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또 다른 얼굴 우루무치
-기차로 가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아침에 일어나니 기차는 어느덧 신강위구르 자치구에 들어와 있다. 마침 중국의 유명한 위구르음악의 대가 왕루오빈이 노래한 ‘다반청 꾸냥’의 그 다반청(達板城)에 설치된 아시아에서 최고로 큰 ‘다반청 풍력 발전소‘를 지나고 있다. 사막같은 거친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지는 철로변에 우뚝 솟아있는 풍력 발전기의 웅장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 큰 날개 3개를 돌리려면 얼마나 거센 바람이 불어야 할까. 바로 그 바람이 풍력 발전기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황사까지 선물하니 그 바람을 고마워해야할지 미워해야할지….

동양 최대의 풍력 발전소 뒤편으로는 만년설로 뒤덮인 천산(天山)산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바다와 제일 먼 도시

여행 여느 때처럼 그렇게 이어지던 사막화 되어가는 땅을 지나다가 물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여행의 종착역 우루무치에 도착하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무원이 내릴 준비를 하라고 알려준다.

우루무치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가 넘었지만 날씨는 한국보다 훨씬 따뜻했다.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뜻을 가진 우루무치는 세계에서 바다와 거리가 제일 먼 도시로, 과거에는 유목생활을 바탕으로 한 곳이다. 지금은 중국 서쪽 지방에서 가장 발전한 현대적인 도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도는 물론 이미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까지 이어지는 철도가 개통됐고 한국을 포함한 주변 여러 나라와 항공로가 개설돼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곳이 우리가 알던 중국과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사람들의 생김새와 베이징 시간보다 2시간 늦게 가는 우루무치 시간을 듣고 나서였다. 이곳에는 위구르족 말고도 카자흐족, 타지크족, 회족, 한족, 몽골족 등 13개 민족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우루무치 시내에서는 소수민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전 국토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신강 위구르자치구에는 중국 정부의 한족이주 정책에 따라 인구의 90%가 한족이며 소수민족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도권을 상실한 채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이곳에도 백두산 천지와 같은 천산(天山) 천지(天池)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는 길. 우루무치 시내에서 1시간 반 걸려 도착한 천산. 매표소에서도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멋진 장관을 보며 30분쯤 더 가서 도착한 천지에는 아직도 얼음이 얼어있다. 5월이 되면 유람선도 떠다니고 침엽수림인 우뚝 솟아있는 주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천막집인 파오에서 숙박도 할 수 있다.

여름이면 천지 이곳저곳에 카자흐족 전통복장을 하고 사진도우미를 하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곳에 멋진 전설 하나쯤 없을 리가 없다. 불로의 천사 서왕모(西王母)가 목욕하던 곳이란 설명을 듣자마자 그럼 천지가 꽁꽁 얼어있는 겨울엔 어디에 가서 목욕을 하고 계실까, 하는 생각에 살풋 웃음이 삐져나온다. 내려오는 길에 조그만 연못이 있어 물어보니 이곳은 서왕모가 발을 씻던 곳인 ‘소천지(小天池)’란다.



-우루무치에 와서 꼭 가봐야 할 바자르

막연한 상상과 설렘을 품고 떠난 실크로드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 우루무치. 중국의 다른 도시와는 확실히 다른 풍경들, 그리고 한족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커다란 눈동자의 소수민족들, 그들만의 독특한 복장과 거리 곳곳에서 풍기는 양고기 냄새. 여러 민족이 혼합되어 살아가는 우루무치, 그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도 과거 실크로드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우루무치 시내 곳곳에는 이슬람을 신봉하는 소수민족이 많은 도시답게 이슬람 사원이 세워져 있다. 농산품이며 생필품, 그리고 우루무치 특산품을 판매하는 대규모 바자르를 구경하는 것은 관광지를 가는 것 못지않은 생생한 경험이다.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보고, 그들이 입는 옷을 입어보고, 그들과 나눠보는 한두 마디에 여행은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다. 다만, 그들의 바가지만 없다면 더욱 즐겁겠지만, 상인이 있는 곳에 바가지가 없을 수 없으니 그쯤은 웃어넘겨도 좋으리라.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내내 황사 먼지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황토빛 얼굴에서 배어 나오는 환한 웃음을 보며, 웃음은 그런 황무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삶의 오아시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시황 병마용에서 만난 병마용 병사의 얼굴이 서안 사람들의 얼굴에 오버랩되고, 돈황 막고굴에 그려진 벽화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돈황에 사는 어린이의 얼굴과 오버랩된다.

6.25때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둔황에 사는 이슬람족 할아버지, 돈을 벌기 위해 란저우에서 돈황 명사산까지 와서 돈을 버는 한족 연 아저씨, 우루무치에서 월급 800위안에 청소부 일을 하는 우즈베크족 아줌마, 돈황에서 한국어 가이드를 하는 한족 청년…. 과거는 현재와 멀리 있지 않았고, 미래 또한 현재 속에 있음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깨달으며 돌아가는 짐을 꾸린다. 내 배낭에 실려진 것은 흙먼지만은 아닐 것 같다. 실크로드에 다녀온 후, 중국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에서 반가운 그들을 만난 듯 내심 반가움이 느껴진다.

-중국을 기차로 여행할 때

이제 슬슬 중국 열차를 타고 우리 여행의 종착지 우루무치로 떠난다. 중국은 워낙 국토면적이 넓다보니 기차 안에는 침대칸이 있다. 보통 중국 기차는 앉아서 가는 의자칸(잉쭈오)과 누워서 가는 침대칸으로 나뉘는데 침대칸은 일반 침대칸(잉우오)과 고급 침대칸(루안우오)으로 나뉜다. 물론 가격차이 만큼 편안함도 다르다.

일반 침대칸은 한 칸에 6명이 함께 누워가며 칸막이가 없는 대신 고급 침대칸은 한 칸에 4명이 함께 가며 칸마다 문이 달려있어 안에서 잠글 수도 있다. 시설적인 면에서도 훨씬 고급스럽다. 보통 외국인 관광객들이 4인용 고급 침대칸을 많이 이용한다.

기차에는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세면실과 화장실 그리고 따뜻한 물이 24시간 공급되고 식당칸이 따로 있으므로, 오랜 시간을 가더라도 그다지 불편함은 없다. 가는 내내 황량한 사막화 되어가는 이국적인 땅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경이로운 경험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기차여행의 매력이리라.


글·사진=Travie writer 박임자 freebelt@naver.com
취재협조=상해항공 02-317-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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