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이윤복 flinders799@gmail.com
화성시 두빛나래 어린이도서관 사서

누구나 눈 감으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그곳이 첫 해외여행지일 수도 있고, 신혼여행지일 수도 있다. 나는 특이하게 도서관이 떠오른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곳곳의 철제 책장들과 고래, PB층에서 도서관을 올려다볼 때의 장엄한 광경, 하카란다가 핀 정원이 생각난다.

PB층에서 바라본 도서관 내부 모습. 공중에 떠있는 서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PB층에서 바라본 도서관 내부 모습. 공중에 떠있는 서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멕시코에서 보낸 1년

한국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휴직 후 지난해 여름부터 멕시코시티에서 1년을 보냈다. 특히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동안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서 바스콘셀로스 자원봉사 커뮤니티(Vasconcelos Volunteer Community) 소속의 한국인 가이드로 지냈다. 멕시코시티 내 도서관들, 학교,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한국인에게 바스콘셀로스 도서관과 멕시코시티 내 도서관, 한국도서관 등을 설명했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멕시코시티 북부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이다. 미래 도서관, 인터스텔라 도서관 등 다양한 별명이 있을 만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크고, 유명한 도서관이다. 

●호세 바스콘셀로스를 아세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을 잘 알기 위해서는 ‘바스콘셀로스’라는 인물의 소개가 필요하다. 호세 바스콘셀로스 칼데론(José Vasconcelos Calderón(1882~1959)은 작가, 철학가, 교육자이자 정치가였으며 현대 멕시코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1920년대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때 당시 멕시코의 문맹률은 80%가 넘었다. 호세 바스콘셀로스는 읽고 쓸 줄 모르는 멕시코 국민들에게 1910년 멕시코 혁명, 멕시코 역사 등을 알리기 위해 유럽에 있던 디에고 리베라를 불러 공공건물에 벽화 그리기를 요청했다. 이 벽화운동으로 라틴 아메리카 미술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이 시기를 ‘멕시코 르네상스’로 부르기도 한다.

1940년에는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xico) 관장을 역임했다. 호세 바스콘셀로스는 문맹 퇴치 운동, 많은 학교와 도서관의 건립 등 교육개혁을 통해 멕시코가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도서관의 이름이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으로 정해졌다.

어린이자료실의 모습
어린이자료실의 모습

●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 대해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은 세계 10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표작 ‘인터스텔라’의 모티브가 된 장소로도 알려졌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공중에 떠 있는 서가와 마주치게 된다. 여기서부터 도서관 여행이 시작된다. 서가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입구부터 사진 촬영에 열중한다. PB층은 점자자료실, 어린이 자료실, 사무실, 강당, 정기 간행물실, 음악자료실, 멀티미디어실, 청각장애인실이 있고, 1~6층은 듀이 십진분류법(DDC,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자료 분류법)으로 분류한 책들이 있다. 7층은 듀이 십진분류법(DDC)이 아닌 세계의 언어, 18+, 만화, 멕시코 언어와 문화, 멕시코시티 등 15개의 주제에 대한 책들이 모여있다. 

이 도서관을 설계한 사람은 멕시코 건축가 알베르토 칼라치(Alberto Kalach)다. 알베르토 칼라치 프로젝트팀은 2003년 10월 국제 건축공모전에서 592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선발됐다. 2004년 1월부터 도서관 공사가 시작됐고, 2006년 5월16일에 개관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새로운 녹색공간을 만들 기회 제공 및 문화와 자연의 공생이다. 개관한지 17년이 지났지만 도서관은 여전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거기에 현재 68만권 이상의 책을 소장했고, 여러 프로그램과 공연, 전시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작품
가브리엘 오로스코의 작품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모바일 매트릭스 Mobile Matrix
PB층을 걷다 보면 어린이 자료실 앞에서 고래를 보게 된다. 멕시코의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스코(Gabriel Orozco)의 작품으로 고래의 뼈로 만들어졌다. 길이는 11.69m, 무게는 1,169kg에 이르는 거대한 작품이다. 관람객 대부분은 ‘처음에 공룡인 줄 알았다’고 감탄하곤 했다. 그리고 실제 죽은 고래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 ‘두 명의 프리다, 1939년’
프리다 칼로의 작품 ‘두 명의 프리다, 1939년’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호세 바스콘셀로스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그리고 프리다 칼로는 동시대를 살았다. 이 세 명의 중심엔 호세 바스콘셀로스가 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로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으로 유명해졌다. 프리다 칼로는 1922년 멕시코 국립예비학교에 입학했다. 멕시코 최고의 교육기관인 국립예비학교는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호세 바스콘셀로스의 진보적인 성향으로 처음으로 여학생이 입학할 수 있게 됐고, 프리다 칼로는 그중 한 명이었다. 디에고 리베라의 첫 일감은 국립예비학교 강당에 벽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첫 만남은 여기서 이뤄졌다.

산토 도밍고 성당 (Templo de Santo Domingo)이 보이는 풍경
산토 도밍고 성당 (Templo de Santo Domingo)이 보이는 풍경

가이드를 하며 얻은 것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 개괄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큰 그림으로 이해하길 바란다.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자원봉사로 많은 것을 배웠다. 새로운 시야가 생겼고,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얻었다.

다시 가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 멕시코. 멕시코를 생각하면 아름다운 자연풍광, 찬란한 고대문화, 열정적이고 친절한 멕시코 친구들, 훌륭한 박물관과 미술관, 맛있는 멕시코 음식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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