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8개 주요 여행사에 불공정약관 시정 조치
"발권 당일 또는 24시간 이내 무료 취소 가능해져"
일부 여행사에만 시정 권고…전체 확대해야 유의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여행사 8곳에서 판매하는 국제선 항공권의 약관 중 영업시간 외 취소 불가, 환급정산금 지연 반환 조항 등 일부를 불공정약관으로 보고 시정 조치했다. 표면적으로는 여행사들의 판매 약관을 시정하는 것이지만 원천적으로 항공권을 공급하는 항공사들이 시스템 개편에 동참하면서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에 따라 8개 주요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발권 당일은 모든 항공사의 항공권이, 24시간 이내까지는 16개 항공사의 항공권이 무료 취소 가능해졌다 / 픽사베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에 따라 8개 주요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발권 당일은 모든 항공사의 항공권이, 24시간 이내까지는 16개 항공사의 항공권이 무료 취소 가능해졌다 / 픽사베이 

가장 큰 변화는 영업시간 외 취소 불가 조항에 있다. 여행사들은 주말‧공휴일, 평일 5시 이후 등 영업시간 외 국제선 항공권을 판매는 하면서 취소 업무는 불가하다는 조항을 걸고 있는데, 공정위는 이로 인해 고객이 취소 요청을 한 날보다 실제 취소 처리를 하는 날이 늦춰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취소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했다. 특히 항공사에서는 발권 당일 취소할 경우 무료 취소가 가능하지만, 여행사에서는 불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는 8개 주요 여행사(노랑풍선, 마이리얼트립, 모두투어네트워크, 온라인투어, 인터파크트리플, 참좋은여행, 타이드스퀘어, 하나투어)에 영업시간 외 당일취소 및 24시간 내 취소할 경우 항공사의 취소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도록 시정했다. 또 이와 별개로 24시간 이내 무료취소 규정을 적용하는 항공사라면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 판매에도 이를 적용해줄 것을 주요 항공사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여행사를 통해 취소하는 경우에도 발권 당일은 모든 항공사의 항공권이, 24시간 이내까지는 16개 항공사의 항공권이 무료 취소 가능해졌다.

또 다른 관건은 발권 당일 또는 24시간 이후로도 영업시간 외 취소를 하는 경우다. 항공사의 취소수수료는 탑승일에 가까울수록 수수료가 증가하고 취소시점 구간별로 수수료가 달라 영업시간 외 취소 업무가 불가하면 취소수수료 기준일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에 대해서도 시정 권고했는데, 항공사와 여행사 간 환불시스템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행 기간을 2024년 6월30일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행사들은 24시간 이내 취소하더라도 항공사의 승인이 필요한 항공권이 있어 업무시간 외에는 자동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약관조항 시정 과정에서 주요 항공사들이 시스템 개편에 협조하면서 여행사에서도 24시간 이내 취소시 자동 환불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있다. 시정 권고를 받지 않은 대다수의 여행사들은 시스템을 개편할 의지가 미미한데다 여전히 일부 항공사들에 한해서만 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는 고객의 취소가 확정되더라도 소비자가 여행사로부터 환불 금액을 받는 기간이 접수일로부터 최대 90일 소요된다는 점도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환불기간을 14일~15일 이내로 단축하고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경우에는 고객에게 개별 고지하도록 시정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고객이 항공권을 취소할 경우 여행사가 부과하는 수수료에 대해서도 점검했으나 이는 취소업무대행에 대한 용역의 대가로 보고 불공정약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