 성공한 비행기가 게이트로 이동하는 동안 기내에서는 가수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발을 까딱거리며 박자를 맞췄다.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mini interview

국제선 취항까지 7년2개월...앞으로는 '속도전'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국제선 첫 날갯짓을 시작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성장하는 에어로케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손고은 기자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국제선 첫 날갯짓을 시작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성장하는 에어로케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손고은 기자 

 

-첫 번째 국제선 취항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감은.

2020년 2월 1호기를 인도받은 이후 3년5개월만이자, 2016년 5월 법인 설립 이후 7년2개월 만이다. 그 사이 코로나19도 겪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국제선을 준비할 수도 없었고 청주국제공항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국제선 운항을 허가한 이후부터 국제선 운항을 추진하게 됐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국제선 첫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임직원들과 많은 관계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왜 오사카인가.

청주에 사무실을 오픈하고 충청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도 지역 주민들이 가장 원했던 국제선 노선이 청주-오사카였다. 그때부터 만약 국제선을 취항한다면 오사카부터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슬롯을 가장 먼저 받은 노선이기도 하다.

-주요 판매 채널은 어떻게 되나.

국내선의 약 90%는 에어로케이를 통해 직접 판매되고 있다. 좋은 가격으로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여행사를 통해서도 판매한다. 국내선은 와이페이모어, 웹투어, 트래블퓨전, 타이드스퀘어, 모두투어를 통해 판매하고 국제선의 경우 모두투어, 투어서클, 트래블퓨전, 하나투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분주해질 것 같다.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항공기 도입이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에어로케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3대를 추가 도입해 총 6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신규 목적지로 도쿄, 후쿠오카, 타이베이, 홍콩, 마카오, 클락, 울란바토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속도전이다. 청주국제공항이 군사공항이기도 한 만큼 신규 취항에 대해 원활한 협조와 빠른 승인이 필요하다. 청주시를 비롯해 청주국제공항, 충청북도 등 다양한 유관기관에서 에어로케이가 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약속했다. 앞으로 에어로케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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