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미 기자

기후 위기와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장마 기간은 명확했다. 지금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변덕을 부리는 탓에 출근 전 일기 예보 확인이 필수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폭우로 여름휴가를 취소하거나, 여행 시기를 고민하는 글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숙박 시설 상담건이(7월3~21일) 전년보다 18.3% 많았다. 특히 비 피해가 겄던 충남은 전년 동기 대비 86.2% 증가한 54건을 기록했다.

폭우가 끝나자 폭염이 기승이다. 폭염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찜통이나 다름없다. 서울 시청과 코엑스 부근을 구경하던 세계 스카우트 회원들의 부채질이 이해되는 온도다. 무더위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가 더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일 기록적인 기온을 갱신하고 있는 유럽은 피해가 크다. 산불이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아크로폴리스 등 그리스 주요 야외 유적지들은 폭염으로 관람이 중단됐다. 로마를 여행 중인 한국인 여행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지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의 안부를 걱정했다.

폭염은 유럽 여행 지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21일 CNN은 무더위로 유럽의 인기 여행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실제 유럽여행위원회(ETC) 자료에 따르면 6~11월 지중해 지역으로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은 지난해보다 이미 10%가량 줄었다. 대신 체코, 아일랜드, 덴마크 등 온화한 기온을 가진 나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여름에는 이탈리아보다 런던이나 파리로 가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폭염과 폭우는 ‘사나울 폭’이라는 한자를 사용한다. 날씨가 매우 난폭하다는 이야기다. 기후 변화의 흐름을 끊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은 온열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물병을 나눠주고 실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여행사들도 이제는 안전책을 마련해야겠다. 여행 상품을 기획할 때 오락가락 널뛰는 날씨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처치 매뉴얼을 갖추거나,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등의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 기후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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