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우주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해발 270m 산 정상, 뮤지엄 산이 존재하는 이유다.

산 위의 휴식    
뮤지엄 산  

뮤지엄 산은 반드시 산으로 가야했다. 자작나무 길을 지나는 산바람의 운율, 평온하게 일렁이는 물과 반짝이는 돌, 빛과 그림자의 조화 속에서 휴식하며 호흡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뮤지엄 산이 해발 270m의 산 정상에 오른 이유다. 이처럼 뮤지엄 산은 ‘살아갈 힘을 되찾는 곳’이라는 여행 콘셉트 아래 건축, 예술, 자연의 3가지 테마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대량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와 가족, 친구, 예술과 자연 등 소중한 삶과 연관된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뮤지엄 산의 첫인상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전체적인 건축물은 조약돌과 자갈, 모래로 만든 회색 노출콘크리트와 따뜻한 빛의 파주석이 조화를 이룬다. 또 꽃, 물, 돌 콘셉트의 자연 정원, 웰컴 센터와 본관,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동선은 가볍게 산책하는 여유를 선물한다.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담은 파피루스 온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한껏 끌어올린 백남준관, 삼각형 모양의 노출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삼각코트 등 뮤지엄 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축의 아름다움’도 곳곳에 설치했다.

뮤지엄 산의 또 다른 본질은 예술 공간이다. 우리 종이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한 페이퍼 갤러리, 한국의 근현대 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한 청조 갤러리, 제임스 터렐의 대표작품을 담은 갤러리 그리고 명상관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뮤지엄 산의 명상관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풍경을 담은 공간으로 뮤지엄 개관 5주년을 기념해 탄생했다. 여기에 2023년에는 뮤지엄 산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두 번째 명상 공간으로 ‘빛의 공간’을 조각정원에 선보였는데, 선명한 십자 모양의 가느다란 빛이 공간 내부를 압도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신비로운 공간에서 진행되는 보이스 힐링 명상, 쉼 명상, 여유 명상, 음악 테라피 명상, 자연 명상 등 상설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차분해지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차오른다.

예술에 대해 잘 몰라도, 명상에 큰 관심이 없어도 좋다. 방문객들이 사계절 내내 편안하게 휴식하고 천천히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정원과 산책길을 잘 조성해 뒀기 때문이다. 향긋한 들꽃, 푸른 하늘, 따뜻한 햇빛과 은은한 바람, 부드러운 돌 언덕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상의 여백을 만들어준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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