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 확인한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수익 모델 확보
자유여행 플랫폼들도 패키지로 시선 이동…점유율 확대
항공·호텔만 바꾸고 프리미엄? 무분별한 개발 경계해야

올해 주요 여행사들은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저가 패키지여행에 실망감을 끊어내고 여행사 본질의 역할이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정공법이다. 이유가 있다. 

자유여행 성장 속 아픈 손가락

우리나라 해외여행 시장에서는 한동안 자유여행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항공권과 호텔, 투어·액티비티 등 자유여행을 위한 단품 중심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패키지여행의 비중이 컸던 시기라 급속도로 커져가는 자유여행이라는 신규 수요를 선점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국내 여행사 간의 경쟁은 물론 글로벌 OTA와 신규 플랫폼들의 공습에도 맞서야 했다. 하지만 항공권이나 호텔, 입장권 등은 원천 공급자로부터 똑같은 상품을 받아 판매를 대행하는 형태라 판매하는 가격이나 수익이 뻔했다. 어차피 똑같은 상품이니 100원 차이에도 선택을 바꾸는 소비자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이 불가피했고, 패키지여행 시장의 더딘 성장률마저 겹치며 저가 패키지 경쟁의 굴레가 심화됐다. 그렇다고 잃을 수는 없었던 자유여행 시장은 얄궂게도 여행산업의 규모를 키우는 동력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내심 속을 앓았다. 이전보다 많이 팔아도 손에 쥐는 게 마땅찮아서다.
 

올해 여행사들은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픽사베이
올해 여행사들은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픽사베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서 대중성 확인 

꺼져가는 불처럼 보던 패키지여행을 여행사들이 다시 보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구조상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패키지여행이었다. 하지만 싸게, 많이 파는 저가 패키지여행에 급급했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양질의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은 최근 이야기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노팁, 노옵션, 노쇼핑을 원칙으로 한 상품이나 비즈니스 클래스와 시내 호텔을 포함한 일정 등 좀 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패키지여행에 대한 실험이 다각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인 지난해는 이러한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 대한 대중성을 검증하는 시간이 됐다. 주요 여행사들은 과도한 옵션과 쇼핑을 넣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저가 패키지와는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브랜드화했는데, 대표적으로 하나투어의 하나팩 2.0과 모두투어의 모두 시그니처를 들 수 있다. 지난해 하나투어의 하나팩 2.0 판매 점유율은 약 65%에 달했고, 모두투어의 모두 시그니처는 23%로 코로나19 이전(5%)보다 크게 증가하며 성과를 냈다. 양질의 패키지여행에 대한 수요와 대중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토록 바라던 선순환 수익 모델 

그동안 저가 패키지여행이 마이너스 수익 구조와 패키지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낮은 만족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은 반대 선상에 있다.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은 줄어들었고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재구매라는 선순환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한다. 수익 모델로서도 매력적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의 판매 점유율은 10% 초반대로 비중은 적은 편이었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나타내며 저가 패키지여행 대비 2~3배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올해는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의 영업이익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은 높은데 경기 불황에 따른 타격은 비교적 덜한 시장이라는 점도 안정적으로 통한다. 

 

도전, 패키지여행!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에 대한 수요나 대중성, 수익 모델까지 존재감이 뚜렷해지면서 이제는 자유여행 전문 플랫폼들이 패키지여행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기존 전통 여행사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유여행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자유여행 전문 플랫폼들 역시 성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패키지여행이 필요했던 탓도 있다. 시작의 순서가 달랐을 뿐이다. 

대표적으로 개별자유여행 전문 여행사로 오랫동안 포지셔닝해온 내일투어가 2022년 11월 ‘특별한’이라는 단체 패키지 브랜드를 론칭, 투어·액티비티로 시작한 마이리얼트립도 지난해 10월 패키지여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투어비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항공권, 투어, 숙소 등 원하는 일정을 담아 자신만의 패키지여행을 만들 수 있는 형태의 패키지여행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패키지여행은 특히 자유여행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사들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분류하는 요소 중 하나인 자유 일정이나 노옵션, 노쇼핑을 보장하는 데 공을 들이는 한편 크리에이터, 전문가 등과 함께 하는 테마여행, 셀프로 만드는 패키지여행 등 보다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가려는 경향이 크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과도 벌써 만족스러운 듯하다. 내일투어는 “‘특별한’ 패키지 중에서는 도시별 최소 1일~1.5일의 자유시간을 보장하는 패키지 상품의 인기가 높았는데 약 1년 동안 20~30세대가 전체 고객의 30%에 달했다”며 “패키지여행의 장점은 살리고 자유 일정은 폭넓게 보장하면서 자유여행만을 선호하던 2030세대 잠재고객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패키지여행의 진화는 계속돼야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의 진입장벽은 낮다. 기존의 패키지여행 상품에서 항공이나 호텔, 식당, 차량 등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자유일정, 단가가 높았던 공연이나 투어 등을 포함해 약간의 일정에 변화를 준 것만으로도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여행사들이 경계해야할 부분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으로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기존의 저가 패키지여행과 비교해 프리미엄인 것인지, 진정한 의미의 ‘프리미엄’ 여행으로 달라진 게 맞는지 점검해야할 때”라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개인에 초점을 둔 커스터마이징 상품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의미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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