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음식의 매력은 선명한 색채다. 직선적이고, 화끈하다.
여행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고, 또 만나고 싶은 그런 맛이다.
대구의 맛에 제대로 매혹됐다.


●대구 시그니처 디저트 '달디달구'

지역의 맛은 언제나 옳다. 여행의 재미를 올려줄 뿐 아니라 그 지역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먼저 ‘달디달구’를 눈여겨보길. 달디달구는 3대문화(신라·가야·유교) 등 전통과 현대를 재해석한 대구의 시그니처 디저트로, 올해는 팔공갓파이(러프), 군위 자두빵(도란도란), 달구벌 보석 양갱(대구 메리어트 호텔), 황금은행빵(오월의 아침), Take Home Daegu(아프레 베이크샵) 총 5개의 맛이 선정됐다.

대구식 미트파이
팔공갓파이

올해 달디달구 대상을 거머쥔 팔공갓파이. 대구의 랜드마크인 팔공산의 형태를 한 미트파이로, 속은 대구의 명물 찜갈비로 채웠다. 매콤달콤하면서 마늘의 알싸한 맛이 매력적인 양념과 돼지고기가 중심이며, 팔공산의 미나리를 사용해 식감을 더했다. 바삭하고 버터 풍미 가득한 파이와 대구의 매운맛이 만난 대구식 미트파이다. 간식이든, 맥주 안주든 어떻게 먹어도 즐겁다. 

B급 자두의 화려한 변신
군위자두빵

한입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군위 자두빵(최우수상)은 생김새만큼이나 예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할머니가 애써 키운 자두가 작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꼬다마(B품)’로 불리는 것에 속이 상한 손녀가 직접 나서 디저트로 개발했다. 군위 자두빵을 통해 사계절 내내 달콤한 군위 자두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참고로 군위는 자두 재배 최적지이며, 이곳 자두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한 게 특징이다.

특급 호텔의 DNA
달구벌 보석 양갱

5성급 대구 메리어트 호텔의 고급스러움이 한껏 투영된 디저트다. 달구벌 보석 양갱(우수상)은 대구의 특산물인 사과, 미나리, 연근, 블루베리와 상주의 특산품 곶감을 활용해 담백하면서 은은한 단맛을 뽐내는 디저트다. 여기에 대구를 상징하는 사과와 연꽃, 팔공산, 83타워를 표현해 미적 즐거움도 더했다. 보기도 먹기도 좋은 고급 디저트로, 대구 여행을 추억하거나 소중한 이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행운을 선물합니다
황금은행빵

도동서원의 황금빛 은행나무를 모티브로 한 은행잎 모양의 수제 사과파이다. 황금은행빵(Gold Ginkgo Bread, 우수상)은 촉촉한 사과잼과 바삭하고 고소한 파이가 어우러져 계속 손 가는 맛이다. 게다가 속뜻도 깊다. 부와 행운을 상징하는 은행나무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행운은 나눌수록 좋으니, 올해가 가기 전 고마운 이들에게 황금은행빵을 전하는 건 어떨까. 

파우니를 아시나요
Take Home Daegu

간식 기념품은 준수한 맛과 함께  쉬운 보관이 중요하다. 아프레 베이크숍의 Take Home Daegu(집으로 데려가는 대구, 우수상)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디저트다. 파운드와 브라우니의 장점을 절묘하게 결합한 파우니(초코유자 & 약과)는 눅진한 식감과 적당한 단맛이 어우러진 미니 케이크다. 요즘 트렌드인 할매니얼에 맞게 약과 맛도 있으며, 대구의 대표 관광지인 팔공산과 스파크랜드의 대관람차를 표현한 초콜릿 커버도 인상적이다. 

●여행의 이유가 되는 맛
대구 10미

때론 음식이 여행의 목적이 된다. 지역색이 강하게 투영된 음식, 다른 지역보다 특출한 맛 등을 경험할 수 있다면 미식 여행을 위해 기꺼이 길을 나선다. 대구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목적지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답은 ‘대구 10미(味)’에서 찾을 수 있다. 대구시에서 지정한 향토 음식들로, 대구따로국밥(대구육개장)부터 막창구이, 뭉티기, 동인동 찜갈비, 논메기 매운탕, 복어 불고기, 누른 국수, 무침회, 야끼우동, 납작만두까지 총 10가지다.

대구 10미의 특징은 빨간맛이다. 누른 국수와 막창구이를 제외한 8가지 음식은 한국인이라면 좋아할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맛을 내거나 붉은색을 보이기 때문이다. 납작만두도 떡볶이, 채소무침과 함께 먹으니 사실상 빨간색으로 봐도 무방하다. 10가지 맛을 다 즐기려면 1박2일은 빠듯하고, 2박3일 또는 3박4일은 대구에 머물러야 한다. 10미 관련 대구 맛집은 대구트립로드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 10미로 구성한 아침, 점심, 저녁 밥상

▷대구따로국밥(대구육개장)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이 특징인 대구따로국밥(육개장)은 아침을 깨우는 든든한 한 그릇이다. 식당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매콤함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 맑고 개운한 국물이 특징인 곳도 있다.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가게를 바꿔가며 새로운 맛을 탐험하다 보면 어느새 대구의 국밥에 푹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천 맛집 리스트
▲옛집식당 ▲대구전통따로식당 ▲교동따로식당 ▲벙글벙글식당 ▲국일따로국밥 ▲대덕식당 ▲양정화네온천골

 

▷동인동 찜갈비

찌그러진 냄비, 새빨간 양념, 부드러운 갈비, 식욕을 돋우는 요소를 다 갖춘 동인동 찜갈비. 살코기와 뼈가 쉽게 분리될 정도로 푹 익힌 갈비와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밥도둑이다. 듬뿍 들어간 다진 마늘도 매력 포인트. 한 번 맛보면 다시 생각날 수밖에 없는 한국인을 위한 최적의 맛이다.

추천 맛집 리스트
▲수복찜갈비 ▲동원찜갈비 ▲월성찜갈비 ▲유진찜갈비 ▲산호찜갈비 ▲돌담집 ▲실비찜갈비 ▲봉산찜갈비 ▲낙영찜갈비 ▲벙글벙글

 

▷뭉티기

싱싱한 생고기의 쫄깃한 식감과 양념의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이 절묘한 음식. 대구의 저녁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별미. 뭉티기는 접시를 뒤집어도 흘러내리지 않으니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대구 여행을 추억하기를. 오도래기 구이 등을 곁들여 푸짐한 고기 한 상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추천 맛집 리스트
▲거동구이 ▲송학구이 ▲무상육회전문점 ▲두산일번지 ▲너구리 ▲부엉이 ▲안심농장직영식육식당 ▲왕거미 ▲녹양(향촌점) ▲녹향구이

 

●진짜 커피의 도시

대구는 커피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국내에서 서울과 함께 가장 먼저 카페 문화가 정착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주도의 대구커피 문화는 1937년 막을 열었다. 화가 이인성의 아루쓰(ARS, 1937년)를 시작으로 1946년 녹향, 1947년 백조다방 등이 문을 여면서 커피 문화의 외연이 확장됐다.

이러한 유산을 기반으로 바리스타비, 마시그래이, 마사커피 등 토종 커피 브랜드가 다른 지역 대비 많이 탄생했고, 여전히 많은 로컬 카페가 성업 중이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를 걸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독 근사한 공간이라고 느껴지면 대부분 카페이고, 에스프레소는 물론 핸드드립, 융드립 등 심도 있는 메뉴를 갖추고 있어 커피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커피 관련 행사도 다양하다. 올해까지 5번 개최된 대구커피 & 베이커리축제(주최·주관 영남일보, 후원 대구광역시)를 중심으로 앞산커피축제, 대구커피&카페박람회 등이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행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에서는 대구 커피의 명성과 맛을 확인하고, 커피와 빵에 담긴 문화와 역사도 즐길 수 있으니 이 기간에 맞춰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추천한다. 


▶삼삼한 여행, 대구에 스며들다
3대 문화권

신라, 유교, 가야 3대 문화권의 역사문화와 생태자원을 활용해 관광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대구광역시 관광진흥사업. ‘맛, 멋, 흥’ 3가지 주제로 대구 및 경북 지역 구석구석의 매력을 알리는 중이다. 빠르고 강압적인 관광이 아닌, 느리고 ‘삼삼(33)한’ 여행이라는 점이 핵심. 이번 기사는 달디달구, 대구 10미, 커피를 통해 대구의 ‘맛’에 집중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