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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stkim@kctpi.re.kr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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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시내에 나간 김에 책방에 들려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이란 책을 산 일이 있다. 자극적인 책 제목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기저기 매체에서 요즘 유력한 기업가들의 필독서이고 베스트셀러라는 서평이 구매를 서두르게 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내용은 영 아니었지만 책 제목만큼은 썩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쁘디 바쁜 세상, 눈앞에 벌려진 일도 다 처리를 못하는 판에 지친 몸과 마음으로 맞는 지금의 휴일은 낮잠 보면서 TV보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늘 스케줄과 타의로 등 떠밀리면서 사는 판에 10년 후는 너무나 거리감 있는 추상의 영역에 있다. 직업상 말로는 미래경영이 어떻고 변화에의 대응 필요성을 입에 달고 살지만 가만히 앉아 찬찬히 우리의 미래를 살펴볼 짬도 쉽지 않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다. 10년 후 우리나라의 관광은 어떤 모습일지. 미래를 예측(예언이 아니라)하는 방법은 무수히 있지만 현재가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의 원인이라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이 비교적 쉽게 보인다.

우선 거시적으로 주변나라부터 살펴보자. 이제부터는 미래과거형으로 시제를 옮겨보자.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대단한 국력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는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반추하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군사적으론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피하면서도 주변국들에 대한 패권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관광면에서는 싼 물가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성(性)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현대성과 전통성의 공존에 기반한 무지막지한 스케일의 자원으로 세계 1위의 인바운드 국이 되었다. 2005년의 3천만명 수준의 아웃바운드도 1억명 정도에 달했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여행하는 관광객은 여전히 많지 않다. 2000년대 초까지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서구식 현대화에 앞서고 몇 년 동안 한류가 있어 한때 관심은 갔지만 지금은 잊혀진지 오래다. 알량한 경제우위만으로 중국인을 무시하고, 불법체류를 막는다고 비자 신청 때마다 장시간이 걸리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한국 영사관에서 느꼈던 모멸감만은 잊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관광자원의 규모와 다양성에서 별로 볼 것도 없는데 가격마저 비싸고 배까지 고픈데다 숙박은 늘 서울에서 몇 시간씩 떨어진 허름한 콘도에서나 잘 수 있었으니 애인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한국관광은 그다지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통적으로 한국관광의 첫 번째 시장이었던 일본은 어떨까?

80년대 잘나가던 때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은 여전히 세계경제대국으로서의 지위까지는 잃지 않았다. 굳이 꾸미거나 애쓰지 않아도 국민소득 4만~5만달러 국가의 관광자원은 생활 모습 자체만으로도 충분한데도 일본특유의 자학성과 비교본능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관광자원을 만들고 가꿔왔다. 더구나 고이즈미 총리 때부터 전향적인 비자정책과 가격인하 드라이브가 먹혀들면서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지역 경제와 고용문제 만큼은 별 걱정이 없게 되었다. 2000년대 초 연간 2천만명 수준의 해외 관광객은 3천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이들의 상당수는 한국을 뛰어넘어 값싸고, 맛있고, 다양한 중국과 중국을 통한 유럽행 고속열차관광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까지 주변 국가들의 10년 후 관광을 대략 그려보았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그림이 잘 안 떠오른다는 거다. 억지로라도 생각해보면 너무 비관적이다.
엄살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4~7%대로 꾸준히 성장을 하는 판에 금년도 우리 3/4분기 인바운드는 마이너스 5%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듭되는 부처간 협의에서 누구도 결말을 지을 의사도 없어 보인다.

10년 후 관광,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지금은 너무나 분명한 위기의 시점이다. 특단의 조치만이 유효한 상황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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