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김용운 원장

          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
          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

인도네시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서점에서 우연히 접한 여행 가이드북 때문이라고 답하곤 한다. 가이드북의 대명사로 유명한 외국 출판사가 펴낸 ‘Indonesia’ 2003년 판의 발리 전통의상 표지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944쪽에 달하는 분량도 압도적이지만 발로 쓴 흔적이 묻어나는 상세한 정보와 지역별 역사·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소개는 백과사전 수준이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엔데믹 이후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발리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다시 북적이고 있다. 요즘 한국인들이 발리를 어떻게 즐기는지 알고 싶다면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발리 여행기를 영상과 글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숙소 맛집, 볼거리 등등 가이드북만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생생한 정보들이 풍부해서 여행계획을 짤 때 꼭 검색해보게 된다.

한국여행을 다녀온 인도네시아인들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어느 곳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지 영상과 댓글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팬데믹 시기에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KTO) 자카르타지사는 한국에 체류하는 인도네시아인 유튜버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관광 홍보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KTO 자카르타지사의 소셜미디어는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이렇게 여행정보가 인터넷에 넘치다 보니 가이드북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여행지마다 변화가 빨라 책으로는 최신 정보를 따라잡기 쉽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터넷 검색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이드북과는 달리 인터넷의 정보들은 특정 여행지나 ‘남들 다 가는 곳’ 소개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발리 여행 브이로그 몇 편만 봐도 숙소든 식당이든 소개하는 곳이 다 비슷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 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많지만 다른 지역의 체계적인 여행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 인터넷상의 한국 여행정보도 명동같이 이미 잘 알려진 여행지나 길거리 음식 소개에 몰려 있다. 아직 소수의 인플루언서 위주로 한국여행을 소개하는 것도 다양한 방한관광 콘텐츠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다. 외국인들이 ‘핫플’ 위주의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다 보면 숨은 보석 같은 명소를 놓치기 쉽고 여행을 식상하게 만들 수 있다.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민관 협력으로 체계적인 여행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숨은 보석을 찾는 방한관광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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