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Morocco

양탄자가 나는 모로코 

모로코를 생각하면,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탄 기분이 든다. 마법 양탄자는 좁디좁은 골목을 지나 파란 집으로 가득 찬 언덕 위를 날다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을 거쳐 하늘 높이 솟은 첨탑으로 향한다. 

마라케시 메디나. 붉은 건물이 많아 마라케시는 ‘붉은 도시’로도 불린다.
마라케시 메디나. 붉은 건물이 많아 마라케시는 ‘붉은 도시’로도 불린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그런데 분위기는 유럽이다. 지도를 보면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겨우 14km 떨어져 있다. 그래서 모로코를 여행하다 보면, 프랑스나 스페인의 어느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모로코 사람들은 2~3가지 언어에 능숙하다. 아랍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베르베르어까지 총 3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여기에 스페인어, 영어까지 구사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래도 영어보단 프랑스어가 훨씬 유용하다. 

모로코는 언어만큼 지형도 다양하다. 건조한 사막부터 만년설로 뒤덮인 산까지 천차만별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마라케시와 페즈, 쉐프샤우엔부터 현대적인 멋을 보여 주는 카사블랑카와 라바트까지. 다채로운 매력의 모로코를 여행했다.

마라케시 바히아 궁전. 고양이가 늠름하게 앉아있다.
마라케시 바히아 궁전. 고양이가 늠름하게 앉아있다.

●모로코의 꽃, 마라케시

모로코에서 단 한 도시만 가야 한다면, 무조건 ‘마라케시’다. 모로코의 역사와 문화, 예술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광장이라 불리는 제마엘프나 광장,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화가 독특한 마조렐 정원, 모로코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바히아 궁전 등 이국적인 공간이 넘친다. 마라케시에서 한 달만 머물 수 있다면, <아라비안나이트>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영감이 시도 때도 없이 샘솟는 도시다. 

마라케시는 11세기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데 왕국의 수도로, 도시가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여행은 12세기에 세워진 ‘쿠투비아 모스크(Koutoubia Mosque)’에서 시작한다. 높이 77m의 뾰족한 첨탑이 도시의 등대 역할을 한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모스크 앞에 마라케시의 아이콘인 제마엘프나 광장이 있기 때문이다. 

솜씨 좋은 베르베르 사람들이 짠 양탄자와 각종 기념품
솜씨 좋은 베르베르 사람들이 짠 양탄자와 각종 기념품

▶Editor’s Pick

Hotel
모벤픽 호텔 만수르 에다비 마라케시
Movenpick Hotel Mansour Eddahbi Marrakech

입구부터 남다르다. 궁궐에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거대한 샹들리에와 자그마한 수로도 인상적이다. 방도 넓고 쾌적하다. 5성급 호텔에 걸맞게 수영장과 피트니트 센터, 키즈룸 등 다양한 서비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Restaurant
달 모하
Dar Moha

마라케시의 제마엘프나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럭셔리 레스토랑. 수영장을 가운데 두고 은은한 불빛과 야자수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마라케시에서 잊지 못할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면 추천. 예약 필수.

 

●생명력이 넘치는 세계 최고의 광장,  제마엘프나 광장
Jemaa el-Fna

제마엘프나 광장은 거대한 무대다. 뱀 장수는 물론이고 헤나를 그려 주는 여인, 장난감 파는 어린이, 서커스를 하는 사람, 드럼 연주자, 약초꾼 등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장기를 뽐내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옴니버스로 이어진 작은 공연을 감상하듯 구경하다 보면, 굵직한 북소리와 가느다란 피리소리, 신발을 닦으라는 고함소리, 구경꾼들의 탄성, 음악소리가 뒤섞여서 귀를 덮친다. 제마엘프나 광장은 마치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 혼란스럽더라도 오렌지 주스는 꼭 맛봐야 한다. 뜨거운 땅이 만든 오렌지의 당도를 느껴 봐야 한다. 모로코의 태양은 눈을 번쩍 뜨게 할 정도로 상큼한 오렌지를 키워 냈다. 

광장을 둘러본 후에는 아무래도 루프톱 바가 좋겠다. 초록이 생생한 민트티를 한 손에 쥐고 광장을 내려다보면, 비로소 모로코를 여행 중이란 사실을 실감한다. 제마엘프나 광장이 가장 아름다운 시각은 일몰 때다. 해가 저물 즈음 붉은 도시 마라케시의 건물은 부드러운 석양을 받아 황홀한 빛을 뿜어낸다. 깜깜한 밤이 되면, 어두운 하늘 위로 하얀 연기구름이 퍼진다. 빛과 그림자,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경험해 보지 못한 혼돈은 특별한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고 잊지 못할 추억 한 조각을 안겨 준다. 

 

●마라케시의 오아시스, 마조렐 정원
Jardin Majorelle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은 프랑스 화가인 ‘자크 마조렐’이 가꾸던 집과 정원이다. 진귀한 선인장과 파란색 건물이 조화를 이룬다. 마조렐 정원의 파란색은 ‘마조렐 블루(bleu Majorelle)’라 부른다. 코발트블루, 울트라마린, 스카이블루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짙은 향수가 깔린 파란색이라고나 할까. 발랄한 노란색과의 조화가 더없이 매력적이다. 

기기묘묘한 선인장과 푸른 대나무, 분홍색 부겐베리아는 마조렐 정원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든다. 마조렐 정원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브 생 로랑’의 숨결도 담겨 있다. 마조렐이 사망한 후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가 이 정원을 인수해 관리했다. 정원의 마지막 코스는 베르베르 박물관이다.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가 수집한 베르베르인의 예술품 6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모로코 스타일을 보고 싶다면, 다르 엘 바샤
Dar el Bacha, Museum of Confluences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바샤커피(Bacha Coffee)’. 사실 티 컴퍼니인 ‘TWG’에서 만든 커피 브랜드지만, 그 배경이 바로 마라케시의 ‘다르 엘 바샤(Dar el Bacha)’다. 이곳은 마라케시의 파샤(pasha, 귀족의 호칭)로 임명된 타미엘 글라우이의 집으로, 1910년에 지어졌다. 현재는 모로코 박물관 재단이 매입해 모로코 건축의 우수성을 보여 주는 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 통로를 따라가면, 오렌지 나무가 우거진 정원이 나온다. 중앙 통로를 축으로 대칭을 이룬 건물로, 6개의 방이 정사각형인 중앙을 둘러싸고 있다. 세밀한 나무 천장과 다채로운 타일은 모로코 예술의 정수를 보여 준다. 한 땀 한 땀 조각했을 장인의 노고가 생생하다.

박물관 안에는 바샤 커피숍이 있다. 커피를 주문하면 티 폿(Pot)에 가져다준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오픈(10:00)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옆쪽으론 바샤커피를 판매하는 자그마한 커피 상점도 있다. 

 

●정교한 장식, 바히아 궁전
Bahia Palace

마라케시 하면 바히아 궁전도 빼놓을 수 없다. 오렌지 나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정교한 장식으로 꾸며진 궁전이 등장한다. 모로코의 건축미와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곳으로, 방이 무려 160여 개나 있다. 눈부신 패턴의 타일과 세심하게 조각한 목조예술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히아 궁전과 함께 바디 궁전(Badi Palace)도 둘러보자. 바디 궁전은 ‘비교할 수 없는 궁전’이라는 뜻으로, 16세기 술탄 아흐멧이 사용했던 화려한 궁전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성채의 골격만 남아 있다. 

▶Travel info
TIME GAP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VISA 90일 무비자 입국  
SHOPPING 가장 인기 있는 모로코 기념품은 아르간 오일  
CURRENCY 화폐단위는 디르함(DH). 1DH은 약 132.7원이다(2024년 1월 기준)


글 채지형  사진 이승무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모로코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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