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월부터 공무원과 300명이상 종업원을 둔 사업체는 모두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주말여가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엄청난 숫자의 나들이 행렬이 눈에 선하다. 서울만 하더라도 주말이면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나들이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어갔는데, 이제 또 어떠한 현상이 전개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팔당대교를 넘기 위해서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는 자동차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그 사람들이 길바닥에서 공회전으로 날리는 기름 값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런데 조금만 생각하면 이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도 않은 가운데 맞는 본격적인 주말여가시대. 뻔히 전개될 상황에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사람들이 어디로 얼마나 나가서 지갑에 든 돈을 얼마나 쓰고 올지를 알 수가 없다. 그 가운데 어느 정도가 국외로 빠져나갈 것인가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나름대로 점치기를 하고 있을 따름이다. 준비를 한다고 한 경우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시원하게 새로 뚫린 폭넓은 도로는 텅텅 비어있는데, 옆으로 가려는 도로에는 자동차가 마냥 서있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어디에 원인이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생각해보자. 지난해에 국외로 나간 관광객이 883만 명이다. 이 사람들이 10달러씩만 절약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될까? 간단히 계산해 보더라도 883억 원이 넘는다. 국내관광객은 3억70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이들이 한 사람당 1,000원씩만 절약할 수 있었다면 그 액수는 3700억 원에 이른다. 이들 두 가지를 합하면, 자그마치 4500억 원이 넘는다. 이 돈을 관광부문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수년 안에 관광선진국이 될 것이다. 물론 돈 만으로 관광선진국이 될 리는 없다. 여러 가지 여건이 동시에 성숙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기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선투자를 해야 할 부분을 찾아 투자를 해야 한다.

관광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 중 하나는 믿을 수 있는 다양한 관광통계를 생산해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개인과 기업이 살림을 하듯이 나라의 살림도 제대로 꾸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자료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국가기관에서 관광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그 통계는 한마디로 공급자위주의 통계이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존의 관광통계의 품질에 대하여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으며, 응답자의 96.6%가 기존의 통계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냥 조사해 보고서 내는 식의 통계생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통계를 생산해내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적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우리의 상황이고 보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따끈따끈한 통계를 생산하여 제공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복잡한 노동통계도 이제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면, 이제 관광부분의 통계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 진정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는 주말의 황금 같은 시간을 도로위에 선채로 보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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