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 교수 / hoon2@hanyang.ac.kr / 한양대 관광학부

재작년 가을 가족과 함께 금강산 육로관광을 갈 때였다. 태풍 매미로 인해 연결도로가 끊어져 긴급복구가 저녁에야 마무리됐다. 하지만 군사상 오후 5시 이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는 통관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며 하루 종일 기다린 사람들을 낙담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자정 경 출발하여 새벽 두시가 넘어 금강산을 갈 수 있었는데, 나에게는 금강산의 절경보다 야밤에 긴장이 고조된 채로 북을 방문할 수 있었다는 일탈적 쾌감이 더 강렬히 남아있다.

우리에게 민족문제는 아직 미완의 숙제이다. 분단된 땅에서 가족들이 떨어져 살아가는 동안 수없는 불안과 전쟁의 위험을 지니고 있어, 어떻게든 평화를 유지하고 나아가 통일의 길로 들어서야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관광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 중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러한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남북관광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와 평화 이미지를 상징화한다는 것이다. 6·15선언 이후 구체적 성과로서 얻어진 남북의 민간관광 교류가 진행되면서 서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넘어 사업상 동료가 되고 있다. 1998년 11월 시작한 금강산 관광 사업은 올해 6월에 100만이 넘어섰고, 이로 인한 경제적·사회적·외교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서로간의 긴장이 고조되던 1999년 ‘3월 위기설’, ‘5월 위기설’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2002년 서해교전 당시에도 금강산 관광은 계속되었다.

이제 8월부터 현대, 한국관광공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성과 백두산관광을 시작한다고 전하고 있다. 금강산의 신뢰와 성과가 더욱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희망의 관계를 확대하고 관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할 것들이 있다. 첫째, 국민과 언론은 남북관광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일방적 퍼주기라는 편협한 사고로는 지금과 같은 결과와 앞으로의 희망을 만들어가기 어렵다. 정책담당자 뿐만 아니라 언론과 국민 모두 민족을 위한 교환가치를 인정해야 하고 그것도 관광의 지속성을 해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남북을 오가는 과정이 훨씬 단축돼야 한다. 이미 상당부분 완화되고 있지만 특히, 당일관광을 고려할 때 남과 북에서 입국과 출국심사(CIQ)를 네 번이나 하는 과정으로는 관광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관광객의 입장에서 모든 절차와 서비스를 고려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세째,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더라도 기반시설 등 사회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해야 한다. 투자의 불안정을 한 기업에만 맡기기 보다는 국내 관광지와 같은 수준에서 도로와 상하수도 및 전기 등에 대한 공공시설을 정책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기업이 일정한 이윤을 창출하여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

네째, 관광개발에 대한 전문가의 모니터링과 컨설팅이 필요하다. 민간 중심의 관광개발이 가져오는 필연적인 위험은 경제성에 치우치게 되어, 환경성과 문화성을 같이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강산 관광개발 계획에서 나타나듯이 장소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골프장과 하드웨어 중심의 비생태적 계획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관광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결합과 모니터링을 통한 공공성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관광교류와 교환을 통해 남북 간 평화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은 이 땅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역할이고 우리 미래를 위한 희망의 투자이다. 개성과 백두산 관광은 금강산과 더불어 민족문제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충분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제는 긴장과 일탈적 쾌감보다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개성과 백두산을 관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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