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는 지역문화와 가치를 높이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내부적 가치를 가진다. 또한 관광과 결합하면서 지역의 인지도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하는 축제문화에 대해서 성급한 비난과 편견이 제기되고 있다. 축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해보자.

첫째, 지역축제 수가 너무 많다. 문화연대는 2004년 보고서에서 경남 90개, 충남 85개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771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음을 발표했다. 빠른 시간에 축제의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지역축제 수에 대해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방식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가치를 신자유주의 경제시각에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획일적 판단의 결과이다. 축제는 경제적 관점보다는 문화적 또는 놀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역문화가 정착될수록 지역축제가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우리보다 많은 지역축제와 축제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는 더 많은 축제가 필요하고 변증법적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양은 질로 전화될 것이다.

둘째, 축제는 소비적이다. 역시 경제적 관점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축제는 소비적인 동시에 생산적일 수 있다. 뮌헨의 맥주축제는 16일 동안 약 1조원 가까운 수익을 지역에 유발시키고 있으며, 금산인삼제와 양양송이축제 등 특산품 축제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지역축제에서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긴장과 스트레스가 넘치는 일상 에서 원초적 카오스를 제공해 다시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정신적 생산기능은 축제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셋째, 축제는 일시적 현상만을 남긴다. 축제기간과 공간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축제의 체험과 효과는 계속 이어진다. 축제는 놀이문화의 결정체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지역은 축제로 인해 브랜드 가치를 형성한다. 함평은 나비축제로 인해 몇 년 만에 유명지역이 됐으며, 춘천은 축제를 통해 마임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니스나 영국의 에딘버러시는 대표축제로 더욱 유명한 관광지로 명성을 얻게 됐다. 일반적으로 이벤트와 축제는 그 시기보다도 이후에 지속적으로 방문자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우리의 올림픽과 월드컵에서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우리 지역축제가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축제는 지역주민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진정성은 본디의 성질과 속성을 의미하며, 축제가 기념하는 가치의 본질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역 역사, 가치, 문화와 괴리된 소재와 프로그램은 축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많은 축제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갑자기 규모가 커져 엑스포로 진행됐던 축제는 다음번 지역 주민의 동의와 자발성을 얻어내지 못하고 초라해져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둘째, 축제는 지역주민의 여가체험을 우선하고 관광자의 관광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모든 축제가 관광 지향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먼저 지역주민 스스로 즐겁게 어울리는 여가기회와 공간이 돼야 한다. 국제적 관점에서 관광이 관광자의 즐거움을 위한 제반의 현상으로 제국주의적 속성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 축제가 가진 장점은 호스트와 게스트가 같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바람직한 놀이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의 즐거워하는 모습 자체가 관광자가 느끼는 주요한 매력이기도 하다.

셋째, 지역축제를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 축제는 미디어의 주요 취재대상이 되고 있으며 대규모의 지역주민과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자체 장들이 이런 기회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과 결합된 축제는 다른 정치인에게는 무시하고 싶은 대상이 되고 이런 과정은 축제 존재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개발된 대부분의 축제들이 이런 수난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축제권력은 민간으로 이양될 필요가 있고 축제조직위는 어느 정도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적 자생력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관광은 이제 인프라 중심에서 콘텐츠와 프로그램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축제는 대표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로서 높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원하는 열매를 위해서는 좋은 씨앗과 유능하면서도 넉넉한 마음씨의 농부가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축제를 북돋아 주고 거름을 주어야 할 때다. 비난보다는 지원과 보살핌을 통해 풍성한 추수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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