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희 ark@kyonggi.ac.kr
경기대학교 관광학부 관광개발학전공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연구차 방문하러 나섰다. 불어는 물론 인사말만 알고 있는 상태로 제법 용감하게 나선 여행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기대 이상의 좋은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새로운 만남이 여행의 커다란 즐거움 아니던가.

아비뇽 시내에 있는 안내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상당히 널찍한 공간에 각종안내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몇 걸음 다가서니 앉아있던 직원이 일어서서 무엇을 도와줄까 묻는다. 연구차 왔다고 하니 무엇을 연구하려 하는가, 포도주에 관심이 있느냐, 승마에 관심이 있느냐 등등을 묻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을’을 둘러보러 왔다고하니 차가 있느냐, 안내를 필요로 하느냐고 묻는다.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마침 여행상품이 있노라며, 안내물 하나를 집어들고 묻는다. 전화를 건다. 조금 기다리면 차와 사람이 온다고 하며 유익한 여행이 될거라고 한다. 친절하다. 짧은 순간에 안내를 끝내는 솜씨가 능란하다.

웃음 띤 얼굴로 자기가 오전 안내를 맡은 파스칼이란다. 어디어디를 지나서 예정된 곳을 안내하겠다고. 첫 인상이 믿음직스럽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교외로 접어든다. 그림 같다. 세잔느의 그림속에서 보던 경관들이 펼쳐진다. 우리가 관심을 많이 보이는 곳에서는 서행을 하다가 때로는 멈춰 사진을 찍으면 좋단다. 저쪽이 고흐 그림의 무대라고 가리키면서 그림 복사본을 보여준다. 올리브 열매를 돌로 깨뜨리고는 보란다. 목적지에서는 가지고 온 안내물을 나눠주며 또박또박 설명을 해준다. 오전 관광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오후에도 이 사람에게 맡기자고 합의를 보았다. 친절하다. 열심히 해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번에 만난 사람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Le Pavillon Vert (초록색 시골집) 바깥주인 필립씨다. 그는 파리에서 회사를 운영하다가 시골로 내려온 새로운 삶의 개척자다. 파일럿이기도 하였고, 길게는 4개월간이나 부인과 함께 요트를 즐기기도 한다는 멋쟁이. 회사는 본질적으로 돈 몇푼 주고 사람을 혹사시키는 곳이라고, 사람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심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직장인은 옛날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고 힘을 준다. 인간정신은 진화한다고. 그 증거로 새로운 문화의 꽃이 이곳 프로방스지역에서 피어나고 있다고, 관광문화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그래서 자기도 과감히 정리하고 내려왔노라고. 그랬는데 운이 좋게도 이 지역의 부동산값도 제법 상승하였다고 열변을 토한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서울서 부산보다 멀리 떨어진 아비뇽을 핵으로 한 이곳 프로방스 일대에 유럽, 아니 세계의 부호들이 다투어 농촌별장을 마련하려고 한단다. 그들은 이제 도시문화에서 한계를 느꼈단다. 오래된 곳, 오래된 물건, 오래된 삶의 방식에서 삶의 안녕을 찾기 시작했다고. 인생은 여유로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자유의 만끽을 통해 즐기는 것 아니냐고. 자기도 이곳에 와서 민박사업을 하며, 또 다른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고 있노라고. 포도주를 연신 따라 주며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서 프랑스 혁명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유를 찾아 투쟁하던 저들이 이제는 오래된 것 속에서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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