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호수, 이쉬쿨



키르기스스탄.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이곳은 중앙아시아의 지붕이라 할만한 곳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2750m에 이른다. 무려 국토의 92%가 텐산(천산)산맥을 중심으로 한 산악지형과 2000여개의 호수가 있어 중앙아시이의 스위스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비쉬켁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쉬켄트에서 약 600km정도 떨어져 있다. 비행기로는 불과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은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키르기스스탄에는 하늘과 맞닿은 이쉬쿨 호수가 있다. 남미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 다음으로 가장 높은 곳, 해발 1600m에 있는 산정호수이며 가장 깊은 곳의 깊이가 668m로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이기도 하다.

호수의 크기가 무려 가로 세로 180km, 60km에 달해 제주도를 3개 정도 넣을 수 있는 엄청난 크기다. 산으로 둘러싸인 키르기스스탄에서 이쉬쿨 호수는 그야말로 바다와 같은 경외감과 신비로움을 주는 존재로서 ‘따뜻한 호수’, ‘거룩한 호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른 아침, 그리 크지 않은 배를 타고 호수 위로 나갔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호수는 마치 바다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실 이곳이 호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지만 호수 위의 배에서 와인 향에 빠져 잠시 사색에 빠져본다. 과연 이 호수 속 저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립 후에 달라진 점

30년째 가이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키르기스스탄 사람 ‘타냐’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키르기스스탄의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있다.

독립 이전과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묻자 “독립 이전에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처우를 받았으나 지금은 각각 다른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한다.

7월과 8월, 꽃과 과일이 넘쳐나는 키르기스스탄의 아름다움은 마치 스위스와도 닮아있다는 타냐의 말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고 싶어진다.

-옛 부족의 암석 미술관

암석장이라 불리는 이곳의 현지 명칭은 ‘조본아다’. 기원전 8세기 양과 태양을 숭배하던 두 부족이 살던 이곳에는 부족의 손길이 닿은 그림이 남아 있어 옛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암석장은 별다를 것 없는 벌판 위에 돌들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고 그 가운데 몇몇 돌에 그림과 다양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택시를 타고 그곳에 도착하자 근처에 있던 꼬마 하나가 나타나 설명을 해주겠다고 한다. 물론 얼마간의 돈을 요구한다. 우리를 이끌고 차례대로 돌에 그려진 문양과 그림과 옛 전설을 설명하는 꼬마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산과 호수의 땅, 키르기스스탄은 수많은 트레킹 코스에서 산의 매력을 즐기는 자연공원이다. 오염원 없는 이 땅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기는 산행은 그야말로 어느 곳에서도 느껴보기 힘든 깨끗함이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아직 입구부분까지 눈이 쌓여 있어 겨울의 끝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돈, 솜

우즈베키스탄의 돈은 숨, 키르기스스탄의 돈은 솜이다. 네팔의 경우, 국경이 맞닿아 있는 인도 돈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단위도 비슷하고 서로 맞닿아 있지만 각자의 돈을 서로의 나라에서 사용할 수 없다. 여행 당시, 미화 1달러는 40솜 정도였다. 물가는 우즈베키스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국에서 일한 적이 있는 마리나

통역을 위해 나온 마리나는 한국에서 3년간 일한 적이 있는 29살의 키르기스스탄 아가씨. 한국인 아버지와 키르기스스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리나는 얼핏 보면 한국인이라고 착각할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날. 새벽 일찍 호텔로 배웅을 나온 마리나는 공항까지 함께 하며 우리의 가는 길을 함께 해주었다. 며칠 안 되는 시간 동안 정이 들었는지 “언제 다시 와요?”라고 묻는 마리나의 큰 눈망울에 서운함이 가득했다.

+++++플러스 α+++++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철로

이쉬쿨 호수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 사이는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에 기차가 왕복 운행하고 있다. 이 기차 선로는 해발고도 1609m 지점까지 설치돼 있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기차레일이다. 산에서는 시속 50km 정도의 느린 속도로 운행한다.

개별적으로 이곳을 찾는다면 기차를 타고 이쉬쿨 호수를 방문해 보는 것도 즐거운 기차 여행이 될 터.

취재협조=우즈베키스탄항공 02-754-1041
중앙아시아전문 칸투어 031-902-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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