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은 우리나라 면적의 35%에 불과하다. 경상남북도를 합쳐 놓은 크기. 그런데 다양하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가 평지, 분지, 구릉이 이어지는 극단적인 지형. 백두산보다 높거나 버금가는 산도 많다. 라이딩, 트레킹, 등산, 서핑이 자유로운 곳. 타이완의 아웃도어를 탐구했다.

●산지 호수의 극적인 미학, 일월담 순환 자전거도로

‘일월담(日月潭)’은 타이완 난터우현 위츠향, 해발 736m에 위치한 담수호다, 둘레가 무려 35km나 되는 이 호수는 타이완의 8대 관광명소로 꼽힐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본디 해와 달을 닮은 2개의 호수였으나 일제가 수력발전을 위해 댐을 쌓은 후 수위가 낮아지면서 하나로 연결됐다. 

이른 아침, ‘호텔데이 선 문 레이크(Hotelday+ Sun Moon Lake)’를 나선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수이서 부두(水社碼頭)’다. 이곳은 일월담의 교통 및 탐방 허브로 많은 호텔과 식당 그리고 기념품숍이 밀집된 상업 지구기도 하다. 수이서 부두는 ‘일월담 순환 자전거도로’의 기점이다. 일월담 둘레를 타고 이어지는 30km의 구간은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로 선정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페달을 밟는 동안 산지 호수가 가진 다양하고 극적인 미학을 경험하게 된다.

코스는 수변과 나란하지만 때로는 기복과 곡선의 언덕 그리고 평화로운 마을 길을 두루 지난다. 4개의 주요 사찰(봉황궁, 문무사, 삼장사, 현광사)을 거치며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색과 감성을 연출해 내는 것도 ‘일월담 순환 자전거도로’만의 자랑거리다.

그렇다고 ‘일월담 순환 자전거도로’가 라이딩 슈트와 고가의 자전거로 무장한 라이더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특히 수이서 부두와 ‘샹산 방문자센터(Xiangshan Visitor Center)’를 잇는 3.4km의 왕복 코스는 전기자전거를 빌려 탄 평범한 차림의 여행객들이 주류를 이룬다. 아웃도어에 수준과 경계는 중요치 않다. 순환코스라고 해서 반드시 한 바퀴를 돌 필요도 없다. 여행객들은 수면 위에 놓인 데크로드와 수이서 부두를 지나다니며 ‘자전거를 탄 풍경’에 심취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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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담 근처에서 꼭 둘러봐야 할 Spot 3

풍경 맛집, 문무묘

문무묘(文武廟)는 1969년 중국 북조 양식으로 재건된 사찰이다. 유교, 불교, 도교의 신들을 함께 모시며 경내에는 월하노인, 관우, 공자의 사당이 있다. 뒤쪽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과 맞닿은 일월담의 압도적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백사슴의 발자취, 일월담 보트투어

오래전 타오족(타이완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키드섬의 원주민)의 선조들은 백사슴을 쫓다가 우연히 ‘일월담’을 발견했다고 한다. 호수 동쪽에 있는 라루섬(拉魯島)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다. 라루섬을 포함해 구족문화촌, 현장사, 자은탑 등 일월담의 명소들을 고루 탐방하려면 보트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수 면을 가르는 보트 투어는 항해만으로도 묘미가 있지만, 다른 항구로 이동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티켓을 구입하고 손등에 도장을 받으면 온종일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노리히코 단의 작품, 샹산 방문자센터

2000년 개관한 상샨 방문자센터는 세계적 건축가 ‘노리히코 단(Norihiko Dan)’이 설계했다. 캐노피 형식으로 디자인된 두 개의 건축물은 팔을 뻗어 일월담을 감싸는 듯한 인상을 준다. 

 

●사이클링 문화의 중심, 자이언트 자전거문화박물관

타이완은 자전거 산업의 강국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라이더에게 인기가 좋은 자이언트, 메리다, 퍼시픽자전거가 모두 타이완 브랜드다. 타이완은 자전거 생산국가로도 이름이 높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세계적 브랜드의 프레임은 대부분 타이완에서 생산된다. 타이중에 있는 ‘자전거문화박물관(Cycling Cultural Museum)’을 찾아가 봤다.

자전거문화박물관은 전시와 체험 활동을 통해 자전거에 관한 시야를 넓히고 사이클링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킨다는 목적으로 2020년 개관했다. 전 세계 자전거 매출 1위 자이언트그룹이 운영하는 시설답게 박물관은 외관에서부터 널찍한 규모와 도드라진 건축미를 뽐낸다.

박물관은 총 3개 층으로 테마를 나눴다. 1층(Inviting)은 자전거 과학과 발전사를, 2층(Inspiring)은 산악자전거, 전기자전거, 시티바이크 등 다양한 장르의 자전거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3층(Engaging)은 타이완의 대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노란색의 공공자전거 U-Bike를 중심으로 안전수칙과 경로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실 곳곳에 배치된 자이언트의 자전거 컬렉션은 마치 예술품을 보는 듯 독특하고 다채로웠다. 실감 나는 시뮬레이션 라이딩에,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설명과 진행을 이끌어가는 구성 또한 흥미롭고 유익했다. 다만 전시실에서는 어떠한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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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박물관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Spot 2

원조의 맛, 춘수당 본점

타이중을 방문했다면 꼭 한 번 들러 봐야 하는 명소. 타이완에서 버블티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두 곳 중 하나. 춘수당(春水堂)의 버블티는 1987년 처음 세상에 나왔으며 밀크티에 타피오카 펄을 넣어 만든다. 춘수당의 버블티는 500cc는 됨직한 커다란 컵에 가득 담겨 나온다. 진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먹거리 천국, 펑지아 야시장

평지아 야시장(逢甲夜市)은 타이완 최대의 야시장으로 타이중시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 펑지아대학을 끼고 있어 주 고객은 20~30대, 침샘을 자극하는 다양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의류, 신발, 액세서리를 파는 점포도 늘어서 있다.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는 김치와 오이가 어우러진 이신취두부(一心臭豆腐), 타이완식 호떡 충좌빙(蔥抓餅), 토란 빙수 다자타로시(大甲芋頭城), 꼬치구이 야키토리(激旨燒鳥), 계란전병 밍륜딴핑(明倫蛋餅), 큰 소시지로 작은 소시지를 싸서 먹는 관즈린따창빠오샤오챵(官芝霖大腸包小腸) 등이 있다.

 

●100년의 레트로, 지우차오링 고리형 자전거도로

타이완은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자전거도로가 놓여 있으며 그 길이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지우차오링 고리형 자전거도로’도 그 연장선에 있다. 푸롱을 출발, 지어우차오링 터널(旧草岭隧道)을 통과해 해안선을 따라 라이라이지질공원, 산디아오등대, 롼아오 어촌을 거쳐 푸롱으로 돌아오는 20km 구간은 타이완의 10대 자전거도로로 꼽힌다.

특히 신베이 푸롱과 이란현 스청을 잇는 지어우차오링 터널은 지역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터널은 1924년 개통되어 철도의 복선, 전기화 작업으로 1985년 폐쇄되었고 그 후 2008년 자전거도로로 변신, 개방되었다.

푸롱역 렌탈숍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오늘의 코스 역시 2,167m의 지어우차오링 터널을 왕복하는 핵심 구간 맛보기다. 터널 입구에 다다르니 모든 여행객이 자전거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100년 터널의 레트로한 정취 그리고 어둠과 빛의 아치형 경계는 멋진 배경이 돼 주었다. 터널은 땀을 식혀 줄 만큼 서늘했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곧장 이란현의 ‘스청’이다. 스청은 작은 어촌 마을이다. 일정상 푸롱(福隆)과 동베이지아오(東北角)를 마음껏 누리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여름날 다시 타이완을 찾는다면 1순위는 당연 푸롱이다. 타이베이와도 불과 1시간 거리에 있으니 아웃도어 여행의 베이스캠프로도 더할 나위가 없다. 동베이지아오의 해안 라이딩은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바닷가의 멋진 스폿들 그리고 전망 좋은 숙소와 음식. 최소 3박은 넉넉히 잡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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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차오링 터널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Spot 2

해양 스포츠의 성지, 푸롱 해수욕장

푸롱 해수욕장(Fulong beach)은 신베이시 궁랴오구 솽시강 어귀에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황금빛 모래가 해변을 덮고 있어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카누,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서핑, 수상스키 등 해양스포츠의 성지다. 매년 여름 해변에서는 모래 조각대회와 록 페스티벌 ‘궁랴오 국제 해양 음악축제’가 열린다. 

일출과 일몰 포인트, 푸롱호텔

푸롱 해수욕장을 내 집처럼 들락일 수 있는 호텔. 리조트를 포함하며 여름에는 캠핑장도 운영한다. 호텔과 해변 사이에는 ‘레인보우브릿지’라 불리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다보이는 해변의 전경이 매우 아름답고 일몰과 일출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발과 눈이 호강하는 곳, 차오링고도

단란고도(淡蘭古道, Danlan Ancient Trail)는 타이완 사람이라면 평생에 꼭 한 번은 걸어 봐야 한다는 일종의 순례길이다. 19세기 타이완 북부에 살던 한족이 개척한 고대도로로 타이완 최초의 장거리 트레일이자, ‘국가 공인 그린웨이(National Greenway)’다. 단란고도의 15개 코스는 총 60km에 이르며 지룽시, 타이베이시, 신베이시, 이란현에 걸쳐 있다.

‘차오링고도’는 단란고도의 코스 중에 하이커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간으로 이란현 토청진 ‘따리티엔공묘(大里天公廟)’를 기점으로 신베이시 궁랴오구까지 이어진다. 총 길이 10km의 차오링고도는 웅진만연비(雄鎮蠻煙碑), 호자비(虎字碑) 등 많은 역사 유적을 거치며 트레일 내내 걸음과 시야로 산과 바다를 고루 누릴 수 있다.

특히 야커우 전망대(啞口觀景台)까지 가면 타이완에서 유일한 활화산 구이산섬(龜山島)과 여름에는 생강꽃, 가을에는 억새로 뒤덮인 산야를 조망할 수 있다. 차오링고도 트레킹은 타이완 아웃도어 여행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 준 귀중한 경험이다. 그런데 때마침 억수같이 쏟아 붓는 비, 길까지 잘못 들어서 중간지점에서 돌아왔다는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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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링고도와 함께 둘러보면 좋을 Spot 2

헤어질 결심, 카바란 위스키 양조장

카바란(Kvaran)은 오마르와(Omar) 더불어 타이완을 대표하는 위스키다. 우리나라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소품으로 활용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카발란 위스키 양조장은 이란현에 있다. 70여 개국에 수출되며 연간 1,000만 병 이상을 생산하는 자부심으로 양조장 문을 활짝 열었다. 양조장 투어는 생산공정탐방, 시음(유료), 쇼핑으로 나뉜다. 참고로 양조장 구내 마켓의 위스키 가격은 공항 면세점보다 저렴하다.

무료 족욕, 탕웨이거우온천공원 & 자오시온천공원

이란현의 자오시(礁溪)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온천마을이다. 자오시 온천은 약 알칼리성 탄산천으로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칼륨, 탄산이온 등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목욕 후 피부가 부드러워지는 특성이 있다. 시내에 있는 탕웨이거우온천공원(湯圍溝溫泉公園)과 자오시온천공원(礁溪溫泉公園)은 관광객과 시민이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섭씨 50도의 천연온천과 정갈한 수변공간 그리고 편백 욕조의 반 노천탕은 여정의 피곤함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부근에 온천물에 물고기를 풀어 각질을 제거해 주는 가게들도 여러 곳 있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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