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배낭 여행, 다시 가고 싶은 그 곳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고 또 다양하다. 세계적인 도시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까지, 선택영역에 제한이 없는 배낭여행을 떠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한마디로 배낭여행자에게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다. 여행지를 선정하는 일이 초보 배낭여행자에게 곤욕인 이유는 이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물어봤다. 수 년간 세계 곳곳을 누빈 선배 배낭여행자는 베스트 배낭 여행지로 어디를 꼽는지.

정리=이진경 기자 jingy21@hanmail.net


“맛봤다, 중독됐다”
- 배낭여행 인솔자 민병규

97년, 회사 여름휴가 때 맛봤던 태국배낭여행을 계기로 아예 회사를 관뒀다. 98년부터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 터키, 이집트,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일본 등지를 여행했다. 인도 배낭여행 인솔자로 활동했으며, 인도 여행사이트 www. indiascent.com을 운영한다.

★태국 북부 빠이
개인적으로 아담한 시골 마을을 좋아해서인지 빠이에서 머문 일주일 내내 행복했다. 걸어서 한 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라 볼거리가 적긴 하지만 여행자를 압도하는 묘한 분위기를 지녔다. 그래서인지 점점 많은 배낭여행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 싼 물가도 만족스럽다. 깔끔한 방갈로식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하루 숙박비가 200밧(약 6,000원)이었다. 링을 걸어 목을 길게 늘이는 고산족인 빠동족 마을이 가까워 들러볼 수도 있다.

★터키 이스탄불
터키 이스탄불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이런 말은 교과서나 여행서적에서 흔히 접해 알 것이다. 허나 아는 것과 느끼는 건 다르다. 이쪽은 아시아, 저쪽은 유럽인 이스탄불에 서면 동서양의 결합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 속에 녹아 있는 이슬람 문화도 눈길을 끈다.

★이집트 시와 오아시스
그곳에는 사막이 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진짜 사막, 사막 중의 사막 말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노라면 물결이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 뒤섞이기도 하다가 잡다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6년, 배낭 바람났네”
-‘100배 즐기기’시리즈 저자 안진헌

96년,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한 여행을 떠나 6년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시드니와 방콕을 거점으로 삼아 20여 개국을 여행했으며, 최근에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100배 즐기기’를 펴냈다. 여행사이트
www.travelrain.com을 운영한다.

★티벳
티벳은 배낭여행지가 아니라 일반적인 여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가기 어려워서도, 달라이라마가 망명을 가 있는 곳이어서도 아니다. 가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과 그 하늘만큼 순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삶이 종교인지 종교가 삶인지 모르는 그들의 삶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
도시의 크기가 적당한 데다가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 좋다. 한 쪽에는 예스러움이 그대로 남아있고, 또 다른 한 쪽은 모던하다.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곳 또한 박물관처럼 죽어 있는 게 아니다. 사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또 다른 사원들이 펼쳐지는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도 치앙마이가 좋은 이유다.


“배낭 메고 술 한잔?”
- 펀드매니저 김경현

82년, 술김에 해외에 나가서 술 한 번 마셔보자는 말을 실천한 이래, 술이 있는 곳이면 어느 나라건 달려가게 됐다. 뉴욕에 출장 갔을 때에는 3일을 쉬지 않고 운전, LA에 사는 친구와 술 한 잔하고 돌아왔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지를 여행했으며, 여행사이트 ‘www.lovethai.net’을 운영한다.

★캄보디아 앙코르
말이 필요 없는 곳이다. 천 년의 신비가 담긴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는데 이런 말로는 앙코르의 감동을 표현해낼 수 없다. 규모나 기술, 모든 면에서 아무리 상상하려 해도 당시의 상황은 쉽사리 짐작되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서 느껴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하나 더, ‘앙코르 비어’의 맛도 앙코르만큼 훌륭하다.

★베트남 종단
베트남은 한국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곳이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그러하다. 사이공에서 하노이까지, 베트남을 종단하면 한국과 닮은 듯 다른 베트남의 면모를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사이공의 ‘사이공 비어’, 후에의 ‘후다 비어’, 하노이의 ‘하리다 비어’의 맛을 비교해가며 즐기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배낭이 내 집이다”

-‘동남아 100배 즐기기’저자 김슬기

89년, 일본으로 처음 배낭여행을 떠난 이후 제 집 드나들 듯이 해외여행을 다녔다. 93년 말부터 여행업계에서 일하면서 ‘세상구경하며 여행사에서 일하기’, ‘동남아 100배 즐기기’, ‘시티팩 가이드북 베이징 편’ 등의 집필과 번역 작업에 참여했다.

★중국 운남성
수려한 자연 경관과 온화한 기후, 중국 내에서도 저렴한 물가 등 운남성을 추천할 만한 이유는 너무나 많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3곳에 이르는 등 여행지 가치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중국 내 50여 개의 소수 민족 중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 몰려있으며, 마사지는 감히 세계에서 최고라 할 만하다.

★체코 프라하
프라하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심심하지 않은 도시다. 낮과 밤이 다르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다. 천 년 역사의 도시다운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끊이지 않는 공연 등 놓칠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이곳의 맥주인 ‘필즈너 우르켈’은 기막힌 맛을 자랑한다.


“아프리카만 남았다”

- 로맨티스트 영화학도 이현석

16세 때, 미국 땅을 밟은 것을 계기로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대륙을 누비고 다녔다. 영화를 전공한 학도로, 항상 영화처럼 살기를 원하는 로맨티스트지만 삶과 여행에서는 장부의 기질이 엿보인다. 뉴욕에서 공부하는 2년 동안 집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

★실크로드
중국 서북쪽 둔황의 사막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백사막으로 명사산의 오아시스 일부만이 세상에 알려졌다. 막고굴에서 명사산을 잇는 약 20km에 달하는 하얀 사막을 따라 걸으면 환상의 세계에 놓인 듯하다. 사막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는 것도 황홀경 자체다. 푸른색이 한꺼번에, 형광등처럼 솟아오르는 사막의 달은 한 번 보면 좀처럼 잊기 힘들다.

★영국
거만한 듯 무뚝뚝한 영국인들의 모습 뒤로 여유와 환상이 느껴진다. 웃고 떠드는 그들의 자그마한 행동도 이방인에게는 뭔가 숨겨진 것이 있는 듯 특별하게 보인다. 자욱한 안개 속에 파이프를 물고 나타나는 셜록 홈즈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영국 전체가 문학의 향기에 뒤덮여 있는 것 같다.

★발트3국과 페루
나스카라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발트3국은 여행자의 발길이 뜸했던 곳들이다. 허나 유럽 이상의 유럽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물가까지 싸 서양의 배낭여행자들이 최근 들어 몰려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페루의 나스카라인도 꼭 가보라 말하고 싶다. 그곳에 서면 인간이 하찮은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 주요 배낭여행지 배경지식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집결지인 태국은 배낭여행을 처음 시작하기에 좋은 곳이다. 싼 물가와 편리한 항공편이 장점이지만, 문화유적 등 화려한 볼거리를 만끽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유럽은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또 여전히 미개척지가 많은 곳이다. 한 달 이상 유럽에 머물며 각 나라를 도는 한국인들의 유럽 여행 패턴은 숨은 유럽을 발견하기에 부족하다.

▲중국은 배낭여행의 미개척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겨진 보석 같은 볼거리는 어떠한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지만 중국어와 비싼 입장료 등의 어려움이 따른다.

▲인도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나라다.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지만 한 번 가게 되면 그곳의 매력이 빠지고 만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인도를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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